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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Nov 27. 2022

열정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열정'을 읽으며

오늘은 철저히 혼자 있기로 했다. 내 머리속에 떠도는  가지에 꽂힌 끝없는 번민과 생각을 지울 필요가 있어서이다. 인간 관계의 끈끈함과 복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날이기도 하고.


서점으로 향했다.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 소설 코너를 둘러보았다. 언제나처럼 잠시 몇 권을 만지작거리다가 눈에 훅 들어오는 책을 골랐다. 어떻게 쓰면 '2022 노벨 문학상'이란 걸 궁금해서 '단순한 열정'(아니 에르노 저)을 선택했다.


제목조차 취향에 맞는 것이 '단순'과 '열정' 모두 선호하는 단어다. 단순을 좀 더 좋아하긴 하나 열정이란 누구나 마음속에 깊이 품고 있는 단어가 아닌가. 지루하기 그지 없는 일상에서도 어느 날 씨앗이 움터 희망의 꽃을 피워 만개하게 부추기는 단어 '열정'


노벨상 심사자들도 이제 현실을 자각한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예전에 읽었던 수상작들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일생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나 형이상학적인 관념들을 엮어놓아서,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고 자기 혼자만의 세상에서 쓴 것 같고, 그저 일반인들은 못 알아들을 멋진 글이라고밖에는 평할 수가 없다 (무식해서인지도)


작가는 프랑스 분인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 하하. 말만 통한다면 친한 친구처럼 아주 즐겁게 몇 시간동안, 지난 남자들과의 과거사를 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언니와 와인 한잔 하고 싶으나 웬만해서는 안 만나줄 것 같으니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지. 사고가 비슷한 구석이 있고 이 분이 쓴 몇 몇 구절은 비슷한 상념에 빠져 보았기에 진정 이해가 되었다. 밑줄을 긋고 음미하고 싶은 문장들이다.

 

유부남과 사랑을 해 본적은 없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사랑을 하면서 느끼는 절절한 감정들이 눈에 보이는 듯 그려진다. 아마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봤거나, 지금 빠졌거나, 앞으로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다만 조건이고 뭐고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가볍게 제치는, 금사빠 기질이 넘치는 NF성향이 강해야 한다. 게다가 완전히 소유할 수 없는 사랑이라니 얼마나 애잔하고 비극적인가.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독립된 인격체를 완전하게 내 것으로 만든다는게 가능할 일일까? 기에서 우리는 사랑에서도 얻을 수 없는 인생의 외로움과 고독감부들부들 떨며 몸부림치지 않나.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인간은 영원히 혼자일지도 모른다. 근원적인 외로움이 약간은 덜어질지라도. 죽을 때도 혼자 가는 것처럼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아직 3분의 1을 읽었을 뿐이지만 언젠가는 유사한 소설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실상은 간절히 쓰고 싶다. 누군가는 미쳤느냐 할지라도 살아있음을 생하게 느끼기에 사랑만한게 없는 것 같다. 엄청난 소설을 쓰려면 무엇보다 사랑을 해야겠는걸. 소설이 먼저인지 사랑이 먼저인지는 헷갈리지만서도.


다만 성적인 표현은 자제하리라. 왜냐하면 인간이 동물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꺼린다. 인간은 분명히 동물과에 속해있기는 하다. 하지만 인간은 그보다는 한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신념때문에 성적인 걸 공공연히 말하거나 하는 게 싫(몰래 읽기는 한다). 잘못했다가는 요즘 세상에 성희롱에 들어간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인간은 동물이라는 걸 인정하는 이중적인 다. 사랑은 단순한 호르몬의 작용이라기보다는 좀 더 심오한 무엇으로 남겨두고 싶다. 팔자가 불운하고 의심이 고개를 들지만, 제대로 된 사랑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싶다. 감히 고귀한 사랑을 더럽히지 말지어다. 하하. 이건 정말 스스로 돌아봐도 가증스러운 발언인데.


어쩌면 그조차 가뿐히 넘어서야 벨상을 받을 수 있는지도. 사람들이 자전적인 소설이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지만 일부는 경험에서 우러나왔다고 세상 멋있게 그윽한 눈빛으로 답해야지. 사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도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걸 쓸 수는 없지 않나. 어느 정도는 간접경험이라도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훌륭한 아니 에르노 작가님은 '나는 경험하지 않은 건 쓰지 않는다'고 당당하게도 밝히셨지만 난 그 정도로 사생활을 드러내거나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으니, 허구가 섞였다고 해야겠다.


이렇게 또 상으로 소설쓰고 있다.

사랑을 공감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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