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 첫날, 냉장고가 없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평소대로 마트에 가서 일주일치 식량을 잔뜩 사오려고 했다. 하지만 냉장고가 없고 도시 가스도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방법은 하나, 매식밖에 없었다. 끼니를 꼬박꼬박 챙기는 자로서 먹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래도 집 근처에 한 십여분만 내려가면 음식점들이 줄줄이 있는 곳이어서 이사를 마치고 유유히 밥을 먹으러 갔다.
사실 이 주정도 전에 계약을 했는 데 냉장고며 세탁기를 마련해 놓지 않은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충분히 구입하고도 남을 시간이지 않나? 이전에 사시던 분이 자기 가전 제품들을 가지고 와서 치웠다 해도 풀 옵션으로 계약했으니 미리 준비해 놓는 게 예의가 아닌가 싶지만 첫 인상도 있고 하니 잠깐은 참으련다.
막노동을 하고 난 후 돈까스를 든든히 채워주었다. 배가 부르니 집에 와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또 저녁이 다가온다. 룰루랄라 나가서 둘러보다가 마라탕을 먹었는데 가히 만족스러웠다. 이삿짐은 대혼란 가운데 있으나 배는 부르고 마음만은 평화롭다. 그럼 후식도 먹어볼까. 피로를 회복해 보고자 레몬에이드 한잔을 찐하게 마시며 소회를 적어본다.
휴일이라 도시가스도 바로 연결되지 않았다. 땀을 적잖이 흘렸는 데 샤워도 못하고 밤에 쌀쌀한데 난방도 안됐다. 도시 가스의 고마움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극강의 신속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된 나라. 다음 날 오전부터 도시가스며 인터넷이며 일사불란하게 설치가 시작되었다.
모든 것들이 차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조급해 하지 말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된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가보는 거다. 여러가지 지난 상념들이 스쳐지나가지만 그대로 고이 보내주고 지금의 순간을 충분히 누리리라.
아침은 롯ㅇㅇ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