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미베베 Jun 21. 2023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사용했던 창고…이제 안녕!

2020년부터 물건을 집에 들여놓고 판매를 하다가 판매량 때문에 도저히 집에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2022년부터 정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딱 마음에 드는 창고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집에서 물건을 받았을 때는 아저씨가 구르마에 제품을 실어서 아파트로 물건을 주셨었는데, 그러면 제가 제품을 현관에서 방까지 또 옮겨야 하고 1층에서 집이 있는 층수까지 올리는 추가비용이 드는 점 팔레트로 제품을 받을 수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장기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은 공간이라고 판단이 되어서 지금 정리하게 된 창고를 당시에 구하게 되었었죠.


당시에 한 번에 100~200개 사이로 수입을 했었는데 구르마에는 20~25개 밖에 제품이 올라가지 못해서 대략 6~8번은 물건을 구르마에 올려서 왔다 갔다 해야 작업이 끝납니다. 거기다가 현관까지만 옮겨주시니까 제가 현관에서 방까지 직접 물건을 옮기려면 그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일하면서 몸무게도 정말 많이 빠졌으니까요,  


당시에 내가 직접 물건을 보낼 수 있는 창고를 구해서 사용할지, 아니면 3PL을 사용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었지만 직접 창고를 사용하면 아무래도 제가 직접 제품 포장을 할 수 있고, 제품의 품질을 내가 검수하고 보낼 수 있는 점 내 마음대로 이벤트를 시작해서 제품에 사은품을 넣고 보낼 수 있는 점 등 창고를 직접 사용할 때의 장점이 많다고 판단해서 2021년 8월에 드디어 창고 임대 계약을 하고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이랑 창고가 거리가 있어서 중고차를 하나 뽑고(10년 된 차인데 다행히 잔고장 없이 잘 사용하고 있어서 차에게 항상 고맙습니다) 창고에서 일을 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주로 당근으로 구매해서 창고에 필요한 물건들도 하나씩 채워놓았었죠. 핸드팔레트, 접이식 책상들, 소형냉장고, 선풍기, 라디에이터, 선반 등 창고를 사용한 지 2-3개월이 되니까 창고에 필요한 것들을 거의 다 채울 수 있었습니다. 

창고로 출근하면서 사마귀도 보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거기 창고 주변 길거리에 판매하는 사과를 사봤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정말 맛있어서 엄마, 할머니 등 여러 식구들에게도 사다가 드리고, 창고 옆 밭에서 일하시는 분이 저에게 가지 먹으라고 주시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창고가 있어서 제일 좋았던 거는 창고 앞에서 야외 바비큐를 했을 때였어요. 창고를 언제까지 사용할지 모르니까 최대한 많이 했었어요^^  


평생 도시에만 살아왔던 저에게 밭 옆에 있는 창고에서 일을 하면서 오랜 시간 있으면서 정말 다양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다소 늦게 쓰게 되었는데, 2022년 7월에 지금까지 사용하던 창고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창고는 정리하고 판매하던 물건은 모두 3PL 물류대행업체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6월에 같이 겹쳤던 장염과 화학적 유산… 


작년에 둘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바로 임신이 되는 거 같더니, 6월 어느 날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옮아온 장염을 며칠 동안 심하게 앓더라고요. 밤새 토하고 아무것도 못 먹고 며칠 동안 아기가 많이 고생했었어요. 그런데 아기가 나아지고는 저한테 그 균이 올 거라는 제 불안감이 적중했습니다. 저한테 장염이 전염이 되어서 저 또한 토와 설사를 반복하고 몸살과 열까지 같이 와서 몸을 움직일 힘이 없는 상황이 찾아왔었는데, 매일 창고에 가서 물건은 보내야 하니까 아픈 몸을 질질 끌고, 토와 설사를 할까 봐 차에는 방수패드를 깔고 비닐봉지를 3-4개 차에 준비해 두고 겨우 겨우 창고로 가서 일을 했었습니다. 제가 장염에 걸리기 하루 전에 임신테스트기로 연한 두줄을 확인했었는데, 장염으로 쉬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몸을 매일 움직여서 그런지 결국에는 평소의 생리와는 다르게 무서울 정도로 며칠 동안 피와 함께 큰 핏덩어리들이 계속 나왔었습니다. 
 

사실 창고에서 혼자 일을 하려면 많이 고됩니다. 문제는 저는 소규모로 혼자 창고를 운영하고 있는데, 창고에 물건은 다양한 물건들로 창고에 꽉 차 있으니까 일단 물건이 들어오고 나서 제품별로 분류하는 작업이랑 창고 구석구석에 있는 물건들을 찾아서 책상 위로 가져와 포장을 하고 택배 보내는 곳에 쌓아 두는 작업들이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힘도 많이 들고 몸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보통 크게 운영하는 창고는 창고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게차가 있어서 쉽게 물건들을 옮기지만 저는 창고 규모가 작으니까 지게차를 놓아서 사용하기도 어렵고, 그러면 물건을 하나하나씩 몸으로 옮겨야 하니까 몸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신을 할 계획이 아니면 창고에서 그대로 일을 할 수 있었겠지만, 몸소 6월에 화학적 유산을 경험하니까 지금과 같이 창고에 매일 출퇴근해서 일하는 상태로는 다시 임신을 하게 되면 또 유산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특히 임산부는 무거운 물건을 들면 안 된다고 하는데, 특히 이 부분에서 창고에서 일을 하게 되면 가장 하지 말아야 할걸 매일 하게 되는 거니까요. 


이전에도 “창고를 정리하고 3PL(물류대행업체)로 물건을 옮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굳어진 삶의 패턴을 바꾸기 힘든 것처럼 저 또한 창고에서 직접 물건을 보내고 있었던 업무 패턴을 바꾸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3PL을 쓰면 오배송이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 비용이 터무니없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까?라는 걱정들도 있어서 더욱이 바꾸기 힘들었었죠. 


그리고 본래 인간은 새로운 도전을 꺼리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저에게도 그런 습성이 남아 있었겠죠. 

(*원시 시대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오지에 가거나 호랑이에 덤볐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죽을 가능성이 크니까 우리 유전자에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삶의 패턴을 바꾸어서 판매할 물건을 보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려면, 거기서 찾아오는 리스크가 있고, 새로운 곳을 알아보는 노력, 새로운 곳으로 물건을 다 보내야 하는 일 등 패턴을 바꾸려면 제가 힘들게 해야 할 것들이 눈에 너무나 잘 보였었습니다.


그렇지만 아픈데도 가서 몸을 써야 하는 상황을 경험하고... 그리고 지금처럼 하다가는 앞으로 유산을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겠다는 생각은 저에게 일하는 패턴을 바꾸어야겠다는 결심을 강렬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결심 그리고 실천!


기존 창고를 완전히 정리하고 나서 보니 마음먹고 진행하는 데에 한 달 정도 걸렸습니다.(*실천력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


위 사진은 꽉 차있었던 물건들을 다 빼고 거기에 있던 책상들, 냉장고 등 잡다한 물건들을 당근으로 팔고 비운창고 모습입니다! 


그동안 진행되었던 스케줄을 먼저 작성해 보겠습니다

-7월 04일: 3PL 업체들 찾아다니며 미팅하기 시작

-7월 11일: 그중에서 한 군데 결정하고 계약 진행

-7월 22일: 그동안 기존 창고에 있던 재고를 소진하면서 새로운 물건은 새로운 3PL 창고에서 받음

-7/22~7/28: 이 기간 동안 물건이 두 창고에서 양쪽으로 나가니까 빨리 창고 하나로 물건을 옮겨야겠다고 결심.

-7/29일: 기존 창고에 물건들이 좀 있어서 5톤 트럭이랑 지게차 불러서 5톤 트럭에 꽉 채워서 옮김. 

-8/5: 7월 중순부터 창고에 있던 물건들을 당근에 팔기 시작하고, 내가 가져갈 물건은 일주일에 걸쳐서 집으로 옮기면서 드디어 8월 5일에 큰 물건들은 모두 처리함.

-8/10: 7월 말쯤에 다행히 창고 세입자를 구해서 8/10일에 전기세 정산, 창고에 조금 남아있던 물건을 차에 실어서 창고 최종 정리 및 비움. 그리고 창고 계약도 오늘 날짜로 끝나서 보증금 돌려받음. 


눈을 질끈 감고 먼저 3PL 업체들을 알아보고 일주일 동안 일이 끝나고 매일 새로운 3PL 창고를 찾아가며 미팅을 했었습니다. 


그동안 3PL 업체를 잘못 만나면 말도 안 되는 비용이 청구되거나 물건이 빨리 출고가 잘 되지도 않고, 반품 관리도 잘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걸 듣고 제 나름대로 3PL을 정할 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체크리스트들을 작성해서 꼼꼼하게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업체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창고는 본래 2년 계약이었는데, 빨리 나가게 되어서 새로 들어올 사람을 빨리 구해야 했었습니다. 사람의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고 창고를 계약했었을 때 그 창고에서 1년만 있다가 나갈지 전혀 몰랐었죠…

빨리 구하지 못하면 제가 그 사이의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기존 창고에 새로 들어오실 분을 구해서 제가 원하는 날짜와 비슷한 날짜에 새로운 분이 들어오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변화된 삶으로 새로운 2022년의 8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창고를 정리하고 새로운 3PL 창고로 물건을 옮기는 바쁜 시기에 다시 임신이 되어서 2023년 3월에 둘째를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출산 그리고 이후 사업과 관련한 내용은 다음에 다른 글로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기 엄마도 할 수 있다! 퇴사 후 엄마 창업스토리1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