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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May 05. 2018

배민다움-(1)

배달의 민족, 브랜딩 이야기

비저너리를 운영하면서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짤막한 토막 글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적용을 시키기에는 애매모호하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단편적인 지식은 쌓여서 좋은데, 그래서 이렇게 단편적인 지식들을 어떻게 전혀 개별적인 단체에 입히지?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배달의 민족'은 명실공히 국내 배달 앱 1위를 지키고 있는 O2O 서비스이다. 그리고 '배민다움'은 그 서비스를 만들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김봉진 대표의 삶과 배달의 민족의 외부 마케팅, 내부 브랜딩, 운영 철학 등에 대해서 인터뷰 형식으로 맛깔나게 뽑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구절들과 외부 마케팅, 내부 브랜딩 기법 등은 적어서 잊지 않고, 또 독자들과는 나누고자 한다.



배민의 스타트업


'꾸준함'을 어떻게 훈련했습니까?

이런 겁니다. 네이버 오픈캐스트에 디자인 관련된 사이트나 콘텐츠를 매일 8개씩 올리기로 스스로 다짐했어요 그걸 하루도 빼놓지 않고 2년 동안 했어요. 정확히 755일 동안 했는데, 그러면서 제 삶이 진짜 바뀌는 걸 느끼겠더라고요.



그럼 아이디어 찾는 법도 훈련을 했나요?

  저의 경우 디자인 공부가 창업에 큰 도움이 됐죠. 제가 대학원에서 훈련받은 게 하나 있는데요. 그때 저를 가르친 정시화 교수님이 사물을 하나 정해서 10가지 문제점을 찾으라는 숙제를 내주셨어요. 대신 절대 해결책을 먼저 찾으면 안 돼요. 해결책을 찾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점들만 보게 되거든요.

  저는 한 학기 동안 비누의 문제점만 찾아보았어요. 공중화장실에 가서도, 음식점에 가서도, 집에서도 비누만 들여다봤어요. 가령 공중화장실에 있는 물비누는 짜서 쓸 때마다 밑에 찌꺼기가 묻어나잖아요. 그런 굉장히 사소한 것들, 자잘한 문제점들을 계속 탐구했습니다. 답은 찾지 않고 문제점만 찾았죠. 아주 자잘한 건데 그 문제점에 계속 집중했어요.

  창업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보통 창업자들이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려고 창업했다'고 이야기들 하잖아요. 열심히 듣다 보면 '저게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가끔 30분 넘게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나서 제가 조심스럽게 물어볼 때도 있어요. "그거 꼭 해결해야 되는 문제였어요? 해결 안 해도 되는 것 아니에요? 그게 진짜 문제인가요?"하고요.

  자기가 느끼기에 이게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솔직하게 자신에게 물어보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을 논리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그다음에 문제를 찾는 거죠. 창업을 할 때 문제점을 제대로 찾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네이버가 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네이버는 기술력,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회사이니, 우리는 발품을 팔자고 했죠. 일단 배달음식점 정보를 많이 모으는 데 집중했어요.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배민은 뭘 하는 회사일까요?

... 저에게 배달음식이란 혼자 끼니를 때우기 위해 쓸쓸히 먹은 음식이 아니라, 주위 사람이나 가족과 즐겁게 먹음 음식 혹은 체험이었어요. '배달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정의한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기업만의 시각'을 키울 수 있을까요?

... 다른 사람들 기준에 맞추고, 다른 이들의 칭찬에 연연하기보다 나마늬 기준을 세우고 나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맞다고 믿는 거죠. ... 저희는 처음에는 그냥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요. 그다음 저희만의 정의를 다시 해봐요. 보편적인 가치관은 이건데,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무엇인지 다 같이 생각해봐요. 가령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는 무엇인가'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고민해야 우리만의 본질을 만들 수 있고,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계속하다 보면 '아, 저렇게 하는구나'하고 남들도 우리를 인정해주겠죠. 남들이 생각한 대로 하는 것도 좋겠지만, 결국 우리만의 시각으로 정의하고 실행해보는 것. 스타트업이라면 더욱더 그런 시각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민의 페르소나 : 막내들이 대하기 어렵지 않은 친근한 동네 형, 소통하기 쉬운 복학생 형.

<라이코노믹스>의 저자 로히트 바라가바는 페르소나가 뚜렷한 기업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며,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고 주장한다.



배민의 외부 마케팅


배민의 브랜드 컨셉이 '키치'와 '패러디'잖아요. 경품을 보면서 20대가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어야죠. 새해에는 '다 때가 있다'라는 문구가 적힌 하얀 때수건을 주었고, 신학기에는 '칙칙한 복학생'들을 위해 키높이 깔창과 비비크림을 묶어서 선물하고... 경품 자체가 의외성이 있고 독특하니까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면서 팬덤이 생기더라고요.

...가령 양말 30켤레를 준다고 하면, 한 달에 양말 한 번만 빨면 되잖아요. 부모님과 살 때는 어머니가 빨래도 해주셨지만 자취해보면 그 소중함을 비로소 깨닫게 돼요. 그래서 양말 30켤레 받으면 너무들 좋아하죠. 어떤 때는 당첨자가 사는 집의 문 앞을 두루마리 휴지로 다 가릴 정도로 많은 휴지를 준 적도 있어요. 이런 의외성은 특히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굉장히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사실, 마케팅의 1차 목적은 소문나게 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고객이 무얼 좋아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겠죠. 좋아하는 걸 줘야지, 남들하고 똑같은 상품 받았다고 소문 낼 사람은 없잖아요. 그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 이해하지 않으면 그런 아이디어가 안 나오겠지요.


지금도 하고 있어요, 계속 배민스러운 걸 보여주는 거죠. 외식잡지 카피에는 '국은 물보다 진하다,' 뮤지컬 잡지에는 '굶은 베르테르의 슬픔,' 스포츠 잡지에는 '저스트 두입'이 나가는 식이에요.


  옥외광고도 일단 광고니까 광고의 일차적 기능, 제품의 특장점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주장할 것들을 정리해 봤더니, 업체 수가 많다, 리뷰가 많다, 사전 리뷰를 볼 수 있다... 그냥 늘어놔도 정말 많은 거예요. 

  그런데 그것들을 알려준다고 해서 고객들이 좋아할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생각했죠. 아무것도 알려주지 말자. 대신 막내들이 좋아할 만한 문화 코드를 담자. '다이어트는 포샵으로'같은 거요.

  앞에서 한 경품 이벤트나 잡지테러나 옥외광고나 전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자는 거죠.


1000명의 경희 프로젝트.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

"내 이름은 몇 번 버스에 붙어 있어요?"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고객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누구 이야기를 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생각했어요. 생각해보니 마케터가 사로잡아야 할 최고의 타깃은, 바로 다른 회사의 마케터인 것 같더라고요. 마케터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으면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잖아요. 평균보다 감각적이기도 하고. 그들에게 반응이 오면 성공한 것 아니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저희가 판교에서도 경희 프로젝트랑 비슷한 걸 했어요. 다른 회사의 마케터들을 타깃으로요.

  판교는 IT업계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잖아요. 판교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지하철로 가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1번 출구로 나와요. 거긴 긴 에스컬레이터 벽을 따라 동네 미용실이랑 미술학원 광고가 죽 붙어 있었는데, 그 광고판 1년어치를 모두 샀어요. 그 자리에 판교 회사들의 이야기를 담기로 결정한 거죠.

그 넓은 공간에다 뭘 한 겁니까?

  배달의 민족이 어떤 서비스인지, 어떤 앱인지 구구절절 홍보해봤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잖아요. 대신 광고에 판교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회사 자랑, 승진 자랑, 사내 결혼, 프러포즈, 야근 중지 요청, 뒷담화, 주 1회 치킨을 사달라, 연봉 올려달라 등등 어떤 내용이어도 좋으니 배달의 민족 블로그에 비밀 댓글로 신청하라고 공지를 올렸어요. 모집된 사연을 보고 포스터 광고로 만들었는데 가령 이런 식이에요.

  '2년 동안 고생해 준 김하윤 님의 퇴사를 슬퍼하며, 현대오트론의 김정민 님이 부릅니다-god의 거짓말' 그럼 현대오트론 사람들은 무조건 그날 하루는 배민에 대해 이야기할 테니까요. 


  역시나 대중을 잡으려면 여성들을 잡아야 한다는 걸 또 배웠죠. 남자들은 아무리 좋은 걸 해줘도 소문을 안 내지만, 여성들은 좋은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더라고요. 그때 절실히 깨달은 게 이런 겁니다.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려면 아무도 감동받지 못하지만, 단 한 사람을 제대로 감동시키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어서 모든 사람이 감동받는구나'라는 거요.


딱 보자마자 좋았어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하는 질문만 던지고 브랜드도 안 알려줬어요. 사람들더러 생각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


  마케팅 회사나 광고대행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A라는 계획을 하면 몇 달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고객이 기대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많죠. 중간에 한 단계라도 달라지면 전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고요. 저희는 빨리 실험해보고 빨리 결과를 보고, 그다음에 적용할 결과만 가지고 빨리 다음으로 옮겨가요.

  마케팅 플랜을 A부터 Z까지 짜고 그대로 될 거라는 것은 담당자들의 환상이나 바람이 아닐까요. 큰 예산만 잡아놓고 그때마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가장 좋지 않은가 싶습니다.


  지속적 성장의 핵심은 사람들의 충성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중심 컨셉은 변하지 않되, 컨셉의 표현은 디자인을 통해서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든 계속 진화해가면서 '자기다움'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때 '중심 컨셉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진화의 창의성'이 지속성의 핵심이다.

  1991년 이래, 디젤 청바지의 중심 컨셉은 초지일관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이다. 여기서 '성공'이란 사회적인 성공을 의미한다기보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나답게 사는 것이며, 도전하는 삶을 말한다.


  연결고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거예요. 뭔가 새로운 게 나와서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사람들이 '어, 배민이 이런 걸 하네. 되게 재미있네'하면서 검색하면 과거의 것들도 줄줄이 나와요. 저희 경우에는 잡지광고도 옥외광고도 TV광고도 어느 지점에서 들어와도 전부 컨셉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검색하면 배민스러움이 뭔지 알 수 있어요.

  앱솔루트 보드카도 그런 걸 정말 잘하죠. 보드카를 마시지 않는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예요. 홈페이지만 해도 들어볼 때마다 달라지지만, 그 전의 것들이나 다른 프로모션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계속 진화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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