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을 먹으러 갈 작정이었는 데 속이 썩 편하지가 않다. 그렇다면 케익과 차로 대신 할까 하여 카페에 왔다. 다음 수업이 있으니 굶을 수는 없지. 오레오 치즈 케익을 흡입하고 나니 저녁도 먹을까 싶다. 이럴거였으면 마라탕 먼저 먹었어야 했는데. 본식과 후식을 뒤바꾸다니. 어차피 둘 다 먹으려 했으니 바꾼들 어떠하리.
밖에 비가 살짝 내리고 있다. 이 카페의 창은 시원하게 커서 비오는 거리를 바라보고 있기에 좋다.
머리속이 분주한 하루였다. 원래 멀티 태스킹을 잘하지 못하는 데 이런저런 다반사가 겹치면 몸과 마음이 피곤해진다.
공부방을 운영하려면 개인교습소 신청이란 걸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원룸을 계약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소지가 정해져 있지 않아 교육지원청에 서류를 낼 수가 없어서 회사에서 임시로 접수하기로 했다. 아뭏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나 해결은 됐다.
게다가 회사에 출근이란 걸 해야 한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 정도 미팅을 하는 거지만 과외를 완전히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근까지 해야 한다니 막막하다.
밤 열시에 퇴근하여 아침 열시에 출근이라니. 누가 보면 불철주야로 돈을 대단히 버는 줄 알 것이다.
과외를 싹 그만두고 싶었으나 공부방 학생들 모집이 한번에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여 당분간 병행하기로 했다. 먹고 살려니 방법이 없다.
바라는 바는 공부방만 오후1시부터~6시까지 깔끔하게 운영하는 거다.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최적의 위치를 정하여 학생들도 속속 모집되도록. 이 얼마나 아름다운 근무시간이런가. 이 정도라면 세상 밝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으리.
나의 장래 희망은 동남아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해변에서 산책하고 슬렁슬렁 노는 것인데 왜 이리 일복이 터지는 지. 이제 방법은 하나. 공부방으로 대성공하여 떼돈을 벌어 '공부방으로 10억 벌기' 이런 제목의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를 만든 후에 홀연히 이 땅을 떠나는 거다.
어, 영원히 죽을 때까지 은퇴를 못하겠는걸.
그럼 5억? 아니면 3억, 그것도 아니면 1억?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야 할지 가늠이 안되어 줄일 수가 없구나.
한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하지만 난 노는 게 제일 좋아.
뽀로로와 손잡고 근심없이 저 푸른 초원을 뛰어 다니고 싶은 자이다. 돈이고 뭐고 딱 먹고 살만큼만 벌면 그 이상 원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사정이니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지 아니할 수 없다. 식비가 너무 드는 것 같아서 끼니를 줄이려 했으나 먹지 않으면 기력이 떨어져서 여의치 않았다.
돈 벌기 싫어서 장수도 할 수 없는 게으른 인간이여.
위와 장의 급격한 노화가 느껴진다. 건강검진과 함께 내시경도 할까 생각중이다. 으윽, 전날 속을 탈탈 비워내야 하는 대장내시경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데. 혹시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큰 병에 걸렸을 수도 있지 않나. 이렇게 비실비실하니 돈을 더 버는 것 보다는 지금 건강하고 조화롭게 사는 게 목표다!
주기적으로 징징거리나 또 일은 계속 벌리는 편.
누구를 탓하랴.
아직 살만한가 보다!
예쁜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