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정형외과

by 사각사각

엄마의 집을 방문했다. 엄마는 일요일에 샤워를 하면서 허리를 굽히다가 삐긋한 후 허리를 잘 굽히지 못하고 계셨다. 이런 일은 이전에도 있었고 나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있다. 몸과 체력 대대로 부실한 집안 내력이 있다.


어느 날 무심코 허리를 굽히다가 헉 하는 통증을 느끼고 그 다음에는 허리를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한 일주일이 지나면 점차로 괜찮아지긴 한다. 어느 해인가는 몇 시간동안 침대에 누운 채로 허리근육에 힘을 주고 일어날 수가 없어서 '장애가 있다면 이런 기분이겠다'는 실제 체험을 했다.

엄마는 정형외과에 동행하기를 원하셨다. 열흘 후에 강원도 어디론가 단체 나들이를 가시려면 몸을 미리 충분히 낫게 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 이후로 오랫만에 계획된 여행에 어머니는 기분이 들뜨신 것 같았다. 간밤에 잠을 설쳐서 몽롱했지만 아침부터 서둘러서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몇 달전에도 방문했던 정형외과가 집 근처라 다행이다.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가히 친절하지는 않았고 말을 아끼시는 편이었다.

"주사를 맞으시거나 물리치료를 받으시거나 둘 다 하셔도 됩니다."

어머니가 한번에 치료 방법을 못 알아들으시니 '허, 참' 하는 짜증섞인 감정을 드러내셔서 내가 얼른 끼어들어 어머니에게 설명을 드렸다. 허리 복대를 하고 천천히 움직이던 어머니는 병원에서 한참을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기다리니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지시는 것 같았다.

신경차단술에 의한 주사를 몇 대나 맞고 한 시간 여가 흐른 후 병원을 나섰다. 어머니가 내 팔짱을 꼭 끼신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내게 의지하여 매달려 있는 어머니. 우리는 팔짱을 끼고 다닐 만큼 다정다감한 분위기의 모녀는 아니었는데 어느 새 자연스레 팔짱을 끼고 있다. 마치 긴 세월을 지나 어머니는 뒤뚱뒤뚱 걷는 아이로 회귀해 가는 것 같다.


기억은 가물가물하나 머니는 잘 걷지도 못하는 어린 내 손을 항상 꼭 잡고 다니셨겠지. 어색하지만 든든한 나무처럼 버텨 어머니의 흔들리는 팔을 지탱해 본다. 우리 사이를 바람처럼 지나가고 마는 세월이 보인다.


어머니는 "왜 척추 협착증이 생기나요."라는 걱정 가득한 질문에 "나이가 드셔서 얼굴에 주름이 지는 이치와 같습니다." 라고 퉁명스레 대답하던 의사 선생님 말을 곱씹는다.


세월 따라 몸은 곳곳이 노쇠하고 이상이 생기는 것일 뿐 별다른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귀가 어두워지셔서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머니도 환자들에게 똑같은 설명을 무수히 반복하느라 지치는 의사 선생님도 둘 다 이해가 간다.


힘들지 않은 생이 있던가.

우리가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고

따뜻한 눈길를 한번 더 보여줄 수 있기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란

때로는 고통이지 않던가

고통 중에도 스며드는 웃음

어둠속에도 비쳐드는 햇빛 같은

존재가 필요할 뿐

삶은 여행이라했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