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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May 28. 2019

배움을 위한 배움

190528 - Learning How to Learn (1)

    퇴사 후 읽기와 쓰기가 내 주 일과가 되었다. (사람 만나기를 빼면 정말 읽고 쓰고, 공부하는 데 푹 빠져있다.) 특히 요새는 데이터 싸이언스에 관한 글을 학원 수업 복습겸 찾아 읽게 되는데, Medium에서 원래 스탠포드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저널리스트였다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전향한 사람의  속에서 Coursera의 강의 중 아주 흥미로운 강의를 찾았다. 바로 Learning How to Learn(배움을 위한 배움)!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암기나 받아적기와 같은 주입식 교육을 배움을 위한 주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과연 스탠포드 저널리즘을 전공한 학생이 추천하는 '학습'에 대한 강의는 어떨까 싶어서 총 4주치 강의 중 2주치 강의를 이틀 만에 들었다. 오늘은 그 내용을 복습 겸 정리해 나누고자 한다. 


    수업 자체는 한 주치 강의가 1시간에서 2시간 남짓한 강의이고, 5분에서 10분짜리 토막 강의 여러 묶음이 한 주치이다. 게다가 매 동영상마다 하나의 복습 문제가, 매 단원마다 복습 퀴즈가, 매 주말 마다는 대단원 퀴즈가 있어서 수업을 들은 후에 자동적으로 복습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시스템은 다른 코세라 강의에도 공통적인 특질이지 싶다.)


    수업은 뇌과학에 관한 상식들을 연관시켜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소개시켜 주는데, 짤막짤막한 강의에 다양한 시청각 자료도 활용되고, 영어도 비교적 쉬워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있는 그대로의 수업을 들으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여 아래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을 만끽하며, 같은 것을 배워도 빠르고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싶은 초심자의 마음으로 들은 2주차까지의 강의 중 발췌한 흥미로운 부분들. 






1. 생각하는 데에는 두 가지 모드가 있다. 

집중 모드(Focused Mode)와 확산 모드(Diffused Mode)

    집중 모드와 확산 모드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하나의 뇌로 두 모드로 멀티 태스킹을 할 수 없다. 즉, 한 가지 모드로만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집중하는 것만큼이나 뇌에게 휴식을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뇌가 집중할 때만 활동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뇌는 우리가 풀어져 있고(relaxed), 집중하지 않을 때에도 운동을 하는데, 위의 그림을 예로 생각하면 좋다. 


    집중 모드의 경우에는 촘촘한 생각 기둥들이 있는 곳으로 생각의 공(핀볼과 같은 하나의 생각)을 던지는 것과 같아서 비교적 연관성이 있고, 집중된 생각의 기둥들에서 좁고 집중된 상태로 생각 교류가 일어나게 된다. 반면, 확산 모드에서는 생각 기둥들이 비교적 널찍널찍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생각의 공(핀볼)을 던지면, 연관성이 없는 다른 분야의 생각까지에도 영향을 미쳐서, 엄청 다양한 스펙트럼의 생각들을 연관지을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천재적인 예술가들이나 발명가들이 놀라운 창조의 순간에는 하나의 문제에 골똘히 임하지 않고, 오히려 "풀어져 있었다(relaxed)"고 답변했기도 하다. 초현실 예술가 달리 역시 속된 말로, 멍 때리면서 상상을 하고 있다가 열쇠가 손에서 빠져나가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떴고(졸음 상태는 아니었는지 의심이 되기도 하는데^^;) 그 공상 시간 동안 머릿 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캔버스에 옮겼다고 한다.



2. 누구나 미룬다. 

하지만 미루는 것도 '관리(Manage)'할 수 있는 사람이 승자인데,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

"뽀모도로(Pomodoro)"기법을 사용해서!

뽀모도로 = 토마토의 이태리어

    하기 싫은 일을 맞닥뜨리면 누구나 일을 미루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일을 미루는 이유는 하기 싫은 일이 소중한 나의 기분을 나쁘게 해서이고, 기분 나쁜 것을 회피하면, 즉 미루면, 잠시 잠깐은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루기는 습관이 되기 쉽다. 미루기가 뇌에 보내는 행복감 내지는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효소에는 중독이 일으키는 효과와 비슷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미루는 게 습관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뽀모도로 기법이다. 뽀모도로 기법은 25분 동안 집중 모드로 무언가에 몰입하고, 5분 동안은 쉬는 방식인데, 뇌에게 휴식과 집중을 번갈아가며 주는 측면에서 뇌운동도 되고 일을 미루지 않고, 25분 동안은 죽을 똥 살 똥 일에 돌입하자는 측면에서 미루기 예방에 좋다. (물론 뽀모도로 기법도 미룬다면 정말 심각한 상태겠지만) 


    그리고 미루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미루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게 필수이다. 습관은 어떤 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실천하게 해주어서, 그 행동을 하기까지 우리가 의식적으로 쏟아야 하는 노력을 아껴준다. 즉, 생각 에너지를 아껴주는데, 4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Cue (시작 싸인)   >>   Routine (공통 행동)   >>   Reward (보상)   >>   Belief (믿음)


    시작 싸인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게끔 하는 트리거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보내온 메시지, 아침에 눈을 뜨게 하는 알람 등이 그것들이다. 반면, 공통 행동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 그 자체를 의미한다. 강화하고 싶은 행동이라면 강화하고 싶은 행동, 없애고 싶은 나쁜 습관이라면 나쁜 습관이 그것이 되겠다. 그렇다면 보상은? 보상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한 후에 주어지는 당근과 같은 요소이다. 힘들게 운동을 하고 와서 한 편의 재미있는 드라마를 시청할 수도 있고, 공부를 집중해서 하고 난 후에 좋은 음악 감상을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요소는 '믿음'이다. 내 습관이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믿음, 반복된 행동은 습관이 될 것이라는 믿음, 결국 더 나아지고 있다는 등의 믿음(혹은 그와는 반대로, 난 바뀌지 않을거야, 망했어와 같은 부정적인 믿음들도 포함한다!)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위의 네가지 요소에 대해서 자신에게는 무엇이 맞고, 맞지 않는지 잘 생각을 하고 적용을 해봐야 한다는데, 요즘 운동을 습관화하고 있는 나로서는 재밌는 부분이 "엄청나게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더라도, 심지어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이더라도, 누구나 처음 시작할 때는 뭔지 모를 두려움과 기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 좋아하더라도, 뭐든지 시작할 때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공포 반응을 어떻게 없애는 게 좋냐? 그냥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로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시작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두려운 마음은 사그라들고 어느새 집중하고 있으니까.


    또 이렇게 미루기를 버리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Process than Product)"이라는 마인드 셋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숙제 하나를 끝내야 한다고 치자. 사람들은 숙제 안에 있는 5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우리 머릿 속에 있는 '미루기 원숭이'는 숙제를 시작하려고 하는 당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섯 문제인 걸 뭐~ 내일 아침에 시작해도 수업 전에는 끝날거야~


우리를 미루게 하는 건 다 요놈의 원숭이시키 때문일 거야.. 그럴 거야..


    하지만 이성적인 '나'는 절대 그럴리가 없음을 알고 있지만, 저놈의 원숭이의 꾀임에 넘어가 어느 새 오늘은 놀고 내일 숙제를 하는 괴상망측한 상황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다섯 문제"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과정, 즉 '다섯 문제를 일단 풀기 시작하고 나서 걸리는 시간이나 양'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과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일을 시작을 하게 되고, 일을 시작을 하게 되면, 어느 순간 다섯 문제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문제 그 자체에 몰입되어 풀어나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3. 자신감이라는 환상 (Illusions of Competence).

밑줄 많이 긋는 게 공부 잘 하는 게 아니듯, 이해했다는 생각도 환상에 불과하다.

대신, '회고하기(Recall)'와 자꾸 '미니 테스팅하기(Mini-Testing)'를 실천해야 한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하루에 20번 똑같은 것을 쳐다볼 게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20번을 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이 강의에서 중요하게 짚어준 또 하나의 공부법이 있었다면, 바로 '회상하기'이다.


    연구에 따르면 다른 어떤 공부 방법보다 (마인드 맵을 그리는 것 보다도, 혹은 같은 사실에 대해 여러 번 다시 읽는 것보다도) 더 학습 효과를 늘리는 공부법은 바로 '회상하기'였다. 방금 새로운 개념이나 사실, 혹은 수업을 배웠다면 그 개념, 사실, 수업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받아적지 말고 (이해하지도 않고 받아적는 것은 때로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개념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에도 방해가 된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한 번의 배움이 끝나면 그 배움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차차 머릿 속으로 복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복기하고 회상하는 과정에서 뇌는 알아서 새로운 사실들을 우리가 예전에 배운 사실들과 연관시키기도 하고, 조직화하기도 하면서 크고 작은 그림들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러한 회상하기를 돕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미니 테스팅하기.' 스스로에게 질의응답이 될 수도 있는데, 바로 자기 자신에게 배운 사실들에 대해 묻고 답하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다. 실수를 해도 괜찮은데, 그 이유는 오히려 실수 하는 것이 더 장기 기억으로 기억하기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개념들 외에도 새로운 개념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쉬운 것들을 계속 반복해서 공부하기 보다는 간간히 어려운 개념이나 사실들에 도전하여 자극을 주는 것이 뇌에는 운동처럼 더 자극이 된다는 이야기, 계획을 아침에 짜는 것보다 전날 짜는 것이 뇌가 밤새 운동하게 해주어서 더 좋다는 이야기, 아침에는 가장 하기 싫지만 가장 중요한 일부터 끝내는 게 좋다는 이야기, 잠은 낮 동안 뇌에서 만들어 낸 독극물 같은 요인들은 분해해주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며,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할 때면 꼭 잠을 자야 한다는 이야기(뇌는 계속 그 문제를 풀려고 자면서도 활동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생각들을 연관짓기 때문에..) 등이 모두 재밌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면서도 강의 교수님이 인터뷰하신 다른 뇌과학 분야 교수님의 마지막 말씀도 인상 깊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대략 아래와 같은 뉘앙스였다.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똑똑해지려고 하지 마세요. 똑똑하다고 모두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똑똑한 사람들 중에 성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요. 하지만, 열정과 끈기. 이 두가지는 반드시 당신을 성공하게 해줄 겁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열정과 끈기를 가지세요.



    GRIT을 연상시키게 해주시는 말씀이었는데, 정말 강력하게 공감하며 들은 말씀이었다. 배움을 위한 배움이라는 강의도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위한 배움이어야 한다. 단순히 더 많은 것을 머릿 속에 저장하고, 알려 들기 위한 배움이라면 무슨 소용일까. 결국은 '하고 싶은 일,' '하고자 하는 일,'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정의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배움으로 앞 부분 2주의 강의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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