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루아 마키아또 케익과 아메리카노

희. 노. 애. 락

by 사각사각

인간사에는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오락가락한다. 가능한 노여움과 슬픔보다는 기쁨과 즐거움을 선택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 개인이 가진 성향에 따라 이 감정들을 다루는 태도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이 감정들은 예고도 없이 찾아올 것이다.


지금 오후의 카페에서 칼루아 마키아또라는 이국적인 이름의 케익과 아메리카노를 마주하고 있다. 이 케익은 겹겹이 색이 다른 층으로 이루어졌다. 가장 꼭대기는 달콤한 초코릿 조각과 고소한 견과류가 있다. 음~ 온전한 기쁨.

입 안에 퍼지는 달달함과 부드러운 크림의 향연. 정신이 번쩍 들만큼 혈관 속에 당분이 달려나간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면 상반된 씁쓸한 맛이 퍼진다. 하지만 이미 달콤함을 맛본 혀는 쓴 맛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쓴 맛이 단맛과 섞이면서 행복의 순간을 한층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크림의 아래층에는 아주 약간 쓴 커피가 들어간 층이 있었다. 작은 조각의 슬픔이나 노여움. 그보다는 강도가 쎈 아메리카노 같은 격렬한 감정의 파도.

아메리카노를 음미하는 건 인생의 쓴 맛도 견딜 준비가 된 것인가. 음~ 이 정도는 감당할만 하다. 불평하기에는 오히려 그 맛에 중독이 된거 같다. 슬픔의 바다를 스스로 걸어들어갔다가 한참을 허우적거리다가 나오는 것처럼.


저녁 추위는 가을을 제치고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 강렬하였다. 온 몸에 느껴지는 한기에 마음마저 길에 떨어진 도토리만하게 쪼그라든다. 오전을 다 보내고 나오니 한낮의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다. 아주 잠깐의 산책이지만 파란 하늘과 구름과 햇살이 움츠러든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기쁨과 즐거움의 케익 한 조각이 모두 내 몸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다소 과한 양의 케익 한조각이 부담스럽다. 입 안에 남아 있는 어쩐지 불길한 들쩍지근함. 남은 것은 이제 쓴 아메리카노 한 잔뿐. 하지만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달콤한 기억은 다시 하루 분의 삶을 다독거려준다.


인생에 스쳐지나가는 만남과 이별은 어찌할 수가 없다.

아쉬워도 어찌할 수 없는 일. 못내 아쉬워 머뭇거리는 정신을 흔들어 깨우듯이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으니 계속 걸어가 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다시 달콤한 케익 한 조각을 맛볼 수 있음을 알기에 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순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인생은 아메리카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