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이 높은가?

아마도

by 사각사각

나는 공사다망한 인간이다. 에너지가 소진되면 짐짝처럼 널브러져 쉬고 있을 때가 많기에 나의 갑작스러운 열정은 사람들을 놀래킨다. 왜냐면 총 에너지가 적은 편인데도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에너지를 끌어올려 집중하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도 보통은 일하다가 한 시간 정도 비어있는 시간에 집중하여 쓸 때가 많다. 부유하는 정신을 붙들어 자판에 묶어 놓는다. 친구가 없어도 카페에 앉아 글에게 말을 건다. 퇴고가 필요하긴 하지만 순간적인 감정에 붙들려, 휘리릭 한번에 써 내려가는 스타일이다.


(부족한 부분은 끊없이 쓰면서 반성하겠습니다. 따위로 쓰지 말라고 욕 먹을까봐 급 공손 모드)


어쩌면 이런 습관은 몸의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리라. 허투루 낭비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없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다. 성급하여 잘못된 선택과 집중을 할 때도 많지만. 길을 잘못 들었다 싶으면 털고 일어나 덤불을 헤치고 새 길을 찾아간다.


그래서인지 회복탄력성도 높다. 감정적인 F인간이라 내 마음을 뒤흔드는 일이 생기면 그 감정에 푹 빠져버린다. 주체가 되지 않으면 운전대를 잡고 폭풍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차에서 내리면 또 언제 그랬나는 듯 정신을 차리고 제 할일을 다하고.


이런 내 자신이 프로같고 대견스럽다. 하하. 보통은 깊은 슬픔의 바다에서도 이틀이면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온다. 그래서 아직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눈물을 펑펑 흘리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그래, 이제 끝이다. 더는 어쩔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게 벌어진 상황을 인정하면서 상처받은 마음이 회복되어 간다. 왜냐하면 인생에는 늘 다른 기회와 선택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나간 과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일에 매달릴 이유가 없으므로.


살포시 다친 마음 위에 포근한 이불을 덮고 들여다보지 않는다. 온갖 관심사와 일들에 다시 전념하면서 기억이 점차로 흐려지기도 하고. 이러니 쿨하다는 거다.


이렇게 일주일이 흘러가서 내 마음은 다시 평정상태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이 불편한 기억을 끄집어 내고 환기를 시킨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처럼 뜨끔하다. 진심으로 나를 위한 일이었어도 달갑지가 않다.


('헤어지는 중입니다'처럼 잊어가는 중입니다) 쓸데없이 여러 일들을 되새기면서 당시의 감정에 빠지고 혼자 상처를 많이 받는 자인데.


아, 때로는 아무 말 없는 위로가 훨씬 나을 수 있다. 그 기억은 땅 속에 묻어두어야 하는데 파헤쳐서 주위만 흙으로 어지럽힌 결과가 되기에. 그저 아픈 사건을 잊어주고 다른 이야기로 전환하는 게 진정한 위로일 수도 있다.


신경이 예민한 인간의 회복탄력성은 망각에서 시작된다. 사로잡혔던 생각에서 벗어나서 훌훌 놓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뜻한 눈빛과 말없는 위로, 잊지 말자.

배부르면 잊는다. 그래서 비만이 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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