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은 다분히 어그로성이 있는 것 같다. '대체 뭐야? 좋은 유전자라니.' 이런 생각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거다. 사실 기사나 에세이에서 제목이란 매우 중요하다. 제목이 눈길을 끌면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이 움직이게 된다. 인간의 타고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뻔하고 자극적인 제목은 또 반감이 생겨서 안 누르고 싶다. 그러니 적절하게 관심을 끌면서도 내용과 동떨어지지 않는 제목을 뽑아내야 한다. 예를 들면 '좋은 유전자의 조건 3가지' 이런 제목은 왠지 한번은 보고 싶지 않나?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을 것만 같아서.
한참 제목에 대한 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유전자에 대해서 언급해보겠노라. 이건 나 자신을 북돋우고자 하는 의도로 쓰는 글이다. 마음이 문득 울적해지고 순간적으로 슬픈 감정에 빠져드니, 자아의 흘륭함을 되새겨서 위로를 해보려고 한다.
유전자라니 나의 부모님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는 몇 번 언급을 했었지만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를 거쳐 한 때는 편집장을 하시기도 했다. 그 신문사는 꽤나 들어봤음직한 곳 중에 하나였다.
기억이 나는 한 장면은 어둑어둑한 방에서 스탠드를 하나 달랑 켜고, 아버지가 책상도 없이 바닥에 엎드려서 원고지에 쓰인 글을 빨간 수성펜으로 고치고 있던 모습이다. 그 네모난 격자무늬가 있는 원고지, 요즘에는 찾아보기도 힘든 그 원고지를 몇 층으로 쌓아놓고서. 때로는신문의 사설을 쓰기도 하셨다.
딴소리를 또 하나 하자면, 가끔 '원고지 200매 이내'라던가 하는 공고를 보면 나 홀로 빈정거린다. '요즘에도 원고지에 글을 쓰는 사람이 있나?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지. A4 몇 매로 고칠 생각이 전혀 없는 건가?'인터넷을 열어서 대체 원고지 200매는 A4로 몇장인가 검색을 해본다. 이건 다분히 아버지의 냉소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다시 유전자로 돌아와서 '아버지에게서 글쓰기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쓰고 싶다. 자평을 하자면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며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거침없이 쓴다. 쓰고자 하는 주제가 머리 속에서 떠오르면 한번에 쭉 써내려가는 편이다. 한 시간이면 A4 2장 정도 써서 완성한다.
퇴고를 해야 하지만 일단 완벽하지는 않아도 떠오르는 문장을끝까지 쓰고 본다. 나중에 수정하거나 보충하거나 하면 되기 때문에. 상당히 즉흥적인 스타일이지만 몇몇 분들이 계속 읽어보고 싶은 매력이 있는 글이라 평하고 호응이 예상보다 한층 좋을 때도 있다.
어머니에게서는 긍정성향을 물려받았다. 어머니는 팔순이 몇 달 안 남으셨지만 아직도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모습이 있다. 어떻게 보면 철이 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늘 긍정적이고 귀염성이 있으시다. 나의 어머니가 2기 말의 유방암을 이겨내신 것은 이 긍정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러니 나의 부모님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평가하자면 아버지는 비관적이고 어머니는 낙관적인 성향이었다. 이 두분은 기름과 물처럼 충돌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서로의 상반된 성향을 칭송하고 어우러졌더라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으나 비난하고 대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체 무엇에 반해서 결혼을 했던건가? 그 다름의 치명적인 매력에 끌린 게 아니었나?
제목에서 주장한대로 양쪽 부모님에게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어차피 타고난 유전자를 거스를 수는 없으니 이상적이라 여기는 게 앞으로의 삶에도 득이 되리라. 믿는대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반전으로는 두 분 다 그리 체질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심부전증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암에 걸리셨으니 가족력이 흐른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지병이 많은 편이다. 이건 식습관 개선과 운동과 긍정성으로 이겨내 보련다. 팔십까지는 건강하게 살아보고자 계획한다면 유전자의 저주를 이겨내야 한다!
퍼즐과 터닝B 라는 회사에서 전자책을 출간하여 등록하였어요. 제목은 ‘30억이 있어도 공허하다면’입니다. 궁금하시면 한 번씩 방문하여 제 책을 읽어주세요. 책 홍보를 살짝 곁들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