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잘 살고 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by 사각사각

때 아니게 브이 로그를 찍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매일 수업을 잠깐씩 동영상으로 찍어보았다. 학년도 나이도 제각기 다른 학생들과의 수업이었다. 편집을 고려하여 아주 짧게 각 2~3분 정도만 찍어보았다. 별다른 장비도 없이 휴대폰을 들고 찍었고 편집을 다른 분께 맡기려고 해서 너무 길면 민폐가 될 것 같아서이다. 편집도 좀 배워야 하겠지만 차후에..


신나게 춤을 추거나, 영어로 쓴 글을 읽거나 클레이로 만든 괴물(베놈 가족)에 대해 설명하거나 힘차게 피아노 연주를 하는 아이들. 참으로 다양하고도 개성이 넘쳤다. 보고 또 보고 여러번 돌려 보았다.


보면 볼수록 아이들이란 존재는 사랑스럽다. 함께 본 팀 멤버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의 발견은 나는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 진정 재미있어서 혹은 기가 차서 감탄에 마지 못해 끊임없이 피식,키득키득, 깔깔 웃고 있었다. 장면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꽤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삶의 태도가 대체로 심드렁하고 돈벼락을 맞아서 일을 좀 쉬면 어떨까 주기적으로 푸념을 거듭하지만 동영상에서 본 내 모습은 진정 즐거워보인다. 이율배반적이다. 대체 일을 그만 두고 싶은 것인가 계속 하고 싶은 것인가?


장마비가 시작되었다. 창 밖을 때리는 비로 인해서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둑한 저녁 시간에 운전을 하고 가는 길이 위태롭다. 앞 뒤 옆 차들이 물 속을 뚫고 가는 듯 뿌옇고 휘청거린다.


오후에 부고가 있었다. 이번 달 초에 입원을 하신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쿵~ 마음에도 구멍이 난 듯 세찬 빗줄기가 쏟아져들어온다.


마지막으로 만난 선생님은 이삼개월 치료를 받고 다시 돌아오시겠다고 하셨다. 화실을 잠시 정리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짐을 가져가거나 아니면 보관해놓겠다고 공지를 보내셨다. 아쉬운 마음에 한번 만나뵈려고 시간을 정하여 화실에 갔다. 조언을 듣고자 날마다 그리고 있던 스케치북도 챙겨가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 날이 마지막이었다니.


병세가 완연해보였지만 아마 이런 황망한 결말은 예상치 못하셨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올 테니 화구를 남겨놓고 가도 된다고 하셨으니. 단 세 번 수업을 들었지만 밝고 친절하시고 유쾌하셔서 앞으로도 꼭 뵙고 싶었는데.


우리는 앞날을 안다고 믿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 각자의 마지막날을 가늠하지 못할수도 있다. 그것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리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잘 살고 있는가?

또 다른 삶, 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