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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Jan 01. 2018

[새해특집] 경영학과생이 바라본 UXUI 디자인 (1)

싱가포르에서 만난 UXUI 디자인

다음 두 문장 중 '경영학'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 '경영'은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다." 혹은 "'경영'은 문제 해결을 돕는 학문이다. "

두 문장 다 맞는 말이지만, 저는 부끄럽게도 대학교 4학년 동안 "'경영'은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다"라는 말만 가까이 여겼어요.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껄끄러운 학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이윤 창출은 모두 어디로 갈까? 생각해보았을 때 '경영자'만 배부르게 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윤을 어떻게 나누는지, 누구와 나누는지 '가치'에 대한 고려는??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난 여름 계절학기 싱가포르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경영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학문이다"라는 것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됩니다. 진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도구로 "경영"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지낼지'를 위해 '회사를 경영'한다는 사람들을 만났거든요! (예를 들면, 고키....<고키 이야기> https://brunch.co.kr/@michellelalala/55 )

    그렇게 제가 보는 경영이 달라지자 저는 4학년 내내 저 스스로 경영학도임을 부정해오던 경영학이 달라보이기 시작합니다. 경영학이 좀더 '인간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무수한 숫자들과 재무제표 뿐만이 아닌요... 그리고 저는 여름 계절학기가 끝나고도 싱가포르에 10일 정도 더 남아 있으면서 이것저것 제가 배우고 싶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자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방황하던 와중에 우연처럼 한 강좌를 만났어요. 글로벌 어쎔블리(Global Assembly)라는 단체에서 UXUI 디자인을 소개해주는 수업이 있었던 거지요!


글로벌 어쎔블리로 가는 길


    낯선 남의 나라, 싱가포르였지만, 알게 뭡니까. 저는 그저 디자인, 디자인... 평소에 배워보고 싶었던 수많은 미래 기술들 중에 왠지 사람만이 계속 할 수 있을 거라는 "디자인"이 뭔지나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수업을 들으러 갑니다. 더불어 제게 "디자인"은 어렸을 때 잊어버린 깊은 추억과 같은 존재였어요. 열렬히 좋아했지만, '현실과 상황'이라는 장벽 아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 기억 속에서 잊혀진요.. 그래서 더 찾고 싶었나 봅니다. 그렇게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배우고 싶은 게 왠지 있을 것 같은 곳으로 발을 내딛은 곳에서 저는 'UXUI 디자인'이라는 장르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럼 제가 마주친 UXUI 디자인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잠깐 풀어 놓으려고 해요. 제가 어떻게 어려서부터 그렇게 소망하던 디자인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는지. 그렇다면 그 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인지 말이에요. 혹여, 현실적인 상황이나 주변의 반대 등 '환경'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포기했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절대 그럴 필요가 없는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도 해드리고 싶어요. 또 돌아서라도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방법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느 날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제 맘 속에는 늘 큰 울림으로 남아 있었거든요.



        "꿈 한 가운데 가지 않아도 좋아. 꿈의 언저리에 살더라도, 그렇더라도 난 충분히 행복하니까."


    그 친구에게는 그 친구가 좋아하던 수업의 교수님으로부터 건너 온 말이래요. 국제 관계학을 하고 있지만, UN에는 가시지 못했던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라는데 그 말씀을 하시는 얼굴에서 광채가 났더래요. 그래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 UN을 가는 길이 멀고 험하겠지만 자기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그 친구가 위의 말을 해주었지요. 제 눈에는 그 친구의 그런 뚝심이 참 빛나보였어요. 그리고 그 때의 그 대화를 떠올리며 저도 해보고 싶었던 디자인(어려서부터 꿈이었던 애니메이터랑은 약간 다른 방향이지만)이라는 꿈의 언저리를 찾아 저벅저벅 가봅니다.


교실에 들어가며..

     

    교실에 들어가며

     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하는 깔끔한 건물 내부에는 작은 데스크가 있었습니다. 데스크 앞에 앉은 직원에게 이름을 말하니, 접수되었다고 하며 교실을 안내 받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싱가포르의 교실은 다국적 사람들로 바글거립니다. 저는 앞에서 두 번째 줄, 인도 여자아이와 중국계 여자아이 옆에 앉아 수업이 시작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의자에 앉기만 하는데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참 벅찼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PPT가 띄워지고, 선생님은 자기 소개를 시작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의 저희처럼 한 번도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UX 디자이너라고 했습니다. 대신 책과 동영상 강의들로 독학을 했으며, 지금은 선생님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이때부터 속으로 우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대학 때 전혀 다른 전공으로 졸업했는데, '독학'을 통해 무려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니요.) 시작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질문이 들어옵니다.


    "여러분, 최근 여러분이 겪은 서비스 중에 가장 좋았던 서비스 또는 가장 나빴던 서비스를 이유와 함께 말해볼까요?"


    작고 동그란 뿔테 안경 너머로 선생님의 눈동자가 요리조리 굴러다닙니다. 손을 들까 말까 망설였지만, 언제나 첫 답변이 가장 쉽다던 '친구 고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저도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어제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10일 더 남아있기로 결정하면서, 새로운 호스텔에 체크인을 했어요. 캡슐 호스텔 중에서 가장 괜찮은 곳이었지만 장기 투숙인 편이었지요. 그리고 제 예약 상태를 보자, 사장님께서 자리를 옮겨주셨습니다. 에어비앤비로 자동 예약이 되어 있었거든요. 처음 예약한 방은 좁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있는 방이었는데, 조금 더 오래 있을 것을 고려해 좀더 넓고 예약 인원이 적은 방으로 바꿔주셨어요."


    저는 정답인지 아닌지는 생각도 않고, 일단 말해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말을 했습니다. 더 쾌적한 방으로 옮겨진 게 안 그래도 즐겁던 차였거든요! 그러자 선생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좋아요. UXUI 디자이너의 중심과 맞닿은 이야기네요. 첫 번째 출발점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디자인이라는 겁니다."




    UXUI 디자인이란

    그럼 잠시 UX 디자인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보겠습니다. 도널드 노먼(Donald Noman)이라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며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유저 익스피리언스는 최종 소비자의 모든 상호작용들을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회사와의 상호작용, 회사의 서비스와, 또는 제품과의 상호작용 모두를요. " 그리고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인보다 더 큰 개념) 은 회사에 KPI를 더해주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더해줍니다! "디자인의 시스템(System of Design)"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달리말해, 소비자에게는 그들이 최고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확실히 도와주는 디자인이며, 기업에게는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자인이지요. 그리고 UX 디자인은 프로세스(과정) 그 자체입니다!'


    그래도 아직 추상적이라 어떤 게 서비스 디자인이고, 어떤 게 UX 디자인인지 머리에 그려지지 않으시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자동차의 계기판을 설치한다고 할 때, 어느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달지, 어디에 어떻게 다는 게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원하는 것이 아닌)에 가장 가까울지 고민하는 디자인이에요. 그러다보니 UX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이 되는 겁니다. 그냥 보기에 예쁜 그만이지~가 아니에요. 이건 심미성이라고 부르는 특질 중 하나인데, 심미성만을 추구하는 디자인이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알게 되자, 저는 또 막 신이 나는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이라니. 내가 4년 동안 배운,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인 "경영"과 맞닿아 있잖아??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거든요. 게다가 이 디자인은 단순히 "예측"에 기반하지 않아요. 유저 리서치라는 사용자 조사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드는 디자인인 겁니다. 여기에서도 저는 한 번 더 신이 났어요. 경영학과에 들어와서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소비자 마케팅과 마케팅 조사 등의 '마케팅' 영역이었는데, 말이 마케팅이지 대부분의 수업 동안 "소비자들은 그럼 무엇이 필요한지" 설문조사를 하거나, 심층 인터뷰를 하거나 하는 일이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그 모든 '조사' 과정을 UXUI 디자인에서도 기초로 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하고 있던 겁니다.


    그럼 이쯤 되면 헷갈리시지요? 저는 벅찼지만, 저도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UI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요? 선생님도 저희의 궁금증을 잘 알아채셨는지 화면에 한 장의 그림을 띄워두셨습니다.



    UXUI 디자인을 비유하자면

    씨리얼을 먹는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 드릴게요. UX 디자인은 '경험'과 관련된 디자인 부분입니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부분이에요) 예를 들면, 어떻게 시리얼을 먹을지, 그 시리얼 종류는 어떻게 될지, 왜 그 시리얼을 먹어야하는지, 우유는 뭘 쓸지, 어떤 시리얼들이 섞이면 좋을지 등등의 총체적인 부분이지요. 하지만 UI 디자인은 다릅니다. UI는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 부분이에요. (인터페이스란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게끔 돕는 도구 그 자체입니다. 손으로 만져지죠.) 예를 들어, 스푼 그 자체, 그릇 그 자체, 우유 그 자체입니다. 이렇게 구분하면 조금 이해가 가시나요? 가시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원래 해보면서, 또 많이 읽으면서 이해가 되는 거거든요.


    아무튼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점점 벅찼습니다. 내게도 디자인의 세계로 돌아갈 돌파구가 있구나... 기뻤거든요. 게다가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UXUI 디자인이 활용될 미래'는 점점 넓어지고 있었어요. 많은 직업들이 앞으로 사라진다고 하지만, 그와 반대로 UXUI 디자인은 더 자라날 직업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이미 UXUI 디자인은 '디자이너'만의 유물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계속 언급했듯이 "사용자의 경험"에 관한 분야이다 보니 연결된 분야가 다양했습니다. 하는 일이 유저 리서치(시장 조사, 소비자 조사, 심층 인터뷰 등), 데이터 분석, 인터랙션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등 "순수 디자인" 외에도 무궁무진한 분야들과 연결되어 있었거든요.


실제 UX 디자인이 하는 모든 일

    UXUI 디자인이 실무에 활용된다면

    그렇다면 실제 필드에서 UXUI 디자인은 어떤 직업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을까요?

    사용자 조사원 (User Researcher), 정보 건축가 (Information Architect), 인터랙션 디자이너, 비쥬얼 디자이너, 프론트 엔드 디벨로퍼, 콘텐츠 전략가, 프로덕트 매니저, 사용성 전문가, 스타트업 마케터 등등의 직업들이 앞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현재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업 분야에서는 크게 크레이에티브 에이전시(광고 대행사), 대 기업 인하우스 부에서, 또는 스타트업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업"이라면 어디에서나 다! 포트폴리오만 잘 쌓는다면 어디에서나 전방위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직업인 것이죠. 저는 또 신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할지, 어느 기업이 나를 필요로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저 막연하게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제게 "UX 디자이너"는 어쩌면 그런 원격 근무의 꿈을 이뤄주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렇게 저는 남의 나라 '싱가포르'에서 UXUI 디자인과 사랑에 빠집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소한 문제라도 지나치지 않고, 다가서서 사람을 더 편리하게 해줄 디자인. 앞으로 AI, IoT, 빅데이터의 세계가 펼쳐진다면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해줄, "창의성"과 "감성"을 더욱 북돋워줄 디자인. 저는 그런 새로운 형태의 미래를 그려나갈 "디자인"의 매력에 흠뻑 빠집니다. 그러고 한국에 돌아왔어요. 친구들에게는 뭣도 모르고 그저 'UXUI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며 돌아다닙니다. 아직 어디서 어떻게 배울지, 나도 독학을 해야하는 건가 인터넷 강의만을 잔뜩 찾아서 등록을 해보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옵니다. 친구가 저를 "멋쟁이사자처럼 UXUI 디자인 클래스"라는 페이스북 글에 태그해줘 버립니다. 아니이잇!? '멋쟁이 사자처럼'은 익히 들어온 '코딩 가르쳐주는 엄청난 동아리'였는데, 여기서 디자인을 가르쳐 준다고?


    그렇게 해서 저토록 디자인을 배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꾹꾹 담아 지원서를 작성하고,

    디자인 클래스의 결과를 기다리게 되는데요! 헙합!!


 

두근거리며 찍은 싱가포르 의자, DREAM!


참고 출처 ::

https://www.swarmagency.com/buzz/why-you-need-to-understand-the-difference-between-ux-and-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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