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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Jul 12. 2021

그냥 받아들이는 것도 용기입니다.

21.07.12 - 일주일에 에세이/자기 계발 글 하나 발행 - 19편

안녕하세요, 미셸입니다 :)

지난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요즘 비도 추적추적 와서 마음이 자주 촉촉해지다 못해 축축해지기도 하는데

요즘 무한 재생하는 곡이 있어 추천드리며 


오늘은 조금 촉촉한 에세이를 전달드려 볼게요.


https://youtu.be/SK6Sm2Ki9tI

기분은 이 곡만큼 밝지 않고 차분하지만, 노래는 참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가라앉아 있다가도 번쩍 에너지를 얻습니다.






1.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도 용기입니다.


지난주, 마음이 조금 산란해져 각종 방향으로 조언을 (조언이라고 쓰며 SOS를) 요청했었습니다. 전 팀장님, 첫 인턴 사수님을 포함해 여러 분께 조언을 얻고자 직접 찾아뵙기도 하고, 아는 오빠로부터는 귀한 저녁 시간 양해를 구해 한 시간 반이 넘도록 대화를 하고, 전 이사님께는 전화로 조언을, 나와 비슷한 경로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전향하신 분 링크드인 연락처와 메일을 찾아내 장문의 메일로 상담을 받고, 커피 챗이라는 플랫폼에서 해외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계신 분과 짧은 상담을, 또 링크드인으로 연결된 귀한 분들께 커리어 조언도 들었죠. 


저는 제가 아직 이것밖에 안 된다고 드러내도 되는 걸까(?) 좀 망설여지기도 했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얼마나 속이 시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직 아주 작구나, 갈 길도 많구나-' 생각도 분명 잔뜩 떠올랐지만, 내 어려움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도움받는 일에 서툴러 혼자 짐 같은 숙제들을 들처메고 낑낑거렸던 과거에 비하면 정말 너무나도 큰 진전 같았거든요.


'아, 이렇게 취약해지는 것이(?) 이토록 사이다 같다니..!'


저는 제가 아직 멍청하고(?), 부족하며, 솔직히 이만큼이나 모지리라는 것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내 요즘 목표는 뭔데, 뭐가 요즘 고민이고, 사실 이런이런 어려움도 있다-"고 말하는 게 그냥 좋았어요. 예전에는 그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웠거든요. 남들 어려운 건 다 들어주고 해결해주려고 하면서, 정작 제 약한 모습은 드러내기가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도움 요청을 진짜 못 했던 것 같은데, 그냥 진짜 마음속 묵은 실타래가 수욱 내려가는 것 같았고, 감사했어요.


그리고 넷플릭스 스탠드업 다큐멘터리 '나를 바꾸는 용기'에서 마음 가면의 저자 브레네 브라운이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스스로 가치 있다는 깊은 믿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불완전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용기(courage)의 라틴어원은 '내가 누구인지 진심을 다해 말할 수 있다'입니다. 자신의 취약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애로울 때라야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온전히 보여준 결과 타인과 연결이 가능했습니다. I am enough. 나는 충분하다고 믿어보세요. '너는 불완전하고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할 테지만, 그래도 사랑받고 소속될 가치가 있어.' 취약함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제 부족함을 알고 있고, 온전히 포용하면서 드러냈어요. 그랬더니 왠지 더 용기가 샘솟는 것 같은 심정이 들었어요. 여기가 끝이 아니니, 다시 여기부터 시작해보자고. 그래, 내 수준이 아직 거기니까 계속해야지 뭐. 그 생각을 하니 왠지 기분이 좀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진짜 강한 사람은 혼자 꼿꼿한 사람이 아니고 꼿꼿이 어려울 때 기꺼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임을 배웠고, 제 소신을 가지며 끊임없이 저보다 멋진 사람들을 주변에 둘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2. 나에게 떳떳한 것도 용기입니다.


또 요즘 시작할 때는 그렇게 재밌었던 데이터 공부가 왜 힘겨워지고 있는지, 왜 처음 잡은 방향성을 잃고 있는 것 같기도 한지 많이 스스로에게 물어봤었습니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컴퓨터에 앉아 코드를 쳐나가고, 시각화를 고치는 게 처음만큼 즐겁지 않았거든요.


전과 달리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찾은 답 중 하나는 '너무 증명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렇게 외부에 초점이 가 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면의 즐거움이나 뿌듯함은 스스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멋진 결과물을 짠-하고 잘 내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원래 스스로가 발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총동원해서 만족할 만큼 높은 수준까지 파고드는 것도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랬는데 데드라인만 쳐다보고 있자니, 퀄리티를 타협하며 양으로 승부하려는 안 좋은 행동을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목표 달성, 데드라인, 개인적인 만족감과 성취감,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결과물 등 균형을 잘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왜 절에 들어가고 템플 스테이를 하고 명상을 하는지(?)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또 그렇게 고민으로 속이 답답할 때쯤 조깅을 하다가 앱에서 감사한 문구도 들었습니다.



러닝을 하면서 슬럼프가 한 번도 없을 수 있을까요? 그랬다면 좋지 않은 징조입니다.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평소 같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그럴 때더라도 한 발씩, 하루씩 또 나아가다 보면 부쩍 성장한 스스로와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러닝이 데이터 분석 공부 같고, 데이터 분석 공부가 곧 러닝 같았습니다.


조금 흐려졌던 마음이 차차 걷힐 것 같은 예감이 들었죠. 그래서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조금씩 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세계 최강자가 될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 어떤 날은 좀 느리고, 어떤 날은 생각보다 빠르겠죠. 그렇더라도 너무 스스로를 독촉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동안은 끝까지 해내는 게 약했으니까, 제가 극복하고 싶었던 면만이라도 극복하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족할 것 같아요.




3. 마지막으로 그냥 그럴 때가 있다고, 그럴 수 있다고, 그런 것도 나라고 받아들이는 것.


늘 새로운 사건, 경험, 일들에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환호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에 비하면 요즘은 한없이 정적이고 생각보다 규칙적이고 단조롭습니다. 그런데 그냥 그럴 때가 있다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사람이 365일 신나면 병이겠죠.


제가 왜 더 거대한 것들과 새로운 것들에 온 호기심을 쏟고 에너지를 쏟는지,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을 그냥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도 예전에는 떠올렸었어요. 근데, 요즘은 그냥 이런 날들과 이런 제 성향도 알아주고 받아들여주려고요.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그럴 때도 겪는 거고, 그럴 수도 있는 거다- 


언제까지 차분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중용의 미학을 배우는 인생 시기라고 생각해요.







요즘 에세이 글감도 조금 막막해서,

또 오늘은 타이핑이 평소 같지 않아 망설임이 많았는데요, 

이제껏 올해 내보낸 글 중 가장 차분한 글인 것 같아요 :)


다들 장마에도, 코로나 기승에도 안녕하셨으면-싶어요.


또 무엇보다 이런 글이라도,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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