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감정, 행동

인간의 고유한 특성

by 사각사각

시월의 마지막에는 마음이 우울해지는 일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치고 '매우 괜찮다' 하고 싶었으나 이상하게도 몸이 가라앉았다. 마음이 먼저인지 몸이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그저 눕고 싶은 몸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수업을 하는 시간 외에는 쉬라.' 산책이고 뭐고 마음껏 딩굴거리며 일주일 정도 지나니 조금씩 괜찮아진다. 때로는 타인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금쪽 같은 내 새끼' 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다. 보통 초등학생들이 주로 등장하는 데 중학생이 출연하여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 중학생의 문제도 심각하였으나 몇 번을 돌려 본 초등학생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머니가 초등학생 아들의 숙제를 봐주고 있다. 아이는 입이 댓발은 나와서 짜증을 가득 담아 문제를 풀고 있다. 어머니는 아이의 불량스러운 태도를 지적하며 '참을 인자'를 수십 번은 쓰다가 마침내 공부를 그만하도록 한다. 아이는 그제서야 어머니의 팔을 잡으며 계속 하겠다고 고집하고 어머님은 완강하게 말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 장면을 오은영 박사님이 명쾌하게 살명해주셨다. 인간은 하나의 일에 대해서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아이는 공부하기 싫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공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불쾌감을 표출하면서도 공부를 하는 '행동'을 억지로라도 하는 것이다.

늘 내 자신이 충분히 엄격하지 못하다 여기는 자로서는 어머니의 냉정한 태도가 참으로 안타까웠다. 인간이니 아무리 자식이라도 감정이 상하는 것은 진심으로 이해한다. 자기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남편이 아내에게 운전 교습을 하는 것만큼이나 화를 부르는 일.


사실은 실제 수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때가 많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랄까. 하지만 아이가 반성하거나 노력하고자 하는 태도를 일순간이라도 보이면 어른이 꾹 참고 받아주어야 한다. 제어가 안 되는 감정을 거듭 사과해도 이해받지 못하니 이 아이는 자신을 자책하며 급기야 자해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리하여 이성적으로는 인정하려 하나 감정은 상하는 내 마음도 함께 다독거리게 되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이같은 미성숙한 금쪽이로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상황을 곰곰히 생각해보고 마음을 쓰담쓰담 위로한 후에 결정할 일.


어른이라도 생각, 감정, 행동을 조화롭게 조절하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제 십 수년밖에 살아보지 못한 아이는 오죽하랴!

가을은 우리 곁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