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플라이(Upfly) 파운더 : 유연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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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선택의 기준
#미국에서 처음 일하게 된 계기
#진로나 삶의 멘토
#스펙 경쟁에 힘들어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커리어 선택의 기준
또한 Technology에 관해 정말 다양한 일을 해오셨고, 특히 인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오셨던데요, 이와 같은 일들을 어떻게 선택해오셨나요?
싱가포르 후지 제록스 --> 싱가포르 SAP HR Service Associate --> 싱가포르 구글 People Operations Specialist --> 페이버릿 미디엄 인사 컨설턴트 (Favorite Medium HR Consultant)
후지 제록스(Fuji Xerox)에서 기술 번역가로 경력을 쌓은 후로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다국적 기업에서 3개 국어를 쓰며 일했지만, 다른 분야에는 전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신입부터 시작해야 됐죠. 그 당시 SAP의 인사 관리(HR Operations) 팀은 영어와 1개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인사 시스템이나 인사 업무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구하고 있었어요. 전 그 조건에 완전히 부합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일단 지원해서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면접을 보는데 매니저가 저에게 묻더라고요. 인사 업무 경력도 없는데 잘할 수 있겠냐고. 전 이때 겁먹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인사 경력이 정말 그렇게 중요했으면 서류에서 떨어뜨리지, 왜 데려와서 인터뷰까지 하겠어요? 궁금하고 괜찮은 애면 써 볼까 싶으니까 부른 거겠죠. 그래서 그 직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과 내 스킬을 매치해서 보여주기로 했어요.
그 당시 전 싱가포르에서 3년 이상 거주했을 때라, 많은 외국계 회사들이 싱가포르에 헤드쿼터를 두고 기타 아시아 국가들과 협업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인사 경력은 없지만 한국 및 일본 지사와 원활하게 현지어로 일할 수 있다는 점과, IT 회사에서 일해 시스템을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죠. 그렇게 관련 경력 없이 SAP 인사 팀으로 채용될 수 있었어요.
일단 도전! 완벽해지기 위해 준비하려면 평생도 모자란다는 말이 있다. 최대한의 준비를 하는 것도 맞지만, 이렇게 커리어에 있어서는 일단 지원해보는 것도 일리가 있지 않을까? 연실님의 비기는 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을 내가 모두 가지고 있지 않아도, 원하는 직무에 일단 도전해보는 마인드였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일단 지원해본다고 손해 보는 일은? 사실 없다. 면접의 경험치가 쌓이면 쌓이는 것이다. 또 당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재빨리 회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아 답변하는 마인드도 배울 점이었다.
그럼 구글에 갔을 때는 어떠셨나요?
후지 제록스(Fuji Xerox)에서 SAP로 옮길 때는 전혀 다른 분야로 전향하는 거라 시행착오가 있었던 반면, SAP에서 구글로 옮길 때는 인사 관련 경력, 스킬, 언어 등 준비가 되었을 때 온 기회라 자신이 있었어요. 단, 까다롭고 긴 채용 프로세스로 꽤 애가 타긴 했어요.
구글에 첫 면접을 갔을 때, 젊고 자유로운 IT 기업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오피스와 다인종 직원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건 여러 각도에서 저를 평가하는 면접관들이었어요. 제가 지원한 팀의 디렉터, 같이 일을 하게 될 미국 & 유럽 팀의 매니저, 그리고 아시아 인사 총괄자와 총 4번의 면접을 봤는데, 주로 사고력 (thinking process)과 문제 해결 능력 (problem solving skill)을 측정하는 질문들이었죠. 입사 후 일을 해보니, 기존의 방식에 계속 의문을 갖고 새로운 설루션을 찾는 것을 장려하는 기업 문화가 잘 반영된 인터뷰 스타일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보통 구글이라고 하면 와-하는데, 구글에서 일하시다가는 왜 옮기셨나요?
원래 미국으로 가면서 구글 본사로 옮기려 했었는데 미국으로 트랜스퍼하는데 필요한 비자가 승인되지 않아서 회사를 떠나야 했어요. 엄밀하게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그만둔 거죠. 캐나다인 남편과 저는 싱가포르에 8-9년 살고 있었고, 당시 남편은 IBM에, 저는 구글에 일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해서 그런지, 더 나이 들면 새로운 나라에서 다른 일을 못 해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둘 다 이제 갓 서른을 넘었는데 20-30년 뒤에도 같은 나라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살 생각을 하니까 젊음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죠. 그래서 나라를 옮기기로 했어요.
전 구글 본사로 올 것을 계획했고, 남편은 지인 추천을 통해 세일즈 포스의 본사로 지원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위치는 자연스럽게 샌프란시스코로 정했어요. 물론 싱가포르를 떠나면서 구글을 떠날 생각을 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구글을 떠나면서 필사적으로 진로를 다시 고민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생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때 구글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저 스스로 그만두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구글, 세일즈포스, 페이스북 이런 데서 많이들 일하니까 구글에서 일한다고 와-하지는 않아요. 대신 여기서 와-하는 건 정말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경우예요. 한국에서는 그냥 카페를 차리면 창업자(Entrepreneur)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런 경우도 와-해줘요.
여기서 놀랬던 사례는, 스탠퍼드 비즈니스 스쿨을 나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린 여자의 이야기였어요. 비즈니스 스쿨 웹사이트에 그 여자분과의 인터뷰 기사가 메인이더라고요. ‘되게 신기하다, 스탠퍼드 졸업하고 더 멋있는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이 메인이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 회사가 스미튼이라는 유명한 아이스크림 회사가 되었는데, 이 분이 어떻게 스탠퍼드를 나와서, 왜 이쪽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 사람이 추구하는 삶,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뭔지 자세히 인터뷰한 게 올라온 걸 보면서 정말 가치가 다르구나를 생각했었어요. 이런 걸 보다 보니, 대기업 생각이 자연스레 사라졌어요.
#미국에서 처음 일하게 된 계기
페이버릿 미디엄(Favorite Medium)에서 처음 미국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신 걸로 보았습니다.
어떻게 일 하신 건가요?
페이버릿 미디엄( Favorite Medium)은 미국 오클랜드, 싱가포르, 홍콩, 서울, 도쿄 등지에 베이스를 두고 디지털 프로덕트를 개발/디자인하는 다국적 회사예요. 싱가포르에 살 때 페이버릿 미디엄(Favorite Medium)의 대표님을 알게 되어 샌프란시스코에 온 이후에도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죠. 한 번은 대표님과 인사 관련된 이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지나가는 말로, ‘너 우리 회사 컨설팅해줄래?’라며 농담반 진담반 하신 적이 있었어요. 당시 제가 MBA 준비하면서 특별히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몇 주 뒤 대표님께 이메일을 보내 인사 컨설팅해드리고 싶다고 제안드렸죠. 그랬더니 처음 몇 주동안 별말씀이 없으셔서, 제가 집요하게 쫓아다녔어요. 결국은 대표님을 통해 미국 지역 매니저와 면접을 본 후 3개월 컨설팅 계약을 맺었죠.
저는 지금 계속 감동받고 있는 게, 직업이건 직무이건 끊임없이 없는 길을 만들어서 해 나가신 게 정말 신기해요!
연실님도 대학교 졸업 때까지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분이었다. 심지어 경영 쪽 취업은 생각하기도 힘들다고 하는 어문계열 졸업자였다. 또 무모해 보이는 도전들을 해오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와 맞닥뜨리시기도 했다.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싱가포르에 이력서를 내고 갈 때까지 이렇다 할 명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또 남편과 새로운 세계를 가기 위해 싱가포르 구글을 떠났지만, 미국에서의 비자 문제는 잘 맞던 구글과 생이별을 하게 했다. 그래도 그런 크고 작은 문제들을 연실 님은 크고 두려운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지인을 통해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기회도 꼭 붙잡으심으로써 미국에서의 첫 컨설팅 일도 해보시게 되었다. 어찌 보면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은 문제들에, 조금은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혹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일단 도전해 보았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니 생기는 게 길이었다.
#진로나 삶의 멘토
진로나 삶의 문제와 관해 의논할 멘토가 있으신가요?
전 멘토가 없어요. 또 개인적으로 멘토와 멘티, 즉 기버(giver)와 테이커(taker)가 정해진 관계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하고요. 전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언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때로는 전혀 상관없는 타인이나 인생 상황 자체가 큰 가르침을 주는 존재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특정 사람을 ‘멘토'로 정하기보다는 주변의 모든 리소스를 활용해 끊임없이 나만의 가이드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업무와 관련하여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으실 때는 어떻게 도움을 받으시나요?
제가 처음에 사회생활 시작했을 때는 운이 좋게도 저를 뽑아주신 선배님이 저의 사수가 되어 주셨어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매번 그분께 여쭤보면서 많이 의지했었죠. 하지만 나중에 다른 회사들을 경험하고 보니, 저의 이런 자세는 그분께 민폐였을 뿐만 아니라 제 성장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일에 관련된 부분이든 개인적인 부분이든 결국은 혼자서 공부하고, 끊임없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사냥해서 직접 터득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기 전에, 스스로 충분히 조사해 본 다음 구체적인 질문 리스트를 준비해요. 그리고 저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건 무엇인가 고민한 다음 어떤 형태로든 보답하려고 하죠. 즉 장기적인 기브 앤 테이크 관계가 되려고 노력해요. 그냥 무작정 상대방한테 모른다고 도와달라고 하면, 그 사람의 시간과 경험을 공짜로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 같거든요. 이런 관계가 많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건설적인 배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스펙 경쟁에 힘들어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안타깝게도 이런 점은 우리나라 교육의 폐단이라고 생각해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6년 동안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서 획일화된 가치를 따라가는데 급급하다 보니,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과 스스로 정보를 찾아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버렸죠. 저도 꽤 오랫동안 나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나에게 맞는 커리어 옵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찾지 못해 고민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보니 주어진 환경 탓만 할 수 없더라고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보를 찾아보고, 도전해보고, 안되면 대안을 찾아 시도해보며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그 능력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스스로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주입식 교육 속에서 자라온 것은 맞지만, 그 이후의 선택권은 우리 손에 있다는 말씀 같아 좋았다. 부지런히 다방면으로 도전해보며, 어떻게 나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연실 님의 과거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실리콘 벨리에서 스타트업의 전신을 운영하고 계신 현재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브런치: https://brunch.co.kr/@yeonsilyoo
업플라이 홈페이지: https://www.upfl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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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계신 업무
#스타트업 업무의 매력과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부분
(업플라이는 엄밀히 말하면 아직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실리콘 벨리의 스타트업 환경이 우수한 점
#스타트업을 추천해주고 싶은 학생들
#지향하는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