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작 전까지 시간이 남았다. 마라탕을 막 먹고 나온 참이었다. 이 마라탕 집은 가끔 들르는 쌀국수 집 옆에 붙어 있다. 마라탕을 좋아하는 자로서 쌀국수 집에 갈 때 몇 번 기웃거려 보았다. 하지만 늘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여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오늘도 포기하고 널찍하고 한적한 쌀국수 집으로 향했는데 금일 휴업이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마침 마라탕 집은 여느 때와 다르게 한산한 편이다.
이 마라탕 집은 재료를 커다란 보울에 직접 골라 넣으면 무게를 재고 끓여주는 방식이었다. 혼자서 먹기에는 다소 거창하고 번거롭다고 생각되었으나 별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얌전히 커다란 보울에 다양하게 생긴 면발과 야채 등을 넣으면서 앞 사람이 주문하는 걸 지켜 보았다.
'음, 다음에는 소고기를 추가해봐야겠군.'
이 가게는 근처 고등학생들이 자주 찾는 맛집인 것 같다. 마치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다소 거친 대화를 나누며 마라탕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여학생들. 왜 '맛있다'에 '개'를 붙이는 걸까? 드디어 개도 신분 상승하여 긍정적인 어휘로 사용되는 건가.
여학생들은 이후 들어온 두 명의 남학생들과 친구 사이인 것 같다. 여학생들은 반색을 하면서 이들을 반기고 pc 방에 갈거냐 노래방에 갈거냐 등등 대화가 오간다. 음, 이 생기발랄한 두 테이블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서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마라탕을 꾸역꾸역 먹었다. 어쨌든 멍멍 맛있다. 매운 음식은 썩 즐기지 않는데 마라탕은 묘한 끌림과 중독성이 있다. 막 입에 들어갔을 때는 매운 맛이 강렬하게 느껴지나 목으로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곧 사라진다.
후식으로 음료를 마시려 주위를 둘러보니 이 층에 어둑어둑하고 고즈넉한 카페가 눈에 띈다. 들어와 보니 무인카페. 포스기에서 음료를 선택하고 그 옆에서 컵을 받아서 얼음을 먼저 채워놓게 되어 있었다. 컵을 기계에 대니 얼음이 예상외로 많이 와장창 나와서 중간에 컵을 빼버렸다. 얼음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조그만 얼음 조각들을 다 집기도 어려워서 얼른 녹기를 기대하면서 발로 선반 밑으로 툭툭 밀어넣었다. 카펫이 있어서 다행이다.
컵에 반쯤 담긴 블루레몬에이드는 그야말로 인스턴트 가루를 녹인 맛이었다. 편의점에서 막 집어 온 것 같은 얕은 맛에 음료는 반 밖에 주지 않다니. 아마 음료 대신 채워넣는 얼음을 반 정도 떨어뜨려서인가보다.
흠, 그래도 남은 시간도 얼마 없고 2,200원에 이 정도 분위기라면 나쁘지 않다고 위로해본다. 그나저나 이 무인카페 사장님이 부럽다. 매출이 얼마나 나오려나. 매출이 적절하게 나오면 아침, 저녁에 몰래 청소나 하러 들르면 된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심심하면 나와서 모르는 척 하고 손님들이나 염탐해 볼까.
냠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