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garden Apr 13. 2020

코로나 시대 온라인 개학 준비

이렇게 긴 방학은 처음입니다

 

* 메인 사진에 대해 - 어제 부모님께 보낼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남편이 활짝 웃으며 브이까지 한다. 나는 '깜짝이야. 왜 저래?'는 차에 그 묻는다. 잘 놀아주는 아빠를 찍어서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거냐고.(아.. 자화자찬) 때까지 별생각 없었는데 대답은 하지 않고 속으로 말했다. '브런치에 올릴까 생각 중이야'




아이들과 하루 생활 루틴 만들기


국내든 해외든 마을 및 공동체 육아가 힘들어져버린 코로나 시대 육아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우리의 일상을 앗아간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를 집 안으로 몰아넣고 갑갑한 생활을 하게 한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 작은 일에도 아이에게 소리지르기 일쑤고, 아이들 역시 투닥투닥 다투어대기 일쑤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데 집에만 있으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SNS는 자가 격리자의 이탈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민감해진 사람들은 유명인들의 자유로운 걸음에 화를 내기도 한다. 모두들 자제하느라 애쓰다가 꾹꾹 눌러둔 스트레스가 어느 지점에서 폭발하고 있는 중이다.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라는 소식에 이어, 사상 최초 온라인 개학을 하기에 이르렀다. 온라인으로 학습 내용을 전달하던 서버는 기하급수적인 수요에 버티지 못하고 퍼져버리고, 서버의 용량을 늘이며 밤새 작업하던 작업자는 실수로 올려놓은 자료와 수강 기록들이 지워버려 사과문을 올리는 모습도 있었다.


거의 두 달 가까이 혼자 육아를 하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한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정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 마을이 가족이고 이웃이며 나아가서는 학교다. 그런데 그 길이 모두 막혀버렸다. 빼앗기고 보니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어리석게도.


아이들의 습관

지금은 온라인 개학을 준비시키기 위해 워밍업을 하느라 바쁘다. 아이들의 습관은 부모가 조금만 머리를 쓰면 잡아주기가 쉬운데 힘들다며 손 놓고 있다 보면 한없이 게을러지기도 한다.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누군가 자극을 받고 더 나은 하루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누는 글이다. 댓글로 독자들의 의견도 듣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3월 초,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집에서 아들 둘과 매일 보내야 하는 나는 처음에는 허둥지둥이었고, 2주간만 어떻게든 버티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아이들의 습관 잡기는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블릿을 꽤 오랜 시간 동안 주었으며, 둘째는 눈을 뜨자마자 티브이나 아이패드를 보겠다고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생각은 2주만 더 버티면 되는 4월 개학 소식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온라인 개학이 될지 미지수인 상황이었고, 연습 삼아 e학습터 등에 가입해보라는 학교의 공문을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약 2주간 친정집에 다녀왔다. 친정에서는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고, 30분 거리에 시골집도 있어서 그곳에 가서 개와 강아지, 고양이와 놀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캠핑도 하고 바비큐도 하고 4대 강 자전거길에서는 아이들과 한없이 달려보기도 했다. 자연과 함께 탁 트인 곳에서 실컷 즐긴 우리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힘겨운 코로나 생활을 잠시 잊고 시골에서 신나게 지냈다


전학교 친구들을 다시 만나 신난 첫째는 동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타거나 놀이를 했다.




돌아와서 밀린 학교 공문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개학은 개학인데 집에서 하는 개학이라니... 선생님 역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보조 역할은 해 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의 하루 생활 vs 4월의 하루 생활 계획표를 비교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3월 하루 생활을 정리해 보자    


9시                         일어나기

                               책 읽기

                               아침 먹기

                               영어, 수학, 국어 학습지 (40분)

                               아이패드 2~3시간

1시                         점심 먹기

                               장난감 가지고 놀기, 색칠놀이

                               TV 보기

                               공원 가기

7시                         저녁 먹기

                               영화 한 편 보기

10시                       자기



다음은 아이와 함께 작성한 4월 생활 계획표 (온라인 개학 준비 기간)

8시 반                         일어나기

8시 반 ~ 9시              성경말씀 보기, 토론하기

9시 ~ 9시 반              아침 먹기

9시 반 ~ 10시            책 읽기 (3~5권)

10시 ~ 10시 반         동영상 시청 (첫째: e학습터 학급 방 / 둘째: 유치원에서 보내주는 동영상 자료)

10시 반 ~                   공부 (첫째: 수학, 영어, 국어 학습지 / 둘째: 색칠하기, 한글 공부, 장난감 놀이)

11시 반 ~ 12시 반     TV 시청 (엄마는 점심 준비)

12시 반 ~ 1시             점심 먹기

1시 ~ 2시 반                아이패드 (게임, 유튜브)

* 선택사항

공원 가는 날                      집에 있는 날

3시 ~ 5시   공원 가      책 읽기 (독서달력 기록)

                                            미술, 음악 놀이

5시 ~ 6시   집, 샤워         TV 시청 (간식)


6시 ~ 7시                   레고 놀이, 장난감 놀이

                                    (엄마는 저녁 식사 준비)

7시 ~ 7시 30분         저녁 먹기

7시 반 ~ 9시              아빠랑 놀기 혹은 영화보기

9시 ~ 9시 반              샤워하고 눕기

9시 반 ~ 10시            베드타임 책 읽기, 하루 정리




아이들과 계획표를 쓴 후 생긴 변화


변화 1

가장 큰 차이는 오전에 게임이나 유튜브 하는 시간을 없애고 대신 학교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이제 이렇게 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이들은 아이패드에 목매지 않는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이렇게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모는 우유부단하고 정확하지 못한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한계점이 불분명할 때 아이들은 헷갈리기 마련이고 그 선을 넘으려고 아슬아슬하게 부모와 기싸움을 한다. 둘째는 더 이상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이패드를 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그리고 약속에 대한 상벌이 분명해야 한다. "약속한 것을 잘 지켜야지 다음번에도 재미있고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생각보다 쉽게 아이들이 설득된다. 더 나아가면 간혹 강한 제재를 하기도 한다. "오늘 약속을 어기면 내일을 태블릿을 쓸 수 없다"는 정도의 내용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말을 잘 알아듣고 따른다.



변화 2

두 번째로 큰 차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성경책을 보는 것이다. 성경 본문은 어른이 읽어도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그림이 나오는 짧은 이야기로 된 본문을 읽으면 담고 있는 내용이 심오할지라도 생각보다 아이들과 읽기 수월하다. 읽은 본문을 함께 생각해보고, 질문하고 대답하며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기도를 하는데 가끔 자기가 기도를 하겠다고 자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큰 아이 같은 경우는 생각한 내용을 한 줄로 기록한다. 본문과 관련된 그림이나 미로 찾기를 프린트해서 색칠놀이 등의 활동을 간단하게 한다. 종교가 있다면 그것을 가지고 잠깐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어 보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힘을 준다. 그리고 잘못되었던 나의 행동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종교가 없다면 좋은 생각의 본문이라던가 함께 생각해 볼 작은 이야기(이솝 우화나 탈무드 이야기 같은 것도 좋은 도구가 된다)를 가지고 30분 정도 활동할 수 있다.


다음은 질문 예시다. 사자굴에 던져진 다니엘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던진 질문들이다.

다니엘에게 불리한 법을 만들자고 한 신하들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도 질투하는 경우가 있는지?
질투가 나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신하들은 다니엘을 죽이려고 질투심에 그런 법을 만들자고 했지만 결과는 누가 죽었나? 자기가 죽을지 알고 그런 법을 만들었을까?
다니엘은 사자굴에 던져졌는데 어떻게 죽지 않았지?
왜 죽지 않았을까?


등의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생각해보고 대답한다. 둘째는 어려서 가끔 어리둥절한 대답을 할 때도 있지만 모두 나누기에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인정해 준다.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질문으로 생각하기를 유도한다.



변화 3

세 번 째는 아이들이 이 생활 표에 따른 생활을 편안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획표를 짤 때 함께 정하고 작성해 보되, 큰 방향이나 테두리 설정은 부모가 (간접적으로) 유도해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제안을 할 때 부모 생각대로 미리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해 가면서 의견을 반영해 주면서 수정 보완해야 아이들도 스스로 참여했다는 생각에 계획 실행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만들어 놓은 계획은 본인도 동의한 것이라 거부감 없이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완벽하려다가 아이와 갈등이 생기고 잘해보려던 계획은 모두 망가지기 일쑤다.


오늘 둘째 아이와 함께 완성한 그림. 아이가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나는 시키는대로 도와주었다.


변화 4

유치원에서 온 동영상을 꼬박 꼬박 보여주었더니 선생님이 불러준 노래를 금새 외우고 흥얼거리는 둘째. 얼른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음성메시지를 선생님께 보내달라고 하며 녹음을 해달라고 한다.


선생님, 저 선생님 빨리 보고싶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못봐서 걱정돼요. 선생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요.

 

그리고 아이 목소리를 선생님께 보내 드렸다.


세상 좋은 교육 동영상이 넘쳐나지만 선생님이 직접 나와 노래를 불러주고 책을 읽어주니 정말 좋은가보다. 몇 개 되지 않는 동영상을 매일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본다. 내일은 화요일이니 선생님 동영상이 오는 날이다. Yay!


선생님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이렇게 만나니 어색함도 줄어들고 서로 관계 맺기가 시작돼 아이가 많이 좋아하는 중이다.




코로나 시대는 우리의 많은 것을 바꾸고 있지만 우리를 굴복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리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갈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우리 아이들이 영상으로 선생님을 만나듯 말이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 위기를 잘 이겨내기를 소망하는 마음로 오늘도 아이들과 두 손을 모은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상 첫 4월 개학이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