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과외 인생

당당한 요구

아니들어줄 수가 없다

by 사각사각

아이가 어린이날 선물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어린이날 선물 뭐 주실 거예요?"

하아, 왜 어린이날 선물을 줘야 하는 지 모르겠지만 하도 단호하게 기정 사실 처럼 얘기하니 사 줄 수 밖에 없다. 돈 맡겨놓은 사람처럼.


루피 뽑기라는 걸 사달라고 해서 색연필 문구점이란 곳을 찾아왔다. 처음 듣는 곳이라 지도로 위치도 확인했다.

근데 품절이 되어서 다음주에나 들어온단다.


대체 상품으로 공부 의지를 다잡을 '참 잘했어요' 도장과 불이 반짝반짝 들어오는 머리끈과 나비가 날아오르는 리본 핀을 샀다.

요즘 계속 되는 똥머리 묶기 요구에 점점 실력이 늘어나는 것 같다. 똥머리에 리본을 하고 유트브에 나오는 어린이의 춤을 따라한다.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유투브 스타가 탄생할 것 같은데 내 딸이 아니니 참아야 하리.


아이는 한창 자신의 미모와 동작에 빠진 것 같다. 초록 체크 무늬 치마를 입으면 춤이 더 잘 추어진다고 하면서 내복 같은 레깅스 위에 걸쳐 입고 한바탕 공연을 펼친다. 아, 요동치는 웨이브가 놀랍구나. 물고기가 헤엄치듯 유연한 몸놀림. 물 만난 고기가 파닥거리며 춤을 춘다. 너무 성인 춤이라 당황스럽긴 하지만 여전히 귀여운 어린이.


당당한 요구는 때로 거절할 수가 없다. 그냥 아이처럼 솔직하게 선물을 사달라고 말하자. 되든 안되든 그것은 운명.

뒤늦은 어린이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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