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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Jun 27. 2017

살며 사랑하며. 진짜 행복은 어디에서 오냐고요? -1-

Sephora VP/Creative Director 총괄 : 이보영 님

-1-
#‘행복’을 정의한다면? 
#지향하는 가치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 (Sephora/LVMH의 VP/Executive) 
#처음 지금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때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의 매력? 
#현재 업무의 챌린징 한 부분 

 

  때는 아직 뉴욕에서의 두 번째 날을 바쁘게 보낼 때였다. 편의점에 들어가 렌즈 약을 사고 있었는데 (렌즈 약 종류도 어찌나 많은지 살아 숨 쉬는 자본의 천국, 미국이라며 감탄하던 도중이었다.) 마침 인터뷰이 분 중 한 분이셨던 배우 에스터 님으로부터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고 계신 친구분을 인터뷰이로 추천해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고르던 렌즈를 내려놓고 놀라운 마음에 감사해하며 답장을 드리고 나중을 기약했다.

  링크드인 프로필로 뵌 보영 님은 엄청난 약력을 갖고 계신 분 같았다. 심지어 지금은 미국 최고의 화장품 기업 세포라 마케팅 VP 셨다! 이 세포라가 미국 전체 세포라를 의미하는 건가? 정말 한국 분이 세포라 VP를 맡고 계시다고? 속으로 펄쩍 뛰었다. 물론 그 설마는 사실이었다...!



    이력서 속 보영 님은 이화여대 불문과를 다니시다가 대학원으로 Rhode Island School of Desgin, Royal College of Art에 진학하셨다. 또 랄프 아펠바움, 나일론 매거진, Theory, AR Media, Limited Brands 등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분야를 종횡무진하셨고, 이후 로레알에서도 VP 어시스턴트를, 한국 신세계에서는 브랜드 전략팀 VP를, Citizenboy라는 자체 사이트도 운영하시며 지금은 세포라의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VP로 계신 거였다. 대체 어떻게 이런 많은 프로젝트들을 거치셨던 걸까? 삶의 궤적이 정말 궁금해지는 분이었다.


  링크드인에서 보영님께서 링크를 걸어두신 기사들에 다 접속해서 읽어보았다.

  보영 님은 엄청난 포스와 카리스마를 가지신 분일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성취들을 이어오셨을까? 어떤 가치로 사시는 분일까? 질문이 꼬리를 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엄청난 통찰력을 가져다주실 수 있는 '여성 임원'이신 것 같았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실까? 



- 인터뷰 전 읽어본 기사 리스트-

http://www.vogue.co.kr/2016/08/03/beauty-and-the-best-%E2%91%A8-bo-young-lee/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3/2017052302162.html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23/2012022302879.html

http://magazine.jungle.co.kr/cat_magazine_special/detail_view.asp?master_idx=307&pagenum=1&code=&menu_idx=302&main_menu_idx=&sub_menu_idx=26

http://www.allurekorea.com/2016/01/14/%EC%BD%94%EB%A6%AC%EC%95%84-%EB%B7%B0%ED%8B%B0%EB%A5%BC-%EC%9D%B4%EB%81%84%EB%8A%94-%ED%95%9C%EA%B5%AD-%EC%97%AC%EC%84%B1%EB%93%A4/




  그리고 실제 인터뷰가 이루어진 때는 한국에 돌아온 설 연휴 즈음이었다. 할머니 집에 내려가 있던 때라 주변 공간은 고소한 부침개 냄새로 가득했었고, 나는 와이파이를 찾아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바깥 카페를 찾아 떠돌다가 포기하고 할아버지 방에 돌아와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화면 속에서 시원하게 미소 지으시는 보영 님을 뵐 수 있었다.

 

 

  보영 님께 행복에 대해 여쭤보았다. 더 높은 자리, 더 좋은 회사, 더 멋진 일을 혹시 좋아하셔서 꾸준히 성취해오실 수 있었던 분은 아니실까? 했는데, 내 마음이 간파당했나 보다. 웬 걸,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행복은 큰 데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정말 작은 순간들에 있어요.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거나, 돈을 많이 번다 거나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고요, 미셸 씨도 혹시 히든 싱어를 보시나요? 오늘도 애들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같이 히든 싱어를 보면서 어떻게 산 ‘플라스틱 마이크’로 서로 노래 부르고 했는데 그런 순간들이 다 행복인 것 같아요.
 

 

  하하하. 예상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신 보영 님의 모습에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보영 님은 아직도 마이크로 노래 부르던 순간이 뿌듯하게 느껴지시는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또 표정에서 뿌듯함과 약간의 부끄러움, 즐거움이 다 베어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뾰족하고 깐깐해 보이는 얼굴에 어딘가 권위적인 면모도 있지 않으실까 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편한 이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보영님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또 저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면 행복해진다고 믿는 사람인데, 저는 감사하게도 그게 일치하잖아요. 그렇게 하는 데에는 선천적인 것, 후천적인 것, 운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저는 감사한 부분이라. 제가 이렇게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애들한테도 본보기가 되었으면 싶기도 하고 그래요.




  행복에 대한 이런 관점을 갖고 계신 보영 님은 어떤 분이실까? 많은 것들을 어서 빨리 더 깊게여쭤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취미부터 여쭤보았다. 취미는 책 읽기와 다큐멘터리 보기라고 하셨다. 독서는 꾸준히 했지만 너무 바쁘다 보니 근래엔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도 쉽지 않아 오디오북을 틀어 놓고 오가며 들으신 단다. 또 업무 외 시간이 생기면 클라이언트의 디자인 말고 자유로운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고도 하셨다. 

  조곤 조곤 설명해주시다가도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는 부분에서는 호탕하게 웃으셨는데, 그 말씀 속에서 끊임없이 공부하시면서 본인의 일과 디자인, 팀, 회사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시라는 게 엿보였다.



#지향하는 가치

  행복이죠 뭐. 집에 돌아오면 이렇게 딸내미와 아들을 볼 수 있고, 회사에 가면 또 친하고 좋은 동료들이랑 일할 수 있고.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회사 가는 일이 힘들지 않아요. 가면 또 서로 웃고 떠들면서 재밌게 일할 수 있잖아요. 저를 믿고 따라주는 회사 동료들이 얼마나 고마운데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짜 행복이 흘러넘치시는 게 느껴졌다. 또 동료들에게 고마워하시는 작은 마음 씀씀이에 나도 마음이 다 산뜻해졌다.
  그리고 이제 담당하신 업무들을 여쭤보았다.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 (Sephora/LVMH의 VP/Executive) 

  처음에 CMO가 갈라져 있는 팀을 360도로 브랜드를 Cohesive 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비주얼/디지털/에디토리얼/스토어/프로덕션팀으로 5팀을 하나로 모아서 조직을 만들고, 프로세스를 만들었어요. 세포라라는 브랜드가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경쟁사가 없어서 딱히 브랜딩을 안 해도 무리 없이 큰돈을 벌었는데요. Ulta, Macy’s도 생기고, 하다못해 아시아에서는 K-Beauty 같은 데가 파이를 먹다 보니까, 세포라는 어떤 퍼스널리티여야 되고, 어떤 퍼스널리티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져서, 브랜딩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첫 해에는 세포라 자체의 브랜딩을 하면서 렛츠 뷰티 투게더라는 태그 라인도 새로 만들면서, 사람들이랑, 클라이언트들이랑, BeautyTogether라는 콘셉트를 만들어, 화장이 어려운 게 아니라 즐겁고 놀이처럼 할 수 있는 거라고 콘셉트를 바꿨어요. 콘셉트에 맞춰 패키징도 다 바꾸었고요. 또 2016년도에는 저희 Private Label 상품 세포라 컬렉션을 다시 새로운 퍼스널리티를 만들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했어요. 2017년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브랜딩의 가장 마지막 부분인데, 로열티 프로그램의 뷰티 인사이더 브랜딩을 하는 것과 뷰티 인사이더들이 놀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올해 아마 제일 큰 프로젝트일 거예요.




  세포라의 브랜딩을 만들기 시작한 분이라니! 경영학과 수업을 들으며 주워들은 단어들이 반가우면서 경영학 전공을 하시지 않은 보영 님께서 사내 시스템부터 구축하시고, 세포라만의 퍼스널리티도 만들어 오셨다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 한 편 ‘경영’ 중에서도 이런 분야는 비전공자도 공부로 할 수 있는 부분일까? 어쩌면 익히 들었듯 경영이라는 학문은 직접 경험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뷰티 인사이더들이 놀 수 있는 커뮤니티를 생성하신다니, 세포라의 새로운 변신이 기대되고 있었다.



# 처음 지금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때 (Creative Direction)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보니까, 디자이너로 일을 하던 게 아트 디렉터도 아트 디렉터를 하다 보니까 Creative Direction 쪽으로도 오게 되고 그랬네요. 정확히 언제 딱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하고 싶다고 한 적은 없었고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10살 때 했었어요. 처음에는 일반 디자이너였다가, Senior Designer, ArtDirec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평면적인 일을 하던 것에서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경험하다 보니까 크리에이티브 콘셉트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특히 로레알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마케팅을 하는지도  배우게 되었거든요. 그러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점점 큰 것 같아요.

  이제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오시게 되셨는지, 처음 지금과 같은 꿈은 언제 꾸셨는지 여쭤봤을 때 다른 대답이 나오는 건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보영님께서 즐거운 에너지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데는 10살 때 상상했던 그 모습 이상으로 디자이너의 일을 즐겁게 해 나갈 수 있으신 게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의 매력?

  매력은 정말 처음으로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세포라라는 사랑받는 브랜드인데, 그 브랜드를 사용자 맞춤(Personalized)으로 만들어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캐치하고, 그렇게 우리 매출이 올라가서 세포라가 지금보다 더 많은 브랜드력을 가지게 되는 게 큰 매력인 것 같아요. 

  특히 너무나 행운은 저를 여기에 데려와 준 보스가 360 도로 브랜딩을 통합할 수 있게 권한을 주어서, 매장, 광고물, 인쇄 카탈로그, 홈페이지, 이메일 등 앱까지,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이 정리하고, 비디오 프로덕션까지다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제가 에디토리얼 콘셉트, 스토어 텍스쳐도 다 볼 수 있어서 그런 면들에서는 정말 너무 재밌어요. 특히 그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인 것도요. 

  또 세포라가 정말 좋은 이유는 여태껏 일했던 그 어떤 데보다 여자가 많아요. 여자 VP에... 아마존 정글에서 일하는 것 같은데 전 그걸 좋아하고요. 아직도 똑같이 높은 직급으로 많은 남성분들이 올라가는 상황 속에서, 여자분들이 그 자리에 더 많고, 여자가 여자를 위한 제품들을 만들고, 매장을 만드는 게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제 파트너 들은 다 여자고, 우리가 미팅에 들어가면 남자가 없어요. 이런 경험은 정말 해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서로서로 돌봐줘서요, 그래서 더 강해요. 정말 너무 달라요. 특히 그전에 한국 회사는 여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 여기는 거꾸로 남자가 한 명도 없고요. CEO는 남자지만, 나머지는 다 여자예요.



  뷰티 쪽이다 보니 여자분들이 많은 환경인데 그 환경이 참 좋다고 하시는 말씀 속에서 왠지빙긋 웃음이 나왔다. 또 아마존 정글에 비유 부분에서는 웃고 말았다. 경쟁하면서도 서로 돌본다는 느낌을 느껴 온 우리 학교 환경이 떠오르면서 세포라에서 일하는 것도 그런 느낌 아닐까 상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마존 하면 우거진 원시림과 먹잇감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원시인들이 떠오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여자들이 더 많은 아프리카 부족에서 분업을 하는 모습이 21세기 최첨단의 도시 미국의 어느 아리따운 화장품 회사 속 회의실 풍경과 겹쳐 보이는 것 같아 재밌기도 했다.




# 챌린징 한 부분

  챌린징 한 부분은 일이 너무 많은 건데요, 비즈니스가 너무 잘 되다 보니까 새롭게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들도 점점 많아지고. 또 마케팅 파트너들이 딱 통일되어 있지 않거든요. 한 15명? 정도 되는데, 그것도 자기들 분야별로 디지털 사이드 익스피리언스 VP, 디지털 이메일 마케팅 VP, 디지털 모바일 마케팅 VP, 점포에 캠페인&콘텐츠 VP, 점포에 브랜드 VP, PR&EVENT, Store 이렇게 너무 다 나눠져 있어서요. 그런데 그게 너무 나뉘어 있고, 통일 이안 돼있다 보니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너무 일이 많긴 해요. 

  그런데 그것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래도 여긴 여자들이 판을 치는 회사다 보니 그게 너무 좋고요. 뷰티와 라이프 스타일에 관련된 걸 하니까 좋고요, 360도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결국 제가 세포라라는 브랜드의 브랜딩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보영님의 말씀 속에는 일에 대한 사랑이 뚝뚝 떨어져 나왔다. 어디에서나 좋은 점 나쁜 점은 다 있으니까, 라며 현실을 인정하면서 회사에서의 모든 일들을 다 할 수 있어서 좋고 결국 모든 게 다 좋다고 하시는데 내가 다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 언어에는 신기한 힘이 있는데 특히 “좋다”라는 말에 그 어느 말보다 기분 좋은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 계신 일들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힘들지만 ‘그래도 다 좋아요’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시는 보영 님에게로부터 결국 어떤 상황도 사랑하고,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는 긍정적인 기운이 전해져 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이렇게 좋아하는 일 쪽으로 흘러 흘러 오신 걸까? 보영 님은 어떤 성장 환경에서 자라셨을까? 보영 님과 분위기 속에는 얼른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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