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을 하러 나섰다. 아침이라기엔 간밤에 자다가 깨다가 먹다가 하느라 늦잠을 자서 오전 11시에 겨우 나섰다. 그래도 루틴을 지키고 있고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신이 기특하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운동을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햇빛이 잘 들어오는 풀숲에 누워 명상을 하고 있다. 이 동네에서 자주 고양이를 만나는 데 작은 산이 있고 한적한 주택가여서 그런지 참으로 자연인같은 모습이다. 갑자기 마주치면 잠시 경계의 눈빛을 하고 째려보지만 햇빛이 따땃한 공간에서 나 홀로 졸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이 녀석도 카메라 셔터 소리에 신경이 쓰여서인지 잠시 눈을 뜰까말까 하다가 다시 지그시 감았다.
'눈을 뜨기도 귀찮으니 네 갈 길을 가라.' (고양이)
'네. 얼른 소인은 이만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나)
고양이는 참으로 여유로운 존재다. 틈만 나면 햇빛을 찾아서 낮잠이나 자는 게 일이다. 고양이 뿐만 아니라 물가를 천천히 노니는 새 한마리도 시간이 멈춘 듯 느릿느릿 움직인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물가에 단체로 구경나온 비둘기조차 모두 물을 바라보고 깊은 상념에 잠긴 철학자가 되어 있었다. 단체로 물을 바라보며 도열하여 몸단장을 하는 비둘기들은 단아하고 고고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물가에 사는 비둘기들은 새하얗거나 보랏빛이 도는 등 실로 털빛마저 아름다워 넋을 잃고 바라봤다.
평소에 경망스럽게 잠시도 쉬지 않고 땅에 떨어진 먹이를 쪼아먹던 비둘기들과는 생판 달랐다. 오리도 차가운 물에서 바둥바둥 수영을 마치고 나와 햇빛 아래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어쩌면 인간이 이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 뭐 먹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집을 살까 등등의 무수한 고민과 번민을 하면서. 세상 만물들이 여유자적하며 조선시대 양반처럼 살고 있는 데 인간만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종처럼 일하고 있는 건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가장 고되고 피폐한 삶을 사는 게 아닌가. 집도 절도 없는 고양이, 오리, 철새, 비둘기도 안빈낙도하면서 잘 살고 있는데. 역시 인간 수명이 너무 긴 게 문제다.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의미있는 삶을 살긴해야 겠다. 하지만 여유를 잃지 않고 삶을 깊이 음미하는 시간을 가지리라. 은근히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고 힘들다 징징대면서도 막상 일이 줄어들면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자이지만 인생을 관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잘 살고 있는지 간간이 확인를 해봐야한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빠른 결정을 하고 실행하는 편인데 자제해야할 시점이라 사료된다. 섣부른 선택으로 두고두고 후회하며 폭망하기 전에.
오늘도 고양이는 사료를 적당히 먹고 한가로이 동네 마실을 다니며 따뜻한 햇볕을 오래 쬐면서 행복에 겨운 생을 살고 있다. 혼자서도 꿋꿋이 자기 길을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