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가 목격한 마일리지 22787

이 작가의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

by teagarden



안녕하세요? 이 작가의 블루투스 키보드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이 작가의 이렇다 할 근황 보고가 없었는데요, 그녀는 최근 글 쓰고 조회수를 보며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되어 기분이 좋았다가, 그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어 시리즈물을 쓰다 조회수에 급 다운되는 희귀한 증상들을 보였어요. 제가 보기에 초보 브런치 작가의 흔하디 흔한 증상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 작가 동생은 그런 언니를 좀 안쓰럽게 여기는 분위기더라고요. 그러면서 주제를 막 던지더라고요. 이 작가는 글감을 욕심대로 주워 담는 스타일은 아닌지 귓등으로 듣는 듯 싶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는데요,



한국의 포인트 적립 문화를 동경하던 여인의 이야기


를 해드릴게요. 누구긴 누구겠어요. 이 작가 이야기예요. 잘 아시죠? 요즘 이 작가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그녀는 한국 음식에 푹 빠져있어요. 다양한 배달 음식을 맛보던 중 그날은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어보겠다고 동생에게 카톡 문자를 날리더라고요.


"동생아, 짜장면 먹으려는데 어디가 맛있어?"


"어, 언니. 여기로 전화해."


동생은 친절하게 번호와 상호명을 전달해 줬어요. 이 작가는 옳다구나 하고 전화를 해서 간짜장과 탕수육 등을 시켰고요. 욕심이 좀 있어요. 그런 걸 식탐이라고 한다? 항상 인원보다 많이 시켜요. 그날도 그랬죠.


그리고 잠시 후 카톡에 동생이 쓴 자가 도착했어요.


마일리지 22787


그녀는 쓰윽 한번 보고는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별 반응이 없었어요.


이 작가는 한국의 배달 문화는 역시 빠르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짜장면집 배달 아저씨는 땀내를 풍기며 그릇을 바닥에 놓기 시작했죠. 잔뜩 주문하고 현금을 드리니 아저씨 입고리가 올라가더라고요. 가 관찰력이 좀 좋은 편이거든.


바로 그때 이 작가의 돌발 행동이 시작됐어요.


이 작가: 아저씨, 마일리지 22787이요.


아저씨: 네?


아저씨 표정이 무척이나 어두워졌어요.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는 듯 싶었어요. 이 작가는 다시 말했어요. '어휴, 왜 저래...' 싶었던 순간이었어요.


이 작가: 마일리지 번호 22787이요.


아저씨: 네? (정말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마일리지요? 그건 제가 모르는데요.


sticker sticker



상황을 급히 파악한 저는, 이 작가가 그만 해주길 바랬어요. 그 표정을 봤다면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셨을걸요?


이 작가의 머니는 뒤에서 비행기 마일리지인데 라며 현금 영수증을 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작가: 아, 아저씨 아니에요. 현금 영수증 해 주세요.




나중에 이 작가는 자기도 어이가 없었는지 일어난 사건에 대해 녹음을 해서 카톡으로 동생에게 알렸어요.


동생은 학교 선생님인데요, 그날 복도에서 이 작가 녹음 파일을 듣고 혼자 깔깔깔 넘어갔대요. 그걸 옆에서 보던 동료 선생님이 자초지종을 듣고,


이 선생님 언니 한국 적응하는데 시간 좀 걸리겠어요!


라고 했다나 뭐라나요.


이 작가는 멀쩡해 보이는데도 가끔씩 이런 돌발 행동들 때문에 옆 사람들이 빵빵 터지더라고요. 아휴, 조금 낯 부끄러워요.




뜬금없는 문자 '마일리지 22787'은 대한항공에 적립된 마일리지였대요. 풀어보자면, 이번에 자메이카 여행을 다녀오며 적립된 마일리지가 2만 2천 7백 8십 7이라는 말이었고요. (동생이 뒷질문을 생략하는 바람에 이 작가의 질주가 시작된 거죠.)


이 작가는 '마일리지 22787'이라는 문자를 본 순간, '아, 중국집 마일리지 적립을 해야겠구나, 이 번호로 하란 거로군. 한국은 적립 문화가 예전보다 더 발달을테니까...'라고 미뤄 짐작했대요. 세상에 휴대전화 번호도 있는데 고유 적립 번호가 있을 리가 있겠어요? 아휴, 그리고 중국집에서 마일리지 적립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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