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과외 인생

친구가 없다

나도 그다지

by 사각사각

중학생 아이와 수업을 하고 있었다. 수업을 하다 말고 불쑥 자기 반에서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나도 친구가 별로 없는지라 딱히 조언을 해줄 말이 없었다.

변명을 하자면 내 친구들은 역마살이 있어서 한 곳에 머물러 있지를 않는다. 한동안 친구로 지냈다고 하는 이들이 제각기 자기 나라로 돌아갔거나 지방으로 이사를 갔다.

친구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친구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아이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하루 여덟시간을 꼬박 보내야 하는 교실에서 친구가 없다는 건 가볍게 간과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군중 속에 고독한 자'가 되어 버린다. 학교에서는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해야 한다. 쉬는 시간에는 단짝 친구와 오손도손 수다도 떨어야 하고 급식실에 몰려가서 점심도 먹어야 한다.


이런 저런 조언을 했으나 아이는 매번 머리를 저으며 수긍을 하지 않았다.

첫째, 같은 반에 마음에 드는 아이가 없다. 배부른 소리다. 인간은 100% 네 마음에 쏙 들 수가 없다. 설령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더라도 서로 양보하고 맞춰가며 어울려 살아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둘째,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기가 어렵다. 다른 친구가 먼저 관심을 표할 수도 있지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수도 있다. 거절을 당할 수도 있지만 용기 있게 나서지 않으면 영원히 친구를 사귈 수가 없다.


어떠한 연유로 이 아이에게 친구가 없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안타깝지만 인원이 서른이 넘는 집단에서 친구가 단 한명도 없다는 건 본인에게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다. "어차피 친구가 없는 김에 공부에나 매진하면 어떨까?" 이런 엉뚱한 제안을 해보기도 했다.


건강에 좋은 현미 등의 곡물 재료로 만들었다는 쫀드기를 씹어먹으며 이 아이의 심경을 한동안 들었다. 역시 쫀드기는 건강한 재료로 만들면 맛이 없다. 다소 불량한 재료와 MSG를 가미해서 만들어야 입에 짝짝 붙고 쥐포 같이 달콤 짭짤한 맛이 날텐데. 심각한 대화를 하는 데 쫀드기 맛이나 품평하였다.


마트에 가니 이 아이가 좋아하는 포도맛 젤리가 눈에 띄어 하나 골랐다. 대단히 뾰족한 해결책을 내준 건 아니지만 이 계절이 가기전에 이 조용한 아이에게 어울리는 친구 한명은 꼭 생기길 바란다. 쫀드기를 같이 씹으며 하릴없는 대화를 나누고 포도맛 젤리를 보면 슬쩍 하나를 챙겨주는 친구가.


글쎄, 친구도 세월 따라 자기 삶의 길을 가게 마련이니 오고 가며 만나는 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야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많던 적던

그 시간이 길든 짧았든

고독한 존재를 뚫고 나와

진실한 순간을 나누었다면

그대들은 나의 친구

친구가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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