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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Jun 21. 2019

나찾글3. 삶 속의 놀이공원을 만들어가는 삶

190620 [3주차-내가 원하는 삶]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있다면

    어렸을 때, 심장이 콩닥거려 잠을 못 이루던 몇몇 날들이 있었다.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놀게 될 다음날 아침을 상상하는 전날 밤이, 산타 클로스의 선물을 뜯어보게 될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 가족들과 놀이공원에 향하게 될 소풍 전날 밤들이 그랬다. 그래서 아주 쪼오금 더 머리가 크자 했던 생각은 365일이 전부 크리스마스나 할로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유치원에서 하라는 수업은 안 하고 매일매일 야외로 소풍만 가서 보물찾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또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내가 아예 테마파크를 만들어 버릴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엉뚱한 생각들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오늘 본 토이스토리 4에서 본 한 장면이 그때 그 날들의 찡한 즐거움과 따뜻한 동심을 떠오르게 해주었다. 놀이공원에서 엄마아빠를 잃어버려 부스와 간판들 사이 어둠 속에서 훌쩍이던 아이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한 아이가 어떻게 부모님을 찾아야 할지 부모님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낙담하고 있었다. 그러다 자신처럼 길 잃은 인형을 하나 발견했다. 발견하자마자 아이는 울음을 그치며 인형을 품에 안았다. 나는 그 아이가 인형 덕분에 힘을 얻었다거나 인형을 위로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너도 길을 잃어버렸니? 저런, 내가 도와줄게. 우리 같이 부모님을 찾아보자.


    머리가 뎅-했다. 아이가 힘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도 어둠 속에서 울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아이가 새로 사귄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사람들이 많아 위험천만한 빛 속으로 나아가 경찰관에게 부모님을 찾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인형으로부터 위로를 얻기 보다, 연약한 자기 자신보다 더 연약한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 스스로 힘을 내며 강해지는 아이의 모습이 나에게는 그 어떤 장면보다 감동이었다. 그래서 나도 최근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이 동심을 마음 한가득 안아 본다. 나에게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요술 램프가 생긴다면, 아래의 세가지 소원을 빌어보고 싶다.



     [아주아주 비현실적이지만 신나는 세가지 소원]


     하나.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원하는 책들이 그 무엇이든 바로바로 번역되어 읽어볼 수 있는 만능 번역기와, 배우고 싶은 것 무엇이든 배울 수 있게 해주는 돋보기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나는 어떤 아이들이든, 아이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로 태어난다고 믿는다. 단지 중국 어느 산골에서 사는 아이는 가족들의 농사 일을 도우느라 그 일 너머의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살 뿐이고, 아프리카의 어떤 아이들은 물을 길으러 먼 길을 가고 공장 노동을 하느라 학교라는 공간이 있는지도 모를 뿐이다. 그래서 가능하기만 하다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전기와 장비와 교육 도구들(아마 지금의 기술이라면 AR, VR이겠지?)과 선생님들이라는 인프라를 최대한으로 구축해주고 싶다. 가능성이라는 선물을 공평하게 안고 태어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들에게, 자신들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우쳐 주어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하고 싶다.


    둘.

    그렇게 해서 환경오염을 막고 싶다. 남극에서 쓰레기장을 뒤지느라 흑곰이 되어버리는 북극곰 가족들을 원래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하고 싶다. 잠겨가고 있는 섬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서 국가기밀 서류들에 서명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대통령을, 그 나라의 국민들을 더 세계 곳곳에 알리고 싶다. 남들보다 더 화려한 집, 화려한 옷, 화려한 음식을 먹기 위해 어쩌면 남들보다 더 많은 쓰레기를 생산해내고 있을지 모르는 우리 개개인들에게 행복은 비교에서 오지 않음을, 서로 보듬고 나누며 도울 때 더 벅찬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함께 느끼고 싶다. 또 지구가 오염되었기 때문에 화성으로 이민을 갈 준비를 하자고 할 게 아니라, 우리의 실수로 인해 지구가 오염되었으니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이미 엎질러진 실수를 다시 만회하기 위해 노력해보자고 하고 싶다.


    셋.

    세계 정상 회담에 참석해 보고 싶다. 그리고 그 정상들은 각 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뽑지 않을 것이고, 나이 순으로 뽑지도 않을 것이며, 돈이 가장 많은 사람으로 뽑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 가장 지혜롭다고 회자되는 사람, 마지막으로 가장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사람을 뽑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논의일 뿐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정상 회담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회담에 나도 어깨 너머로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눈 이야기를 세계 곳곳에 알리며, 실천되게끔 하고 싶다. 물질적 풍요를 논하기 보다, 정신적 풍요를 논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심리 상담을 편견 없이, 차별 없이 받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범죄자들이 그들 스스로 범죄자가 되기 전에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지 등등을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요즘엔 놀이공원 가는 날만을, 소풍을, 크리스마스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 때 그 시절보다 머리가 더 커졌다. 게다가 요술 램프도 없어서 안타깝게도 허무맹랑한 소원을 빌지는 못한다. 그 대신 구체적으로 그리고 싶은 삶의 모습이 있다. 



    가족


    궁극적으로는 백발이 성성할 때, 나처럼 백발이 성성한 남편과 함께 석양이 지는 해변에서 맨발 사이로 느껴지는 모래와 잔잔한 파도의 감촉을 느끼며 느린 재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다. 그때까지는 하루하루 각자의 일터에서 치열하게 일했다가도, 집에 돌아와서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따뜻한 포옹을 나누며 함께 만들어나갈 작은 성취와 추억들을 이야기 하고 싶다. 아이들은 20세가 되면 독립시켜 줄 것인데, 그 전까지는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내가 얼마나 요녀석들을 사랑하는지, 그래서 지난 한 주는 뭘 칭찬해주고 싶은지 짧고 굵은 편지를 써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지혜가 많은 아이들로 커나갔으면 좋겠기에, 나부터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자 매일 조금씩이라도 독서와 글쓰기는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며, 자유와 책임을 가르치기 위해 나부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그들의 사춘기 때에는 가장 논의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 주고도 싶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즐겁게 키운 뒤에는 남편과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 때로는 해외 봉사를, 때로는 해외로 강연을, 또 때로는 자선 파티를 열어 세계 곳곳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금도 모으고 싶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날들은 알람을 맞춰두지 않고 이불 속에서 함께 늦잠을 자고, 더울 때에 물놀이를 가며,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싶다.



    일


    내가 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까지 가보고 싶다. 젊어서는 최선을 다해 일해서, 여러 번의 커리어 점프를 통해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보고 싶고, 만약 그러기 전에 더 유용할 것 같고 더 만들어보고 싶은 제품/서비스가 생긴다면 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보고도 싶다.



    관계


    세계 각국에 막역지우들을 만들고 싶다. 가장 친밀하게는, 나를 믿고 추천해주는 3명의 직업적 멘토(롤모델),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3명의 동료,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 3명의 후배들도 만나고 싶다.(사실 더 많이 만나고도 싶은데, 이미 이런 소수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 같고, 내 시간과 자원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욕심은 덜 내기로 한다.) 연봉이 쌓일 때마다 기부를 조금씩 늘려가고, 40대 이후에는 장학 재단도 만들어 보고 싶으며, 백발과 함께 지혜가 많아지는 나이가 되면 전세계에 사귀어둔 막역지우들과 함께 후손들을 위한, 좀더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해보자고 작당모의를 해보고 싶다.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일들임은 안다. 하지만 커가면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 놀이공원이, 크리스마스가, 그리고 소풍이 즐거운 이유는 우리가 놀이공원에 가는 단 하루 덕분이 아니라, 그 하루가 있기까지 보내게 되는 수많은 평범한 364일 덕분임을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바라는 단 한가지가 있다면, 그 평범한 364일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단 하루의 놀이공원 가는 날을 기다리는 날들로 채우는 대신 놀이공원을 조금씩 만드는 하루하루들로 채우며 살아가고 싶다. 나에게는 알라딘의 요술 램프가 없지만, 그 대신 내가 원하는 삶 무엇이든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상상력과 실천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제는 매일매일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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