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고 죽지도 못할 돈

일부는 이해함

by 사각사각

자녀에게 유산을 주는 것이 좋은 일일까? 주변의 친인척이나 지인들을 보면 수십억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나 그닥 소비를 하지 않는 걸 볼 수 있다. 가끔 의문이 든다. 죽기 전에 다 쓰지도 못할 돈을 왜 그리도 악착같이 버는 것일까?


백세 시대라 수명은 날로 늘어나고 수명이 언제까지가 될지 가늠할 수 없어서 계속 모으는 심정은 이해를 한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모아 놓은 돈을 쓴다는 건 마이너스의 길을 걷게 되므로 심히 걱정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큰 돈을 소유해도 날마다 점점 줄어들게 되면 마음은 그에 비례하여 초초해지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이란 벌통 안에 꿀을 모으는 벌처럼 끊없이 모으고 쌓으려는 것인가.


가만히 지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고 가진 재물을 계산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알차게 계획하여 어느 정도 일하고 모아야 노후 대비가 될 것인지 잠시 멈춰서서 계산을 해보는 거다. 일하려고 사는 것도 아니고 놀려고 사는 것도 아니니 이 둘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일을 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어느 직종에 있으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면 직장이나 사회에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진다. 그러니 이삼십대에 적은 돈이라도 알차게 모으고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맞다. 뒤늦게 노후 대비를 하려고 하면 이미 때는 늦었고 일을 할 곳은 현저히 줄어드니.

주변에서 만난 분들은 수십억 자산을 가져도 늘 변함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분들이었다. 육십이 넘어도 요즘 세상에서는 그야말로 청춘이다. 노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일을 그만두기에는 창창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수명이 20~30년이 훌쩍 넘을 수도 있으니 일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십대 후반에 서서 골골거리며 여기저기 아프다 하는 나로서는 육십이 넘어서도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란. 참 암담하다.

육십이 넘어도 적절하게 일을 하고는 싶다. 하지만 풀타임은 아니었으면 싶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 때쯤이면 모아둔 돈과 연금으로 여유를 가지고 파트 타임 정도로만 일하고 싶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게 나름의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있긴 하지만.


나는 서울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는 없다. 무난하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학 학비도 부모님께 지원받았다. 학비가 지금처럼 어마무시 하지 않았기도 했고. 서른이 넘어 독립을 한 후에야 비로소 경제관념을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마흔이 넘어 갑자기 가진 것이 거의 무의 상태가 되는 사건이 생겼다. 어느 정도 늘 수입이 있었기에 수입이 끊기는 상황을 예측하지 않았고 미리 미리 저축을 해두지 않은 원인도 있었다.


이십대 초반 성인이 되고 나서 바로 독립을 하고 월세 등 경제를 책임졌다라면 좀 더 저축하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지금도 차차 회복이 되어가고는 있으나 오십이 가까운 나이의 압박이 있다. 이제는 몸의 곳곳을 돌보며 때때로 쉬어 주면서 일을 해야 한다. 고개를 흔들며 부정하려 해도 현저히 에너지와 체력이 떨어져가는 걸 느끼는 때. 가끔씩 몸이 그만하고 쉬라고 말을 걸어온다. 몸의 곳곳에서 각 과의 병원에 가라고 이상 신호를 보낸다. 마흔 중반 이상을 넘어봐야 공감할 소리지만.


자녀에게 어린 나이에 큰 유산을 물려주는 건 그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좋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다. 쉽게 얻어진 재물은 쉽게 탕진될 수 있다. 그리고 이십대나 삼십대는 경제 관념이 명확하지 않고 친구 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소비를 많이 하는 때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자녀의 미래를 위한다면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는 조금씩 경제적으로 독립할 준비가 되도록 지도하는 것이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미국인들은 이십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대학에 진학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독립이 된다. 힘들겠지만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상당한 학비도 본인이 갚아나간다. 경제적인 책임을 진다는 건 분명히 성인이 되는 과정중에 하나인 것 같다. 때로 이십대 초반의 미국인들이 매우 성숙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마도 이른 독립의 결과라고 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노후 복지가 빈약한 나라이다. 각자도생! 북유럽처럼 노후에는 연금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꿈같은 기대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들 노후에는 어떻게 경제를 꾸려가며 살지 고민하는 나라이다. 그러니 자녀의 교육에 모든 것을 투자하고 노후를 대비하는 삶이란 극히 어렵다고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 자녀가 나중에 나의 노후를 책임져 주리라 기대하는 건 요즘 시대에 어불성설이고.


수억에 이르는 집값이며 매월 백만원을 꼬박꼬박 모아도 십년이 지나야 1억이 모이니 집을 사기란 요원한 현실에서 자녀에게 더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현실을 한탄 한들 무엇하리. 성인이 되었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모으고 저축하고 부동산 정보를 얻어 집을 사고 편안한 노후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자녀들에게도 경제적 독립을 강조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길이다. “성인이 되면 너의 경제는 네가 책임져야 한다.” 단호하게.

그래도 벌긴 벌어야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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