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었는 데 믿을 수 없이 춥다. 마치 가을을 건너 뛰고 겨울이 온 것 처럼 과장을 한 스푼 더하여 영하의 날씨같다. 거의 이십도를 넘나드니 체감상으로는 겨울느낌일 수도 있다. 이번 주 날씨를 검색해보면 대략 3~20도까지 천차만별. 추위가 너무 급작스럽게 닥쳐온다. 지난 토요일 자켓 안에 반팔을 입고 한강 구경을 나섰을 때만 해도 한낮의 날씨는 완연한 여름이었는데.
여름에서 겨울로 옮겨온 것인가? 울적하다. 겨울은 좀 우울해지는 계절이기 때문에. 새로 산 유행이라는 얇고 흐들흐들한 트렌치 코트를 입고 왔는 데 추위를 견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에 셔츠 앞 섶을 움켜쥐고 걸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놀라 기침까지 간간히 난다. '머플러가 있어야 겠군.'
이상 기후가 느껴질 때마다 주책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다. 지구의 종말이 다가오는 건가? 300년 후에는 지구에 다시 빙하기가 도래하여 인류가 멸망한다는 데 그 시기가 혹시 앞당겨진 게 아닐까? 아, 적어도 이십년은 더 살거라 예상했는 데 문득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남은 생이 아까워진다. 아직 하고 싶은 일도 꿈도 계획도 많을 나인데. '너는 지구 마지막 날에 나를 만나지 않은 걸 저 세상에서 후회할까. 흥, 제발 그러기를'
주차장에 숨어서 저녁을 먹으러 갈 것인지 잠시 고민을 했지만 먹기로 했다. 추운 데 속까지 비게 되면 우울감이 배가 될 것이다. 이럴 때는 뜨끈한 마라탕이지. 이쯤 되면 마라탕 중독자인가. 다소 배가 고프지 않아도 너무 많이 고른 듯한 면과 버섯과 청경채와 어묵 등을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하, 아직 한 시간 반의 수업이 남았으니 미리 먹어두는 게 한밤의 폭식을 막을 수 있겠지.
마라탕을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하나 골라서 야무지게 먹었다. 어린 시절 이후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쫀득쫀득한 캬라멜 향이 나는 메가톤 바! 오랫동안 냉장고를 지켜온 듯 수상한 얼음이 잔뜩 붙어있었으나 맛에는 이상이 없다. 빙하기에서 너를 구출해냈다.
지구의 종말이 오기 전에 원없이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해봐야겠다. 알싸한 마라탕과 달달한 하드로 오늘 하루 분은 만족이다. 지구 종말이 오기 전에 집에 가서 보일러를 바닥이 찜찔방처럼 뜨거워질 때까지 틀고 자야지. 소박하지만 실현 가능한 오늘의 소원!
지구 종말이 와도 오늘은 먹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