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영어

feat. 똥 밟았네 쏭

by 사각사각

여덟 살 아이는 참 사랑스럽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웃음 포인트들이 있지만 천진난만한 표정에 앞니가 다 빠진 것도 귀엽기만 하다. 이 아이가 지난주부터 갑자기 수업시간에 요상한 노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지만 능숙하게 웨이브를 하는 몸놀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수십년간 몸치인 자가 보기에는 경이로운 수준의 동작과 그루브. 그 복잡한 동작을 다 외우고 저 조그만 몸을 어떻게 저렇게 유연하고 세련되게 움직이는가? 역시 인간의 재능이란 각자 타고 나는 것인가?

영문을 몰라서 노래 제목을 묻고 유투브에서 찾아서 같이 보았다. 이 애니메이션 삽입곡 같은 노래의 제목은 '똥 밟았네'였고 많은 커버 송들이 있는 걸 보면 요즘 인기가 많은 곡인 것 같다.


여덟 살 아이의 집중력은 길지가 않다. 한 시간 수업에서 사십 분 정도가 지나면 이미 아이는 서서히 흥미를 잃어간다. 짧은 문장과 단어를 배우고 파닉스를 두 페이지 하면 공부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다. 그래서 나머지 이 십분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추천: action songs 메들리)집에서 누워서 유투브로 이런 저런 영어 노래들을 찾아보았다. 그 중에 이 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노래는 "Do you like broccoli?'라는 노래이다. 뜬금없이 공부를 하다 말고 단어를 바꿔가며 질문처럼 부르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Yes, I do.' 하며 호응하여 뮤지컬처럼 노래하며 답을 해야 한다. (으윽~ 낯 간지럽고 귀찮아도 꾹 참고, 돈 버는 일이 쉬운 일이 없다) 문득 드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며 노래를 하는 선생님이 등장하시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이 스쳐지나가네.


아이와 노는 건 어렵지 않다. 아이 수준에 맞추어 웃으면 따라웃고 뛰면 따라서 뛰고 재기발랄한 동작을 계속 모방하면 된다. 체력만 받쳐주면 더 금상첨화지만 아이도 한참 뛰고나면 지치게 되고 그럴 때는 숨을 고르며 잔잔한 노래를 시작한다. 한 여름에 듣는 'Let it go.' 나 'Do you want a build a snowman?'도 괜찮았다. 엘사 흉내를 내며 과장된 손동작을 하고 빙그르르 도는 것을 따라하면 그게 또 나름대로 재밌다. 어설픈 동작에도 깔깔거리며 해맑게 웃어주니 고마울 뿐 따름.


아이를 가르칠 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수업과 별 관련이 없을지라도 아이가 하는 동화같은 상상속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들어줘야 하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나가야 한다. 마음은 좀 답답해도 아이가 바로바로 내가 원하는 타이밍이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부단히 인내심을 가지고 눈 높이를 맞춰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 노하우.


아이처럼 순수하게 살면 삶이 훨씬 행복해질 것 같기는 하다. 돌고래 인형의 입안에 플라스틱 과일 모형을 하나 넣고 까르르 까르르. 손을 깊숙히 넣어 물려주면 더 즐거워한다. 약간의 연기력이 필요하지만 정신 연령을 여덟 살로 내려서 맞추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같이 많이 웃고 춤추고 하니 운동도 되고 아이의 올망졸망한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애정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역시 아이들은 팍팍하게 늙어가는 어른들의 마음에도 순수함을 전파하는 천사같은 존재. 그나저나 오랫만에 까치발을 뛰며 점프 비슷한 것을 해보았다.


이 아이가 '똥 밟았네' 노래와 춤추는 걸 동영상으로 찍고 함께 보았다. 아~ 이 기가 막히는 동영상을 올리지 못함이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유투브에서 찾아보시라. 하등 쓰잘데 없는 가사이지만 묘하게 중독성이 있고 우울할 때 보면 좋을 듯하여 추천하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인생 살다보면 예기치 못하게 똥 밟는 날도 있다. 쓱쓱 닦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정도. 인생 뭐 있소. 것 아닌 일에도 웃으며 사는 게 장수하는 길이요.

에구구~~ 조금만 더 젊멌어도 ^^

https://youtu.be/pZeXW__xE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