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인데 벌써 일찌감치 중2병이 걸린 것 같다. 갈 때마다 툴툴거리며 피곤하고 졸리고 어깨, 목, 눈, 배 등등 돌아가면서 아프고, 병원에 가려는 데 어머니가 퇴근 안하셔서 혼자는 갈 수가 없이 멀고, 숨이 차게 많은 이유를 들어가며 수업받기 싫단다.
십대의 펄펄 날아다닐 나이에 지천명인 교사에게 아프다고 난리니 기가 찬다. 그래도 그 하소연을 다 듣고 토탁거렸다. 실질적인 조언으로는 "여자들은 건강한 남자들을 선호한다, 자꾸 아프다고 하면 앞으로도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다." 등의 헛소리를 곁들이며.
이 아이는 몸에서 안 아픈 곳을 찾는 게 더 쉬울 듯 하다. 어쩌다 한번도 아니요 만날 때마다 잔뜩 부은 얼굴로 이런 소리를 하면 기운이 쪽 빠진다. 기분상태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날도 간혹 있긴 있다. 그렇다고 공부에 매진하는 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노래도 듣고 흥얼거리기도 한다. 내 기분이 좋은 날에는 마음을 풀어주려고 "성장통인 것 같다며 키가 180까지 쑥쑥 더 클 거라고" 농담을 했다. 어떤 날은 피식 웃는다.
'내 참, 더러워서.'생전 와 보지도 않은 도시까지 사십분을 죽어라 허위하위 달려서 욌건만 올 때마다 이런 볼멘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누누히 주장한대로 먹고 살기 쉬운 일이 없다!
눈높이에 맞춰 일장 연설을 했다. "학교 다녀온 너처럼 일하는 나도 피곤하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하루만 견디면 쉴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고 버티는 거다. 아이나 어른이나 누구나 비슷하게 살고 있다. 육십까지만 일하려고 했는데 수명이 길어져 팔십까지 살 수도 있어서 고민이다. 월 이백으로 계산해도 은퇴 후에 4억은 필요하다. 등등."
일생의 피곤함을 총망라하여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래퍼를 능가하는 속사포랩처럼 쏟아놓았다.
"내일은 주말이지 않니? 즐거운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라. 인간은 긍적적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
아이는 말없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으나 여전히 피곤한 것 같았다. 그저 한주 동안의 피로가 쌓여 쉬고 싶은 것일수도 있으니 벌렁 누워서 자는 것이 답! 갱년기 장애처럼 청소년기 장애에 걸린 거다. '공부하기 싫어병'일수도 있고 혹은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세상만사가 불만이고 부정적인 상태. 문제는 중2병에는 약도 없는 것 같다.
주말이니 제발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 다음 주에 만났을 때는 반갑게 맞아주고. 덧없는 바람이런가. 저 아프리카에는 돈이 없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일하며 공부하고 싶다고 안달인 아이들도 많던데 내 팔자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이런 아이들은 방학때 미국에 어학연수를 보낼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한번씩 체험 연수를 보내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거기서 하루종일 물 속에 쭈구리고 앉아서 사금캐기 같은 거라도 해보면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깨달으며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곧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아프리카가 너무 멀다면 동남아 오지에도 이런 동네가 있을 것 같으니 한달씩 다녀오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경험하고 내가 처한 환경에 감사하며 느끼는 바가 많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