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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May 27. 2019

글쓰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오랜동안 글쓰기를 멈춘 이유

* 사진 출처: gettyimages.com



 두려움 없이 글 쓰던 시절, 나의 20대


나의 20대, 싸이월드 시절, 막 취직을 한 나는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했으니, 바로 싸이월드 도토리 시절이었다.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도토리를 구입하고 방안을 꾸미거나 예쁜 야외 배경으로 벚꽃 날리는 장면으로 꾸미기도 했다. 그때는 한 참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자주 그 사람 홈피에 들어가 배경음악으로 정해놓은 노라 존슨의 음악을 즐겨 듣기도 했지. 요즘도 어디선가 노라 존슨의 'Don't know why' 음악이 들려올 때면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두려움 없이 사랑하고 두려움 없이 글을 쓰던 때다.




어제, 지인 분의 생일을 맞아 미세스들이 깜짝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주 행사였던 케이크에 생일 축하 노래 부르기, 선물 언박싱이 끝나고, 먹고 마시며 한참 수다 삼매경에 빠진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여인네들이었다. 그러던 중 브런치 알람이 떴다.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뭣이라?!' 놀란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지 궁금해하던 분들이 계셔 말씀드렸더니, "그게 뭐야? 브런치라는 게 있나 보구나. 작가라니 대단한데.."라는 반응들을 보이셨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글을 즐겨 써왔는데 10여 년 간 글을 쓴 일을 멈춘 사건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니 모두 귀를 쫑긋 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제가 쓴 글 때문에 상처 받은 친구가 있었어요. 고단하고 슬프기도 한 우리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어떤 이는 세상을 떠나고, 어떤 이는 없던 병으로 고통받고, 어떤 이는 사랑했던 사람과 이혼을 했다 등의 이야기였어요. 당연히 실명을 쓰지도 않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한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더라고요. 이혼했던 친구가 기분이 나쁘다며 연락이 왔거든요." 이야기를 들은 분들이, "사람들이 너무 예민해. 그게 우리 삶인 걸. 괜한 자격지심이다. 그건 아니다. 요즘 인터넷 댓글 워리어들은 헐뜯을 것 없나 늘 하이에나 같아." 등의 반응을 보이셨다.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미운 글도, 못난 말도, 곱게 봐주면 고운 것. 어제 모인 지인 분들은 나를 몇여 년간 봐왔고 곱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는 위의 일로 글 쓰는 것이 두려워졌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힘이 들었다. 그래서 굉장히 소심해진 것이 사실이었고 꽤 오랜동안 글쓰기를 중단했다. 물론 직장에서의 글쓰기는 계속되었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삶을 이야기하는 글쓰기는 중단됐었다. 페이스북을 하면서도 최대한 깊은 이야기는 피했다. 일어난 사실과 그에 관련한 짧은 감상 정도였다.




2~3여 년 전,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든 시점에, 다시 친구가 상처 받은 일이 생각이 났고 난 머뭇거렸다. 이런 마음을 넌지시 'About Courage to Say (말할 용기)'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더니, 미국에서 PR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있는 선배 언니가 이렇게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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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age: to tell the story of who you are
with your whole heart

"용기란 나에 대해 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Dr. Brene Brown이라는 분이 한 말이라고 덧붙여 줬다.

(이 박사님, 날 울리고야 말았어~ 어찌 내 상황에 딱 맞는 답을 아신 걸까)


그리고 고맙다는 답글에, 언니 역시 그래서 실은 글을 맘껏 못쓴다고 했다. 이 역시도 위로가 됐다. 그래,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선배 언니에게도 이런 마음이 있었다니 공감해 준 언니가 고마웠다.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1도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막지는 못했다. 내 감정에 솔직하고 싶었고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 여겼다. 오히려 내 마음과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그 일로 나중에 후회할까 봐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던 시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아름답다 했던가. 그 모습을 기억하던 한 동창이 오랜만에 만난 나에게 이런 나의 대학시절의 모습을 말해주었다. 본인은 사랑하는 것에 솔직하지 못했었다고.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남자아이가 고백해와도 사귀지 못했었다고. 그리고 결국 엄마가 원하는 사람을 선택해 결혼했다고. 그리고 젊은 날을 후회했다. 그러면서 덧 붙인 말은 "나도 이제부터라도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좀 버려봐야겠어, 너처럼"이었다. 그런 친구를 진심으로 격려한다.




"혹시, 글쓰기를 머뭇거리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 두려워하지 말아요. 또 누군가는 우리 글로 인해 공감할지도 모를 테니까요. 용기를 내어 봐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리고 마음을 담아 전달해봐요. 누군가는 내 이야기로 위로를 받을 테지요. 용기란 내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래요. 우리 그렇게 한번 해봐요."


Take courage to tell the story
of who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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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ell me your story,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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