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공평해

라고 세뇌를 하자.

by 사각사각

수업을 갔다 와서 운동을 하러 나갈 계획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나른해져서 한시간 정도 누워있다가 잠깐 졸기도 했다. 낮잠을 자려는 고양이처럼 게을러지려고 했으나 정신을 깨워 일으켰다. ‘햇살이 화창한데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역시나 산책로에 들어서니 비 온 뒤 봄볕이 가득한 오후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좁은 산책로를 꽉 메운 사람들의 뒤를 쫓으며 구경한다. 연인과 가족과 개와 저마다 다른 모습들로 나온 사람들이 여유로운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다. 공연장에서는 노래 자랑 리허설이 열리고 있어서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봄 바람처럼 가슴에 불어 온다. 구절을 들었는데 매료되는 순간이 있지 않나?


문득 ‘세상은 공평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태어난 가정의 경제 사정이라던가 가족 분위기 등은 공평하지 않을 지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물리적인 세상은 똑같다. 이 봄에 누리는 햇볕,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꽃, 반짝이는 호수는 모두에게 똑같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이 값없이 주어진 선물을 각자 어떻게 받느냐가 다를 뿐이다.

'공평은 개뿔' 하면서 불공평하다고 외치는 순간 마음은 괴로워진다. 그러니 공평하다고 마법을 걸어보자. 불공평한 세상이라니 갑자기 사는 맛이 없어지지 않는가?

어제 밤 12시경 올린 글을 살포시 내렸다. 아침형 인간이라 밤에는 기분이 다소 가라앉고 부정적이 된다. 신나게 씹고 즐기며 글을 올리고 보니 혹시나 당사자가 볼까 무서워 발행 취소했다. 간이 콩알만 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간당간당하니. 그래서 혼자만의 단상만 다시 간추려 봤다.


며칠 전에는 목이 칼칼해져오기 시작해서 ‘혹시 코로나에 걸렸나?’ 라는 의심이 들어서 기분이 저조해졌다. 목이 붓고 아프고 기침이 약간 나더니 다음날 바라던 대로 멀쩡해졌다. 코로나에 걸리면 이 시점에서 일주일이 넘게, 보통은 이주 정도 쉬어야 할 수도 있는데 수업을 대체할 수도 없으니 시험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커진다. 지난 달에도 여러 학생들이 이 주씩 쉬는 바람에 수입이 제자리를 걷고 있다. 가끔 드는 생각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코로나에 걸린 줄 모르고 지나가는 게 아닐까 싶다. 무증상 내지는 경증이 아닐까?


커피점을 하시는 분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울적해 졌다. 인간 관계란 참 답이 없고 알쏭달쏭하게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 같다. 공적인 관계이지만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돈이 오가는 이해관계가 있고 언제든 끝이 나는 관계이니 그 적정선을 지키고 마음을 돌보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또 나날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냉정해져 가는 것 같아 우울해진다.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는 게 가장 적절한 걸까? 모르겠다. 일단 타고난 대로 마음은 퍼주고 관계가 끝날 때마다 못내 서운해지기는 할 것 같다. 그것도 인과응보일 수가 있다. 어느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돈은 펑펑쓰지 못해도 마음은 펑펑 써야지.” 라고 하는 걸 보고 참 어리석다 생각이 들었는데 남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은 참 이상하게도 자기 상황은 똑똑하게 안 보이면서 제 삼자에게는 냉철하다.

'내로남불'은 정곡을 찌르는 단어이고.


‘정이 많다’ 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 싶게 잊어버리기도 하는 지라 믿을 수가 없다. 인간은 단순한 듯 하면서도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그러니 MBTI도 공격을 받는 걸 수도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마음을 한 유형으로 고정시킨다는 게 논리적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 마음 상태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여러 유형을 오갈 수도 있다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내과에 가서 한달전 협심증 의심 증상을 문의했다. 의사 선생님이 다리가 저린 것처럼 가슴 통증도 여섯 가지인가 다른 증상일 수 있다고 하시면서 단호하게 심장의 문제는 아니라고 하셨다. 협심증이면 다시 잠이 들수가 없다고 알아듣기 힘든 전문용어를 쓰시면서 결론을 내려서 어이가 없어서 허허 웃었다.


응급실에 입원까지 하면서 생쇼를 했는데 다리가 저린 것 같은 근육 경련이라고요? 의사 선생님은 당화색소나 잘 관리하고 식단 조절하라 단호하게 충고하셨다. 정신이 번쩍 든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덥석 결정도 잘하면서 의심도 은근히 많은 이중적인 인간이다.

주말을 홀로 자가격리하면서 보내기로 하니 마음이 여유롭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이러니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인간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고 했나보다. 하지만 산책을 하고 나니 마음이 따뜻이 데워지고 세상이 다시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괴로우면 걸으시라.

자가격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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