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그녀의 블루투스 키보드 인사드립니다. 잘 지내셨나요? 이 작가는 뭐 서울로 이사하고 그럭저럭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 전 몇 달 동안 아예 세상 구경도 못했으니까요. 그녀는 침체기를 겪었는지 바빴는지 저를 통 파우치에서 꺼내 주질 않았습니다.
세상 구경 오랜만에 한다고 나와보니, 새로 보는 집이더군요. 하. 여기가 서울이군요. 흠 공기는 시골보다 못합니다만. 왜 아이들이 매일 집에서 전쟁을 벌이나 했더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휴교라고요? 세상에나! 남아 2명이 집에서 지내는 걸 보니 어마 어마합니다.
이 작가의 숨겨진 재주
이 작가는 특기는 소리 지르기입니다. 소리 지르는 이유는 몇 가지가 되는데요, 첫 번째는 아이패드와의 전쟁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그 스크린 세상이 얼마나 신날까요?! 이 작가는 그런 아이들이 세상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못 봐줍니다. 약속한 시간이 지나면, "야! 이제 그만 가져와."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그 소리가 잘 들리겠냐고요. 꿈쩍도 않잖아요? 그럼 이내 소리를 질러요. "야! 그만 하라고!" 아휴, 가끔씩 깜짝깜짝 놀라요. 소리가 생각보다 크거든요. 두 번째는 아이들이 쿵쾅거리며 걸을 때에요. 이 작가는 13층에 사는데 아래층 노부부에게 피해를 줄까 봐 아이들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것을 택했어요. "왜 쿵쿵거려, 발 뒤꿈치 들어.", "무릎으로 다니지 마, 왜 무릎으로 왔다 갔다 해." 이런 거죠.세 번째는 형제들이 장난이 심할 때라죠? 저번에 보니까, '형제들의 싸움이 스트레스라고요?'라고 글도 썼던데요. 요즘에는 싸움이 아니라 장난이 너무 심해서 그거 말린다고 소리를 질러대요. (그런데 말이에요, 목소리가 정말 크다니까요!)
이 작가의 일상
이 작가는 지난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 작가 남편에게 아침을 차려준다고 분주하더니, 이번 주는 영 기운을 못 차리네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이 작가를 보더니, 그녀의 남편은 "좀 더 자, 나는 내가 알아서 먹고 갈 테니까, 내 아침 챙긴다고 일찍 일어나지 마."라는 게 아니겠어요? 또 그런다고 이 작가는 그 이후로 아주 푹 잠을 잘 자네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이내 아이들이 일어납니다. 아이들은 엄마와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아침 루틴을 시작합니다. 책을 보고요, 아침을 알아서 챙겨 먹습니다. 주 메뉴는 시리얼이에요. 형아가 동생을 챙겨주는 식이에요. 그리고 가끔 동생에게 책도 읽어주려 하지만, 동생은 통 귀를 기울이지 않는 말썽꾸러기예요. 늘 장난이고요 형아가 읽어주는 책 내용도 바꿔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아이들은 엄마와 약속한 시간을 세팅해 놓고 아이패드를 시작해요. 이 작가는 보통 아이들이 아침을 먹거나 책을 보기 시작할 때 일어나서 같이 책을 보기도 하고 사과나 딸기, 빵이나 치즈를 더 내어 주기도 해요.적어도 아이패드를 시작하기 전에는 일어나죠. 아이들이 그전에 해야 할 일을 잘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책을 읽어준다거나, 아침을 더 먹인다거나 해야 하니까요.
평화로운 아이패드 시간. 이 작가도 하루종일 주면 편할텐데.
이 작가에게 중요한 업무들이 있는데요 보통은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게 주 업무입니다. 다르게 생긴 총 2개를 테이프로 붙여 장총을 만들어 준다거나, 어벤저스 색칠놀이를 프린트하고 그것을 오려주는 것들을 수행합니다. 큰 아이에게는 좀 엄격하게 공부를 시키는데, 아이가 싫다고 하는데도 눈물까지 빼면서 시킬 때는 보는 저도 마음이 별로예요.
마스크 소동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를 접수한 그녀는 요즘 동생과 마스크 관련해서 톡을 많이 해요. '어디에서 몇 시에 마스크를 파니까 꼭 사라' 뭐 그런 종류의 이야기예요. 번번이 이 작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는 데 실패해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 하루는 새벽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핸드폰을 뒤적 뒤적하더라고요. 아마도 마스크를 보고 있었나 봐요. 그리고 품절된 새벽 배송 상품들이 들어온 걸 확인하더니 주섬 주섬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하기도 했고요. 아이들과 낮에 함께 있는 동안에는 쇼핑이든, 글쓰기든 잘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제 이 작가의 한심한 마스크 소동을 접하고 말았죠. 지난번에 마일리지 사건만큼이나 허당끼를 발산했어요. 요즘 택배가 자주 와요. 택배 상자에는 주로 Coupang, Market Kurly, SSG 쓱 배송 뭐 이런 글자들이 적혀 있어요. 어제 낮에 택배가 도착했죠. 그리고 이 작가가 그걸 열더니 얼굴이 살짝 변했어요. 기분이 상한 듯 보였죠 그러면서 중얼거렸어요. "어, 이상하네, 분명히 마스크 1매 포장짜리를 20매를 시켰는데 왜 5매짜리가 3개 온 거지? 내 마스크 5매, 얼른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하며 분주하게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했어요. 첫째 아이 공부를 봐주던 터라 이 작가는 좀 부산스러워 보였죠. 그리고 좀 불안해했어요. 대표전화에 전화를 하니 계속 통화 중이라 문자를 남기더라고요. 그래도 연락이 없자 점점 이 작가는 더 불안해했어요. 급기야 그녀는 문자에 이런 내용까지 썼답니다.
연락 주세요, 장난치신 거라면 신고할 겁니다.
그리고 주문자, 주문번호, 주소 등을 보내더라고요. 그래도 몇 시간 연락이 없었죠. 이 작가는 점점 지쳐가는지 20매와 15매를 구입가로 나누어 보더니 그냥 포기를 하는 눈치더라고요. 한 장에 5000원 가까이 주고 사게 된 게 억울한 눈치였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이 작가의 큰 눈이 더 커다래졌습니다. 뭔가 기억이 난 눈치였어요. 그리고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어마한 실수를 한 듯 "어떡해"를 반복하지 뭐예요. 그리고 신고할 거라고 문자를 쓴 그분에게 다시 문자를 썼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다른 주문건과 헷갈려서요.
동생에게 이 허당끼 에피소드를 전하던 이 작가는 동생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언니나 나나 요즘 이런 정신 상태가 온 국민들의 정신 상태가 아니겠어?
배달의 민족과 참이슬
어제의 허당끼를 위로라도 하듯 오늘 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점심시간에 갑자기 이 작가의 둘째 아이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냉동닭이 없어 이 작가는 아이들에게 배달해 먹자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배달의 민족 앱을 실행했죠. 적당히 리뷰 좋은 곳을 골라 치킨과 떡볶이를 같이 시키더라고요. 칼같이 시간을 지키는 배민. 주문한 지 딱 40분이 되자 배달이 완료됐어요. 이 작가는 '리뷰 남길게요.'를 남긴 터라 비닐봉지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면서 '엥? 저게 뭐지?' 하며 봉투를 열더니 씨익 웃더라고요. 바로 참이슬이란 게 서비스로 온 게 아니겠어요? 참이슬 이거 좋은 건가요? 왜 웃는 거죠? 웃는다는 건 좋아한다는 거고 좋아하면 바로 마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웃어 놓고는 초록 병은 냉장고로 직행했어요.그러면서 중얼거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