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진지충인가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

by 사각사각

수업 상담을 가기로 했다. 네시에 수업이 끝나서 다섯 시 반 약속까지 시간이 30분 정도 남을 것 같았다. 처음 가는 곳이므로 길을 헤맨다거나 막힌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변수를 생각해서 일찍 출발했다. 거의 다섯 시에 가까운 시간에 약속한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느낌이 쎄~하다. 운전을 하는 중이고 핸드폰 어플로 네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받지 않았다.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약속을 취소하는 문자였다. 약속 시간 단 십십분 전에.


짜증이 나지만 밥을 든든히 먹었다. 배가 고프면 더 짜증의 씨앗이 더 증폭될 것이다. 일단 배가 부르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나른해지면서 세상 만사가 용서될 수가 있다.

시간이 남아돌므로 후식으로 달달한 쑥 라떼까지 한잔 마셔주었다. 그나저나 쑥과 우유는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다음 수업까지 두시간 반이 남았다. 아~ 이 약속만 아니었다면 집에 잠시 들어가서 한껏 딩굴거리며 여유를 부릴 참이었는데. 몸과 마음의 쉼표를 찍어줄 시간이었는 데 덕분에 이제 밤 열시 반까지 길거리를 떠돌게 되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버지가 조퇴하여 일찍 들어오시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가 되는 건가. 다른 사람과 약속을 할 때는 그 약속을 취소하였을 때 이러한 예상치못한 여파가 발생하는 걸 본인도 경험으로 체득하여 알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어떤 아이가 나에게 "샘은 진지충인것 같다." 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래, 진지충이다. 몰랐냐?"라고 반문을 하였다.

주구장창 자유분방함을 주장하면서도 상반되게도 때때로 진지충이다. 옳고 그름에 매우 민감하다. 예의와 매너있는 태도도 늘 강조한다.


어쩌면 차라리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내내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육감이 발동되는 불길한 촉이 온다고나 할까. 마스크는 반드시 써야하며 더불어 수업 중에 위생장갑까지 착용하도록 부탁을 하는 문자를 받았다. 으아~~상상만으로도 벌써 손에서 땀이 삐질삐질 날 것만 같다. 시간 반을 위생 장갑을 끼고 수업을 하라니. 틈만 나면 손 소독제로 하루에도 몇번씩 소독하고 있는 데 굳이. 참으로 희안하니 한번 직접 신세계를 경험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도 한편에 있었다. 어디 마음이 불편해서 내 손이 닿을 화장실이나 가겠나 싶다.


인연이 아니라 여기고 쿨하게 갈 길을 가야겠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사고는 제각기 다양하다. ~ 이제 깨끗이 잊고 다음 수업을 하러 가야 할 때. 이만 총총~


The key to happiness is realizing

that it's not what happens

to you that matters,

its how you choose to respond.


행복으로 가는 열쇠는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겠다고 생각하느냐이다.


- 키스 D. 해럴 -

그 와중에 밥은 맛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