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늦잠을 한참이나 자다가 일어났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지만 더 게을러지기 전에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가야겠다. 집 앞 공원에 걸어들어가니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색색으로 물들어 가는 저마다 다른 나뭇잎들의 색감에 매료가 되었다. 신은 어떻게 다양한 색을 모아 저런 조화로운 빛깔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비오는 길을 걸어 가다가 코스모스 꽃밭을 만났다. 흐리고 어두운 공간에 불이 켜진 듯 분홍빛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경이롭다! 인생에도 기대도 하지 않았는 데 불쑥 마주하는 빛나는 꽃밭이 펼쳐질 날이 있을까?
산책을 마치고 콩나물 국밥을 먹으러 갔다. 이런 싸늘하고 꾸물꾸물하고 비가 오는 날씨에 떠오르는 딱 적당한 메뉴. 콩나물 국밥은 더없이 맛있었는 데 넓직한 가게 한 가운데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만취 상태로 가고 있는 듯한 남녀 네 분의 목소리는 끝 모르고 높아져만 갔다.
언뜻 보아도 중년은 훨씬 넘은 분들이 술집도 아니고 음식점에서 똑같은 말을 무수히 반복하며 저리 떠들 일인가? 12시에 만취라니 몇시부터 마신건지 참 부지런도 하다. 하, 무시하려고 노력하며 콩나물 국밥에 코를 박고 퍼 먹었다.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적인 허기를 느낀다고 한다. 이 허기가 실제 식욕으로 이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데. 그래서인지 가게를 나서서 초코 생크림 케익을 흡입했다. 핑계가 좋지마는.
나름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는 데 한 여자분이 다가오셔서 "여기 몇 분이 계신건가요?" 라고 대뜸 물었다.
"왜요?" 자리를 양보해달라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난데없이 혼자인가 둘인가 묻는 것에 좀 빈정이 상해서 싸늘하게 답을 했다. 오해를 한 것 같기는 하다. 딱히 몇인지 묻기 보다는 자리가 남으면 좀 내달라는 거였는 데. '혼자 주말의 여유를 유유자적하며 즐기러 왔수다.'
당당하게 묻던 여자분은 일행이 다른 자리를 찾았는 지 황망하게 돌아갔다. 곧 미안한 마음이 들았다. 자초지종을 부드럽게 설명했으면 일인석으로 옮겨서 자리를 바꿔주던지 했을 텐데. 사람들로 바글바글 가득찬 자리를 보니 그마저 쉽지는 않은 상황이긴 하다. 잠시 신경이 쓰였으나 이미 끝난 일.
평화로운 주말 오후가 가만가만 비에 젖어간다. 오늘도 모두 평안하소서.
인생에도 꽃밭이 펼쳐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