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커피와 재즈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

by 사각사각

주말이다. 서점이 있는 건물을 점찍어 두어서 찾아왔다.

아침 일찍 운동 삼아 나섰기에 아직 오픈 전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매장 쪽을 모두 봉쇄해놓아서 다시 나왔다.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며 주변의 선명한 컬러의 조각상들을 감상했다.


책을 읽고 싶은 날이다. 고심하여 여러 책을 조금씩 읽어보았다. 결국에는 직감으로 골라내는 편이지만. 이 순간의 기분과 감성에 맞는 책을 찾아내고 말리라. 주말의 여유를 한껏 누리며 햇빛이 온화하게 비치는 카페에서 책 한권을 읽고 싶은 날이다. 이런 날은 무조건 사야 한다!


오전 시간이라 카페에는 손님이 없다. 진정 원하는 한적함이 공기을 가득 채우고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만이 함께 한다. 오르내리는 유려한 음계와 함께 춤추는 마음, 하지만 마음 깊은 곳은 심해와 같이 잔잔하고 고요하다.


때때로 의심과 열정의 파도가 치지만 책를 읽으면서 그 소란을 잠재운다. 이 음악은 귓가에 파고들지 않고 아이스크림처럼 공간 속에 스르르 녹아내리고 있으니까. 아, 나지막하게 쿵쿵 울리며 속삭이듯 들려오는 음악은 재즈구나!


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결심했다. 얼마만에 마주하는 커피인가. 수면 장애 때문에 커피를 거의 끊었지만 차차 좋아지고 있고 주말이니까 허락을 하기로 했다. 오늘 밤에 다시 후회할 수도 있지만 지금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건 커피밖에 없잖아. 수면 장애는 아마 이사로 인해 예민해진 신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랫만에 만나는 커피는 놀랄만큼 향기롭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고소함과 씁쓸함과 카페인이 주는 환희. 정신을 완전히 깨워준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 저)라는 책을 읽었다. 칠십이 넘어도 당당하고 아름다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분이다. 역시나 주관이 뚜렷하고 늙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이었다. 이 분의 아름다움은 ' 다움을 잘 아는 것에서 나오는 확신'때문인것 같다.


일상을 쓰는 분이 좋다. 아주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진리같은 것. 결국 삶에서 중요한 건 단순하기 이를데 없다.

지금 주어진 이 순간에 사는 것. 그 안의 모든 걸 충분히 감사하고 누리는 것.


음, 아직 우후죽순 나오는 흰머리를 감추는 염색을 그만두고 삭발을 할 용기는 없다. 하지만 차차 노화를 받아들이고 그 나이에서 풍겨나오는 여유와 지혜로움을 잃지 않고 살아보련다. 염색을 포기한 언젠가는 흰머리가 썩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책과 커피와 재즈가 어우러진 완벽한 순간이 흘러 가고 있다.

다시 붙잡아 올 수 없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