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계산기에 카드넣고 나온 썰

정신 차리자

by 사각사각

오피스텔에서 수업을 한 학생이 있었다. 그 오피스텔이 내 원룸보다 훌륭하여 감탄해 마지 않았다. 여기 월세가 얼마일까 잠깐 궁금하였으나 중심가에 있고 비쌀 것 같아 고이 마음을 접었다.


그날 따라 이상하게 정신이 각성 상태이고 텐션이 높았다. 아침부터 코로나 검사하러 가서 흥분이 되었었나 보다. 다행히 음성이어서 기분이 좋았는지 주절주절 말이 많이 나오고 웃음도 푹푹 나왔다.

나홀로 즐거운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주차 계산을 해야했다. 나중에 정산 받기로 했으니 카드로 계산하고 가뿐하게 나왔다.


다음 수업을 하는 데 은행에서 결재가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1,500원이라. 힐끗 보니 ㅇㅇ오피스텔 주차장이었다.

'정산이 잘못 되어서 나머지 금액이 결재되었나,'하고 가볍게 넘겼다.


수업을 하고 돌아왔는데 두 번이 또 결재가 되었다. 각각 5500원씩. 그제서야 등골이 오싹해지며 서늘한 깨달음이 왔다. '카드를 주차계산기에 꽂아놓고 왔구나.'

결국은 부리나케 카드를 정지하고 학생에게 전화를 하여 카드를 찾아봐달라 해서 찾긴 찾았다.

은행에 분실 신고를 하니 고맙게도 80%를 돌려주기도 했다.

그래봤자 10,000원이었지만.


대체 남의 카드로 신나게 주차비를 결재하고 나간 양심 없는 세 인간들은 누구인가 궁금하고 CCTV를 돌려보아야 하나 싶지만, 그 시간과 노력이 더 아깝고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든다. 두 분이 야밤에 결재를 안해주셨으면 어디에 카드를 놓고 왔는지 영영 기억이 안날 뻔 했으니 말이다. 다음 날 대낮에 룰루랄라 하며 밥먹으러 가서 카드를 쓸 때까지 모를 뻔 했으니 얼마나 은혜로우신 분들인가.


그리고 또 얼마 안가서 쌀국수 집에서 무인계산기로 결재한 후 무심하고 시크하게 와구와구 밥을 먹고 있었다. 다른 청년 한명이 들어 오더니 '혹시 카드...(밥이 넘어가세요?)" 하여 가서 보니 또 단 한장의 불쌍하고 주인을 잘못 만난 내 카드가 그대로 덩그러니 꽂혀 있었다.


'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건망증이 좀 줄어들었는데 다시 시작되려나. 항상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에 빠질 때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운전하면서도 드라마에서 독백하는 것처럼 혼잣말하다가 다른 길로 가고 한다. 대작을 쓰면서 그러면 오죽 멋있게 보이고 좋으련만. 그냥 정신을 차리자!

마라탕은 맛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