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의 계약 기간은 육 개월이 남았다. 지난한 주차 문제 때문에 이사갈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다.
그래도 계약 기간이란 게 있고 금전적 손해도 있을 테니 꾹꾹 참으며 버텨보려 했다.
구구절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주차 분쟁이 있었지만 각자의 고정 자리를 정한 이후에는 그럭저럭 조용히 무심하게 지낼 수 있었다. 자기 자리에만 주차를 하면 되는 것이기에.
아랫집 남자와는 전생에 원수 지간이었나 보다. 어느 날 주차를 하려는 데 내 자리에 낯선 트럭이 주차 되어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걱정이 되긴 했으나 아랫집 남자의 자리에 살며시 주차를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이 남자가 출근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오전 7시 30경 깊이 잠이 들었는데 또 또 전화가 왔다. 당장 차를 빼라며 욕이 날라왔다. (이 ㅇㅇ랑 마주치는 걸 상상하며 허공에 대고 욕 많이 했다) 기가 막혀서. 마음에 트라우마를 남기고 당연히 손절로 이어졌다.
이 남자는 참으로 무례하고 뻔뻔하고 무논리로 가득찬 인간이다. 자기 자리에 한번 주차했다고 그 생난리를 부린 이후에 가끔씩 놀러온 자기 친구 차를 내 자리에 주차 시키곤 한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건지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린 건지. 미ㅇ놈 혹은 싸이코 패스같아서 대화를 시도할 수가 없다. 유투브에서 범죄 사건사고를 너무 많이 본 부작용인가보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잊을 만하면 몇 달에 한번씩 내 혈압을 급상승시킨다.
최근에 또 이런 일들이 잦아졌다. 야밤에 집에 들어오는데 내 자리에 떡하니 이 남자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이걸 본 순간 분노조절장애가 추가될 것 같다. 극도로 정신이 피곤한 나머지 전화를 할 기력이 없다. 빙빙 주변 골목을 돌아서 여기에 주차를 해도 되나 싶은 자리지만 간신히 차를 구겨넣었다.
집주인에게 문자를 수없이 보냈다. 이 집주인 분은 월세는 넙죽넙죽 잘 받으면서 전화는 절대 안 받으시고 아주 성인군자처럼 느긋한 어조로 주민분끼리 원만하게 해결하라신다. 땅따먹기 하듯이 자리다툼을 하는 데 '원만'같은 소리하고 있네.
일층 음식점 주인분께 문자를 보내니 다른 음식점에 온 차들이 주차하는 거라고 본인은 손님 차도 주차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워낙 전례가 있었던 터라 이 주인의 말도 온전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래저래 주기적으로 새로 들어오는 낯선 차들을 노려보면서 혼자 막장 드라마 각본을 쓰고 의심병과 홧병만 깊어지고 있다.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붙볕 더위와 장마를 살짝 피해서 가을 바람이 불어올 무렵에 훌쩍. 잘 있어라. 다시는 어디서도 만나지 말자.
아~ 스트레스! 안 먹을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