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미셸 Michelle Jun 17. 2019

나찾글2. 당연하지 않은 삶

190613 [2주차-내 삶의 목적]

    '삶의 목적'이라니, 이번 주제를 받고 아차 싶었다. 제대로 어려운 주제에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글쓰기 단장님께서 힌트를 주셨다. '묘비명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을까'가 그 핵심 힌트였고, 내가 최종적으로 이루고 가닿고 싶은 목적지, 그곳에 가닿기 위해 내가 3-5년 후에 되어 있을 모습 등도 또 다른 힌트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떻게든 더 멋지고 즐겁게 살려고는 아등바등 노력하면서, 한 번도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번 기회가 참 감사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모두 생경해졌다.


    사실 얼마 전에 아빠의 먼 상사 분의 아드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다. 아빠는 상사이심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에 갈 수 없겠다고 하셨다. 감히 그 마음을 헤아려 위로해 드릴 수가 없어서가 그 이유였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예전 회사 모임에서 식사를 할 때 나도 잠깐 뵌 분이셨는데, 그때 하셨던, '일 때문에 가족들에게 못난 아버지인 것 같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근데 그랬던 분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아들을 잃으셨다는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무어라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삶을 당연하게 여긴다. 반복되는 어제가, 오늘도 내일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한 가벼운 인사로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나는 저녁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당연해진 사실은 크게 주목하지 않고 넘겨도 되는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변두리로 물러난다. 


    그런데 그렇게 당연한 것만 같은 삶은 사실 당연한 게 아니다. 지지고 볶고 사는 가족들이 건강하게 살아 있음이 당연한 일이 아니고, 내가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원하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웃음 짓고 시답잖은 장난을 치는 순간들도 언제고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전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거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3년 후, 5년 후의 내 모습이 뭐 그리 중요한가라는 생각까지 미쳤다. (이러면서 30대가, 40대가, 50대가 되었을 때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책상 위에 프린트해 뽑아 놓는다..ㅎㅎ)


    그래서 이번 글이 '삶의 목적'에 관한 글인 김에, 내가 당장 내일 죽는다면 어떨까?에 대한 글이기도 할 것 같다. 예측하기 어렵고,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어떨까. 상상이 잘 안 되긴 하지만 적어도 오늘 지금 이 순간의 공기가 더 두껍게 느껴진다. 그리고 아마 가장 크게 할 일은 후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잘못했던 사람을 용서하지 못했던 것, 내가 가진 것을 더 많이 나누지 못했던 것, 일부러 가족들, 친구들을 위한 시간을 내어 더 많이 추억을 쌓지 못했던 것을 가장 많이 후회할 것 같다. 그리고 부랴부랴 누군가에게는 사과를,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서는 성찰과 나눔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는 마지막으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하겠지. 여기까지 생각하니, 왜 스티브 잡스가 매일 아침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할 일을 하고 싶나?"라고 물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럼 이제 다시 시작으로 돌아오자. 나는 죽을 때 그러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바라는 것 하나가 있다면, 욕심일지 몰라도 내 장례식에서만큼은 슬퍼하는 사람보다 나를 추억하며 따뜻한 기분에 휩싸이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늘 친절하고 따뜻했으며, 사랑을 베풀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가족을 누구보다도 사랑했고, 있는 자리에서 늘 주변을 조금 더 환하게 밝혔던 사람으로. 그리고 최근에 한 생각이지만, 최소한 부모님보다는 오래 사는 자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곁들였다.


    죽음은 천하의 진시황도 어쩌지 못했다. 그리고 세상 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스티브 잡스도 죽음은 피하지 못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또 언제나 많은 꿈들을 늘 마음에 품고 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내 주변을 사랑하고 보듬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오늘은 당연하지 않으니까. (공백포함 2107자)



선택한 가치 카드 : 감사, 나눔, 지혜, 도전, 리더십






이렇게 나의 삶의 목적에 대해 떠올리게 해주는,

'일과삶'님의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수업에 대해 궁금하다면? :)

https://brunch.co.kr/@worknlife/275


매거진의 이전글 나찾글1. 호기심으로 기회와 가능성 들여다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