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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Apr 12. 2017

누가 당신을 나아가게 하나요? -3-

파라마운트 픽처스 뉴미디어 배급 이사 : 문경남 님

-3-
#미국 기업 내에서 자기 PR 하는 법
#지금 행복하신가요?
#초능력이 한 가지 생긴다면?
#지향하는 가치




젠더 부분(2부)에 나올 질문이지만, 혹시 동양인 여성이어서 불편한 점은 없으셨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냐고 여쭤보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미국 기업 내에서 자기 PR 하는 법

  적어도 LA와 제가 일하고 있는 업계 환경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요(여자분들이 더 많은 계통이기도 해서요), 대신 ‘자신이 가진 실력’ 이 있어야 하고, 자기 자신을 PR 할 줄 알아야 해요. 그게 없는 사람은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긴 있어요. 그게 인종 차별의 범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그건 미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회사에도 다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PR 할 줄 모르면 손해를 많이 볼 수밖에 없고요. 저는 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국은 겸손이 미덕인 문화라, 회사에서 아랫사람이 튀어도 안 되고, 아는 척을 해서도 안 되지만, 미국 업무 문화는 또 다르다는 거예요.

  우리는 회의 시간에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잘 안 하려고 하고, 업무상 중요한 이야기만 던지려고 준비하잖아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서도 안 되고요.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회의하는 걸 보면, 이렇게 되죠. 저 사람은 남들이 다 아는 바보 같은 이야기를 왜 또 할까? 그런데 미국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반대예요. 중요하지 않아서 난 가만히 있는 건데, 미국 사람 눈에는 이 단순한 이야기도 말을 안 하는 저 사람은 못 알아듣고 있는 거라고 비쳐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죠. 가만히 있으면,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따라서 자신이 이 회의를 따라가고 있다는 게 인식되려면, 자기가 생각하는 건 어떤 이야기든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이건 양쪽 문화를 다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찾아내지 못했을 차이점 같은데요?

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어요. 제가 본 건요. 한국은 미국 식으로 하면 눈 밖에 나죠.


그럼 그렇게 PR 하기 위해서는 어떤 팁들이 있을까요?

  자신이 묻고 싶은 것은 물어보고, 이해 못한 건 이해 못했다고 말해야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건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죠, 언제든지. 우리나라는 그렇게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바로 그렇게 하기에 힘든 점은 있어요.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멍청한 질문이라는 건 없어요(There are no stupidquestions.)” 언제든지 뭐든지 질문하고 표현하는 게 중요해요.







#지금 행복하신가요? 

  저는 행복하고요, 늘 제가 행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행복은 자신이 즐길 줄 아는 게 행복이에요. 지금 이 순간도, 이 바쁜 시간에 윤선 씨와 인터뷰를 해야 하고 내 일이 쌓여 있다고 생각을 하면, 굉장히 불편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바쁜 시간에 잠깐 나와서 나무 밑에서 꿈이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얘기를 하고, 인류에 공헌하는 훌륭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주 행복할 수 있어요. 바꿔서 생각하면 그 어떤 상황도 나한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어요. 그게 제가 신이나 종교에 귀속된 사람이 아닌 이상 늘 잘 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하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 싱가포르로 출장을 가면  21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굉장히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걸 생각을 바꾸면, 그동안 없었던 나 혼자만의 시간을 21시간이나 가질 수 있고, 아무도 날 방해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계속 볼 수 있고, 심지어 스튜어디스 분들께서 물도 떠다 주고, 밥도 갖다 주니까 너무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나만의 개인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라도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을 바꿨어요. 젊었을 때는 이렇게 생각할 수 없었어요. 젊었을 때는 너무 힘들고, 다리 아프고, 밥도 맛없고... 나이가 들면서 삶의 자세를 바꾸다 보니까, 그마저도 소중하고 고마운 시간일 수 있는 그런 때가 오더라고요. 



돌발 질문도 드렸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실 수 있나요?


대답은 명료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게 아니라, 내가 한 기반을 기준으로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거죠. 그동안 겪어온 것들이, 누가 언제 물어봐도 하고 싶은 얘기가 굉장히 많은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예요. 그게 자신감으로 느껴진 거고요.



시원시원하고도 매력 넘치는 답변이었다.

보너스 질문에 대한 답변도 인상 깊었다.



초능력이 한 가지 생긴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으세요

저의 마지막 순간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한 번은 죽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그게 불안한 점이 있고, 그것 때문에 삶의 자세가 바뀌는 거고요. 그래서 그 죽는 순간만 타임을 조정할 수만 있다면 전 정말 더 멋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향하는 가치?

혹시 철학을 공부하셨다면 아시겠지만, 니체가 위버맨쉬 : 초인(Übermensch)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신은 죽었다 하면서요. 그게 무슨 의미냐면, 니체가 하느님이나 다른 신을 거부해서 그런 게 아니라, 현실에 충실한 그 사람 자체가 신이지, 신을 의지하면서 현실에 접근하지는 말라는 얘기였어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이해했어요. ‘초인’이 정말 대단한 인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이 초인이고, 그래서 신은 죽었다는 제목이 나온 거고. 저는 항상 그 부분을 지향해요. 저의 많은 소셜미디어의 아이디도 위버맨쉬라고 되어 있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우아하고 강인해 보이는 모습 뒤에 경남 님께서 헤쳐오신 시간들과 단단한 내면의 깊이가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죽는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과, 늘 초인을 지향하신다는 마음의 방향성도 좋았다.

  사실 경남 님의 스케줄만 들으면 과연 행복하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년에 대 여섯 번 출장은 기본인 데다가, 한 번에 3-4개 나라를 가며, 각 나라마다 시차가 또 다 있어서 호텔에서 눈을 뜨면 지금 어느 나라인지도 모른다. 미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13시간도 고문이었는데, 싱가포르로 21시간 비행을 하신다니. 또 집에 오셔서는 SNS로 밀린 업무들을 처리하고, 아이를 위해 엄마가 되며, 콘퍼런스콜도 받는다. 흔히 말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행복은 상황이 가져다주는 게 아니었다.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은 역할 상 당연한 일이라고 해도 경남 님은 그 와중에 단 한 가지의 힘은 사수했다. 행복을 ‘선택하는 힘’이었다. 늘 상상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겠지만, 경남 님 내면의 주인은 늘 경남 님이었다. ‘관점을 바꿔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는 힘.’ 쉽게 되는 일도, 잘 되는 일도 아니지만 그 작은 힘도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Michelle’s Note  

  삶은 선물이지만, 가끔 정체된 고속도로 위다. 분명 핸들은 내가 쥐는데, 운전 자체가 버겁다. 어느 순간 어디에서 차가 튀어나와 앞에 끼어들지 모르고, 갑작스러운 사고에 늦기도 한다. 자동차 흐름 속에서는 빠져나가기가 힘들어 ‘왜 이러지?’ 생각도 든다. 그렇게 물리적으로 뭣도 할 수 없다면, 대신 정신적으로 시도해 볼만한 일이 있다. ‘왜 이러지?’를 뒤집어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떡하지?’를 떠올려 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보면 앨리스는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의 내 기분은 행복으로 할래”라고 한다. 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안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기분은 내가 선택한다는 다짐이다. 마음 씀씀이가 귀엽다. 사실 살다 보면 외부의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고, 나도 모르게 휩쓸릴 때가 온다.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도 선택권은 나한테 있음을 떠올리면 그런 인식이 작은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경남 님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주체성’이었다. 원래 영화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영화사의 이사가 되었다. 좋은 쪽으로 풀렸지만 다 뜻대로 된 일은 아니다. 심지어 출장 가는 비행기 안이 유일하게 혼자가 되는 시간이라니 괴로울 법도 하다. 그러나 그 시간을 괴로워하지 않고, 그때만큼은 방해받지 않는 때라 소중하고 좋다고 ‘선택’하신다. 영화 기자가 되지 못한 이후의 단계들도 하나하나 다 '선택'해오셨다. 쉽지 않지만 해볼 만하다. 물론 그 선택하는 힘은 경남 님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있다.   
  고속도로를 택하는 힘도, 흐름에서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는 힘도 결국에는 내 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자주 잊어도 다시 떠올려주면 어떨까. 고속도로가 싫다면 고속도로 밖으로 나와 잔디를 걸어도 좋다. 이미 들어선 고속도로를 계속 탈 거라면, 가끔 음악도 크게 틀며 차 안에서 신나게 춤도 춰주고, 라디오도 들어주고, 차창을 내려 괜히 옆 운전자에게 말을 걸 수도 있다. 또 정 안 되면 길의 목적지도 바꿔보자. 꼭 끝이 ‘성공’이어야 할까? ‘주변 사람들과 소소하게 웃으며 행복하기 위한 일’이든, ‘직업적 소명을 찾는 일’이든, ‘인류에 공헌하는 일’이든 방향은 내가 정한다.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친구,’ ‘좋은 음식,’ ‘좋은 와인’ 같은 작은 것들이 결국 행복 아닐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방향으로 가자. 운전대는 우리가 쥔다. 나는 '내'가 나아가게 한다.


니체 - <우상의 황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법론을 담은 책은 많지만, 내게 맞는 것을 찾기는 어렵다. 타인의 방식이 내게 맞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니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내가 던지는 ‘왜?’라는 물음의 내용을 나 스스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왜 그 일을 하려고 하는가? 왜 그렇게 되려고 하는가? 왜 그 길로 가고자 하는가? 내면으로부터의 이런 물음에 분명한 평가 기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왜?’라는 의문 부호에 스스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됨으로써, 이제 그 길을 가는 일만 남게 되는 것이다.


* 다시 한 번, 바쁜 시간을 쪼개어 우아한 카리스마와 통찰력으로 인터뷰해 주신 문경남 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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