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과외 인생 20화

드래곤 종이접기

훌륭하다!

by 사각사각

아이는 단어 시험을 보고 있었다. 이미 95점을 받았는 데 100점이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흥분 게이지가 올라가는 게 보여서 이러다가 화가 용암처럼 분출될까 싶어 미리 말렸다. “100점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 80점만 넘으면 돼.”


하지만 아이의 고집은 만만치가 않았다. 분노를 추진력으로 땀을 흘리며 20회를 넘게 거듭하여 test를 한 끝에 100점이 나왔다. 그제서야 씩 웃으며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아이. 어쩌면 나는 국가 대표 선수를 가르치듯이 끝까지 몰아붙이지 못하고 언제나 갈등을 피하려고 하는 자일 수도 있다.


반론을 펼치자면 살아가다 보면 80점이 나올 수도 100점이 나올 수도 있지 않는가? 항상 백점이 나와야 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살면 인생이 너무 피곤해지지 않을까? 어쨌든 내 의견과는 다르게 자신의 목표를 이룬 아이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아이는 알록달록한 클레이로 만든 캐릭터들을 가지고 와서 대화를 시작했다. 아마 유투브에 나온 프로그램의 내용을 거의 외워서 대사를 재현해 주는 것 같았다. 듣다 보니 대화 내용이 재미있어서 깔깔 웃었다. 호응을 해주니 아이는 더 신나서 계속했다. 아, 이제 끊어야 하는 데 제 이야기에 푹 빠진 아이가 멈추질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재밌다는 점.

계속된 설득 끝에 부리나케 한 챕터를 마치고는 또 종이 접기를 해주겠다고 거실로 뛰어나갔다. 자꾸만 칭찬과 웃음을 주니 기분이 점점 상승되나 보다.

아이는 조막만한 손으로 능숙하게 종이접기를 시작했다. 종이학도 아니고 무려 금색 드래곤을 접어 주겠단다.

나: “ oo이는 어떻게 이렇게 종이접기를 잘하지. 정말 똑똑하네.”

아이: “ 저는 5년 동안 하루 4~5시간 종이 접기를 했어요.”

나: “그럼 영어도 하루 4~5 시간 하면 마스터 할 수 있겠는데.”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그러면 선생님이 올 필요가 없어져서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거란다. 왠지 이 아이가 한가지에 집중해서 하는 모양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그럼 안되지 안되고말고(적당히 해라!) 바로 수긍이 됐다.

아, 그동안 내 생각해서 공부를 살살한 것이로구나.

통통한 볼에 소세지 같은 팔에 동그란 갈색 눈을 빛내며 참새 깉은 입을 오물거리는 아이가 무척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이 아이는 어쩌면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천재과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나보다 나을지도.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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