매미야, 마음껏 울어라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주소서

by 사각사각

풀벌레가 우렁차게 우는 아침에 산책을 나섰다. 이곳은 서울 한복판이지만 아파트 안에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벽 다섯시부터 새소리가 들리고 풀벌레가 목청껏 울어댄다. 전원 생활이 부럽지 않은 자연 속에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근처 공원에 오니 그야말로 벌레 소리만이 가득하였다. 매미가 십칠년이나 땅 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와서 단 삼십일을 울다가 저 세상으로 간다고 하니 시끄럽다고 꾸짖을 일이 아닌 것 같다. 인간도 세상에 사는 동안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각자의 방식대로 끊임없이 울어대면서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벌레나 인간이나 세상이 고개를 돌려서 다정한 눈길로 한번은 돌아봐줘야 할 일.

매미야 안녕!


까치도 가끔 나무 위에서 깍깍 울어대어 "나 여기 있소."하고 인사를 하고 있었다. 비둘기들도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풀씨를 쪼아 먹고 있는 평화로운 아침이다. 간밤에 내린 비로 구름 덮인 하늘은 고맙게도 작열하는 햇빛을 막아주고 있다. 우연히 돌아보니 작은 연꽃 군락지가 있었다. 막 피어나려하고 하는, 혹은 활짝 피어난, 이제 한창 피었다가 지려고 하는 커다란 연꽃들이 눈길을 끌었다. 인간들도 이렇게 저마다의 삶의 단계를 거치고 있을 것이다. 흘러가는 세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 누구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으므로. 그 노력이 지나치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부작용이 나는 것이고.

어느 시기이든 아름답게 피어나라!

무궁화는 여름의 꽃이다. 자그마한 나무에서 이 더운 여름 날에 끊없이 피어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끈질긴 국민성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의지가 굳건한 꽃. 여름 내내 오래도록 줄기차게 피어나서 무궁화라고 이름지었다고 하던데.

결국은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짧은 시간에 떨어지는 꽃보다는 오래도록 버티며 피어나는 자가 진정으로 이기는 자일지도.

영원하라 무궁화~

빗방울이 아직도 나뭇잎에 맺혀있는 아침. 산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갑자기 솟아오르는 분수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마음에 내렸다. 비를 한껏 머금은 검은 나무 등걸들이 아무 말이 없으나 든든하게 서 있었다. 어둑어둑한 숲에 서서히 비쳐드는 햇빛이 더 반가운 아침. 삶에 어우러진 빛과 어두움도 자연처럼 묵묵하게 두 팔을 벌려 껴안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계속 걸어가본다.

비온 뒤의 상쾌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