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 - 봉준호, BTS, 언어, 그리고 우리만의 이야기
"영화 공부할 때부터 항상 새겼던 말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이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아카데미 감독상 호명 직후
마틴 스콜 세이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이야기를 쓰기 전에 아마 고백부터 해야겠다.
나는 상상력이 지나치게 강한 탓에
스무살이 넘어서도 공포 영화는 보러 가지 못하는 쫄보라,
조커는 어떻게 끌려가 보러 갔어도
기생충은 보러가지 못 했고,
아마 앞으로도 안 볼 것 같다.
나의 영화 취향을 아는 동생들의 뜯어말림에 의하면
봐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는 영화를 다큐와는 다른 카테고리로 인식해서
기왕 할 이야기 깊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던지,
아니면 쫄깃쫄깃한 어려움들을 헤쳐나가더라도
결국 희망을 주는 영화가 좋은.. 편식쟁이다.)
암튼 리뷰 읽어만 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많을 것인데,
만일 그때 감정 이입이
특히나 단순하게 삶의 스펙트럼을
양극화로 부각시키는 이야기라면
굳이 보고 싶지 않고,
상을 받았다는 지금도 보고 싶지 않다.
(물론 영화는 현실과 달라서 현실을 매우 단순화,
극화한 우화가 기본 뼈대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글들을 읽고,
주변으로부터도 하도 많이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떤 식으로 영화가 흘러갈지
‘대충은'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오늘은 꼭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또 원래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들은
출중한 걸로 알고 있으며,
그가 평소 메모를 하거나
작품을 제작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는 찾아 읽었지만
그분의 모든 작품을 보지는 않았기에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어도..
그래도 이 이야기는 꼭 쓰고 싶었다.
무려.. 봉준호 감독님이 아카데미 상을 받은 다음날
회사에 지각하신ㅋㅋㅋ
(원래 9시에 출근하시는 모닝파이시다..)
우리팀 대리님의 흥분한 목소리 덕분이다.
그리고 대리님은 기생충 '영화 평론' 동영상이 아니라,
기생충 '통역사' 동영상을 보다가
지하철 역을 놓치셨기 때문에ㅋㅋㅋㅋㅋ...
대리님이 역을 놓치실 정도로
인상 깊어하셨던 부분은
사실 통역사의 영어 실력이었다.
바로 기생충 영화의 통역사분은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모두 졸업하고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그제서야 미국 대학을 가셨다고 했다..
그 어려운 동시 통역을 해낸 그 기적의 통역사는
모든 청소년기를 미국에서 보낸 게 아니었다.
여러 글들을 찾아보니,
샤론 최 통역사님은
10살까지는 미국에서 잠깐 살았었고,
국내에서는 외국어 고등학교까지 나온 후,
대학 때가 되셔서야 미국으로 영화 공부를 하러 간,
영어 통역보다는 영화에 더 관심이 많았던 분이었다.
다만 봉준호 감독님은 통역사를 고르실 때에도
배우 캐스팅하듯이 숙고해서 고르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엄청 심사숙고하고 고르신 분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암튼 그녀는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를 모두 알고 있으며,
'생각을 센스있게' 표현하는 언어의 마술사였다.
(더 많은 미담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rayspace.tistory.com/1261
그리고 내게 그녀의 이야기는 큰 영감이 되었다.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시나리오 작가와 소설가의 길을 알아보며,
영화 감독도 꿈꾸다가
여자 감독들에게는 가혹하다는
한국의 영화 제작 시스템을 겪어보기도 전에
일찍이 좌절하고 현실적인 길을 택한 나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직업이 N개인 시대..에
숭고하게 창작의 길만을 가다가
굶어죽으면 어쩌나 걱정부터 앞섰던 나는,
우선은 창작으로 돈을 벌기 전에,
현실적으로 쌓은 스펙으로 안전한 길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 각본도 혼자 썼다가
익명으로 커뮤니티에 올리며
어깨가 으쓱해지는 피드백도 받고ㅋㅋㅋ
반대로 대학교 중편 소설 경진 대회에는 참가했다가
감사히 또옥 떨어지며
정신 따악 차린 건 안 비밀..ㅋㅋㅋㅋ)
암튼 그러면서 지금은 틈틈이
시나리오용 소설을 쓰고 있기에..
속으로 '대박 사건!!'이라고 여겨진
이 깨달음이 엄청나게 소중했다.
많은 것들이 자동화된다는 시대에
대체 인간은 뭘 해야 할까?에 대한 실마리를
아주 조금은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AI 가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시대.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창의성, 공감 능력(EQ),
모호함 속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능력 등이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능력이라는 시대다.
(심지어 할리우드에서도 실험적으로 AI가
영화 장르 한 카테고리의 각본 데이터를 모두 흡수하여
단편 영화 시나리오도 짜고 있을 정도니..)
예시 : AI가 만든 극본을 철저히 따라 실험적으로 촬영한 영화(Sunspring)
암튼 우리 팀 대리님의 흥분과,
통역사의 활약상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 속에 번뜩이며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지만
내가 믿고 있고
앞으로도 꼭 붙들고 있는 생각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좋은 스토리'가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에 울림을 주는 일'이,
이제는 정말 가능해졌고,
더 쉬워졌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세계적인 이야기'라는 공식의 성립은
우리나라에서 봉준호 감독님 이전에도
보여준 이들이 있었다.
2012년 싸이가 있었고,
특히 2018년과 작년에는 BTS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여자 그룹 중에는 최근에 여자아이들((G)-IDLE)이
세계-유투브-에서 핫한 듯 하다)
그리고 BTS의 인기와
유명세에는 RM의 유창한 영어 실력도 있지만
그들이 가진 컨텐츠가 담은, 전세계를 초월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더 앞선,
더 핵심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RM이 영어를 잘 하는 것은 맞지만,
네이티브 수준의 언어는
사실 그 나라에서 나고 자라지 않는 이상
생물학적으로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내 기준 RM이 BTS의 세계화에 엄청 크게 기여한 부분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자신감을 바탕으로
센스있게 언어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백만 번 별표쳐야 하는 부분은, '자신감'이다-
원래 언어는 의사 소통의 도구이자,
자신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날선 생각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현학적인 표현들,
즉 구슬들을 가지고 있어도,
목걸이로 연결이 안 되면 그만이듯..
암튼, 그의 영상을 몇 개 보았을 때는,
표현하고 싶은 의견은 다 구사하며,
멤버들에게 상황을 센스있게 전달해주고,
스스로의 깊은 자존감과 자신감 등을 바탕으로
다시 센스있고 유머러스하게
미국 패널들에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이
결과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높은 인정을 받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창작 능력과
스스로의 독립적인 생각을 구조화해서 표현해 내는 능력..
즉 창의성은
그들이 한국 아이돌임에도 세계에서 차별화되게 했고,
세계에서 차별화되는 지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독하게(?) 한국적인 것'이면서 ‘지극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유투브 알고리즘 덕에 한번 방탄 소년단 뮤비를 보기 시작하면 여러 뮤비들을 헤엄치며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런 생각을 더 확고하게 해준 뮤비는 'NO'와 '뱁새'였다.
어떻게 이런 가사에 세계인들이 공감할까?할 정도로
이 둘의 가사는 '꽤나 한국적이면서도 개인적이었는데'
결국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것들을 타파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고 싶고, 가겠다' 등의 핵심 메시지는
'지극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주아주 개인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예시1 : 'No'(2014)의 가사 중
"좋은 집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차
그런 게 행복일 수 있을까
In Seoul In Seoul to the SKY
부모님은 정말 행복해질까
...
꿈 없어졌지 숨 쉴 틈도 없이
학교와 집 아니면 피씨방이 다인
쳇바퀴 같은 삶들을 살며
일등을 강요 받는 학생은
..
어른들은 내게 말하지
힘든 건 지금뿐이라고
조금 더 참으라고 나중에 하라고
...
Everybody say NO
더는 나중이란 말로 안돼
더는 남의 꿈에 갇혀 살지마"
예시2. '뱁새'(2015) 가사 중
"They call me 뱁새
욕봤지 이 세대
빨리 chase 'em
황새 덕에 내 가랑인 탱탱
...
금수저로 태어난 내 선생님
알바 가면 열정페이
학교 가면 선생님
상사들은 행패
언론에선 맨날 몇 포 세대
룰 바꿔 change change
황새들은 원해 원해 maintain
그렇게는 안 되지 BANG BANG
이건 정상이 아냐
..
아 노력노력 타령 좀 그만둬
아 오그라들어 내 두 손발도
아 노력 노력 아 노력 노력
아 노랗구나 싹수가
역시 황새"
그리고 이런 노래들이
2019년 2월 미국의 한 음악 사이트가 선정한
10대 BTS 노래 인기 가사 중 4,5위인 것이 참 신기하면서도 그 인기와 공감을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유투브에서는 해당 곡들이 조회수 몇 위인지는 노래가 너무 많아서 나열 못했다.. 방탄소년단 팬분 중에 수치 아는 분 계시면 덧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https://spinditty.com/genres/Top-10-BTS-Songs-With-Best-Lyrics
아무튼..
세계 시장에 가면 우리나라는 작다.
인구도 작고,
한글이라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언어 분포도
전 세계 언어 분포로 치면 결코 크지 않다.
지금 맡고 있는 해외 광고주들도
왜 한국 로컬 엔진(주로 네이버나 카카오를 칭함)은
세계 엔진들과 다른 매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거냐고
물을 정도로 미디어 세계도 다른데,
그렇게 다르게 발전한 미디어 세계의 발전에는
분명히 '언어 장벽'도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 언어 장벽에 따라서 분명히 여과,
혹은 누락되는 이야기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영어를 기본으로 활용하는 환경 속에 들어 앉아 있으니
피부에 더 처절히 와닿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는
명불허전 세종대왕님이시지만,
한글로 인한 언어 장벽으로 인해 다르게 발전한
한국의 미디어 시장 관련 이야기를 번역하느라
내가 애를 먹을 때면
(ㅎㅎ.. 지극히 개인적인 챌린징 포인트)
왜 그 조선시대에 여러 현명한 문인들이
세종대왕이 언어를 창제하는 것을 반대했는지의 심정을 이해할 것만 같다고도 한번씩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글로벌-로컬 광고주들에게
국내 마케팅 시장의 차이점을 설명해주고,
네이티브도 아닌데 영어로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 한다고
머리 싸매고 있을 때면, 이렇게 갈라진 언어에서 시작된 흐름이 긴 역사 속에서 잠시간 우리나라의 세계화를 막았는지도(?) 모르겠고, 결국 그 막혔다 풀림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우리 민족에 DNA에 심어주어 역으로 다시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놓고 보면 절대적으로 작은 집단이 ,
절대적으로 사용자가 적은 언어를 활용하면서
이 작은 시장에서 서로 도태되지 않으려
아등바등 경쟁을 하고,
옆에 있는 누군가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이 옆사람을 이기지 않으면 내가 지는 것처럼 지내왔다.
잠시 안타까움도 느끼고, 반성도 했지만,
어느 독서모임에서 ‘한국 경쟁에서 살아남은 업체는
세계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있다’고 하셨던 말씀도 떠오르기에
결국 우리의 DNA에는 극강의 생존력이 있다고도 믿는다.
하여, 이제 다시 시대는 바뀌었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그리고 단순히 그 생각 덕에 행복해졌기에,
이 행복을 공유하기 위해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와 본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전달하는 '기술' 덕분에
우리의 '지극히 개인적인 정서,'
'우리나라의 지극히 문화적인 감수성' 등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얻었다.
그 기술은 유투브, AI 번역 기술,
이 모든 표면적인 기술들을 뒷받침해주는
네트워크 기술, 웹 페이지 구현 능력, 코딩, 개발 등등..
모든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기술'들을 지칭한다.
봉준호 감독님은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 때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만들지 않았지만,
통역의 힘을 바탕으로 그 스토리가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그가 지나온 발자취, 그간 만들어온 세계관, 배우를 선택하는 가치관, 제작 방법 등 일체가 주목받게 되었고,
방탄소년단도 세계 시장을 놓고 '가사'를 쓰지 않았지만,
RM이 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영어로 전달하고,
개인 트위터 계정 등을 빌어 부족한 언어나마 전세계 팬들과 시시각각 소통함으로써 전세계 팬들이 유투브에 끊임없이 '트랩'될 수 있게 했다.
(좋아하는 컨텐츠를 기술에 힘입어 끊임없이 볼 수 있는 시대라니..컨텐츠 하나도 나노로 쪼개 소비하기 좋아하는 팬들에게 유투브가 지상 최대 낙원일 수 밖에..)
아무튼..
길게 이야기 했기에,
핵심을 요약하자면,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더이상 '창의적인 이야기'일 뿐만아니라,
'세계적인 이야기'일 것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할 '창구'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미디어 발전'에 힘입어
충분히 많고, 차고 넘쳐 난다.
유투브에는 별에 별 콘텐츠가 다 있고,
전세계 사람 중 누군가는
그 콘텐츠들에 공감하며, 빠져든다.
어쩌면 정말 세계화가 될 수 있는
'창의적인 이야기'는
별 게 아닐 수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한 게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였다면,
이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일 수 있는 시대도 왔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그러니,
당신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디든 기록하고 공유하시길 빈다.
더 독특하고 주관적이고
날이 섰으며 섬세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지극히 더 개인적이고,
그렇기의 세계의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자신만의 이야기와 자신만의 생각을,
소신을, 가치를 쌓아나가길 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독특한,
나만이 가진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떻게하면 더 함축적이지만 공감되게, 센스 있게,
그러면서도 우화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스토리의 본질'에 집중하며
고민하고 갈고 닦고 나아가시길 빈다.
기술들의 발전에 힘입어
언어의 장벽은 점점 더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독특하고 개인적이며 섬세한 세계관은
'창의성'이 되어 세상에 팔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진솔하고 촘촘하며 개인적인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며,
'이제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었고, 될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시대에
올라타시길 빈다.
그리고 더불어 읽어보시면 좋을 글 추천.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18080311117728930&RN
- 지난 1월,
미국 할리우드의 대표 영화학교 USC에서 날아오셨던
한국계 미국인 여자 영화 감독님께
작성 중인 1차 시놉시스를 보여드리고,
함께 할리우드 자본을 투입해 영화화해보자고..
아주아주 감사하고도 두려운 제안을 받아
올해 말까지 소설 초안을 끝내는 게 목표인..
시나리오 이전 단계의,
중장편 소설을 집필 중인 미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