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수난시대

단톡방 ... 노 코멘트

by 사각사각

단톡방에 초대를 받았다. 다들 이미 알고 있던 지인들이라 선뜻 들어가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이들도 있었지만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초대를 했던 지인 1이 약속시간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다. 다들 직장인이고 하니 시간은 주말밖에는 여의치가 않았다. 그 중 가장 어린 지인 4는 주말에도 스케줄이 빡빡한 것 같다. 토요일 혹은 일요일로 요일은 좁혀졌지만 정확한 날짜가 좀처럼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는 새에 다른 모임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었다. 그 쪽의 시간이 더 빨리 정해졌으므로 그 주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하고 서울 나들이를 하고 왔다. 지하철에서 멍 때리다가 계속 반대로 갔다왔다 하며 강제로 다리운동을 하면서.


그런 와중에 이 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다들 심드렁하다 여겨지는 가운데 지인 1이 가장 열심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느린 반응 혹은 무반응을 하였다. 지인 1은 며칠 동안 메시지를 보내더니 화가 나기 시작하는 지 단톡방을 나가야겠다고 개인 메시지를 보내왔다. 일부러 나를 초대하고 본인은 나간다는 건 뭔가? 극구 미안함을 표시했지만 어이가 없을수 밖에 없다. 하아, 단톡방 알레르기가 있는 자로서 불길한 예감이 스쳤지만 굳이 들어왔건만.


결국 지인 1은 나의 소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문의 예의 바르나 간접적인 메시지를 남기고 단톡방을 나갔다.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지인 1은 이미 여러 번의 실망스러운 경험으로 마음을 굳힌 듯 하였으니 설득이 될 리가 없었다. 따라서 나가야 할지 말지 잠시 망설여졌지만 들어오자마자 모임의 파투를 내는 것 같고 하여 일단 관망을 하기로 했다. (빈정 상해서 곧 나갈 것이 예상되지만)


단톡방은 여러모로 불편함을 줄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둘이 나눠야 할 대화를 단톡방에서 끝없이 나누는 자들도 있고 다 읽기도 힘들만한 양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메시지가 너무 자주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함께 하는 경우 외에는 단톡방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이 함께 하는 일이 끝나면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되어 잊혀지는 방이 되긴 하나.


단톡방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으니 두 명 이든, 세 명이든, 네 명이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약속을 잡아서 만나자. 다음 모임에 가면 되니 그 날짜에 참석을 못하게 되어도 개의치 않는다.


구성원들이 모두 내향형 인간들이라 사료되니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혹은 딱히 모두 절친한 게 아니기 때문에 어색하게 단둘이 만나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이유는 정확하지 않으나 얼결에 모임의 주최자가 된 듯한 지인 1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날 매몰차게 버리고 나갔으나 네 마음을 이해한다) 시간을 내서 만날 의지가 없는데 왜 애초에 단톡방을 만들었을까?


어쨌든 반성을 했는지 지인 2가 단톡방을 나간 지인 1에게 연락해서 오늘 만남을 갖기로 했다.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운이 좋으면 한 시간 반이 걸리리라 예상하고 가보련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찌뿌둥하여 포기하고 싶었고 참석을 망설였으나 긴긴 주말에 또 무엇하랴. 목 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심심한 인간이 모임에 간다. 우리 생에 다음이란 없을 수도 있으니 비장한 각오로 우정을 돈독하게 하기 위해 만나 보자.

화 내지 말고 만나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