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garden Feb 23. 2019

운동 시작 8개월차 중간 후기

아줌마, 몸의 변화에 집중하다

* 사진은 2018. 5월 어느날.. 한국에 잠깐 갔을 때, flying yoga (운동 다시 시작한 지 2여년 됐을 때)



2017. 4월 어느날의 일기



작년 5월초, 둘째 녀석이 어느 정도 커서 프리스쿨에 갈 나이가 되었는데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이른둥이로 태어나 다른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약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몇 달 더 데리고 있었다. 파트타임으로 베이비시터를 구해서, 녀석의 낮잠 시간을 이용해서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1일이 생각이 난다. 몸이 좋은 흑인들에 둘러쌓여 어디서 왔는지 얼굴은 아시안 차이니즈(여기선 Ms. Chin)고 몸은 근육, 근력 없는 볼품없는 30대 아줌마. 그녀를 대하는 흑인 트레이너(나중에 보니 같은 학교 학부모)에게 아이들 낳고 키우는라 운동을 꽤 오래 쉬었으니 기초부터 해야 된다고 했더니, 서서 하는 스쿼드 운동부터 알려주었다. 태어나기로 몸매 죽이게 태어난 그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했다. 짐에서 제공하는 여러 종류의 수업들도 있는데, 한국에서 몇 달 필라테스를 해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 번 참석했다가, 10분만에 끌끌 혀를 차며 나왔었지. 미친 수업, 역시 얘네들은 근육이 남달라, 저 여선생은 정체가 무엇이냐, 머슬머신이라도 되는거냐 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참 꾸준히도 운동했다. 내가 들 수 있는, 혹은 견딜 수 있는 중량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약간의 성취감도 느끼면서. 남편도 한 몫 거들었다. 근육량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여기 이 근육 없던건데. 라며 말이다. 몸무게는 1~2kg 감량 밖에 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몸의 근육은 는 것 같고 허벅지나 엉덩이를 만져보면 확실히 단단한 것이 느껴지는 것이 운동 헛 하지 않았나보다. 인터넷 쇼핑으로 산 타이트했던 스커트가 이제 별 어려움없이 잘 입힌다는. 그 기쁨 겪어본 사람들은 알거라는. 그러다 몇 달 전부터 그 미친 필라테스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함께 하는 레이디들이 격려해준다. 니가 하는 동작 마음에 든다고. 한 중국인 할머니는 같은 아시안계로서 끌렸는지 너 되게 뷰티풀하네, 너 모델 해도 되겠다, 등의 헛말들을 잔뜩 쏟아내 주셨다. 아, 익스헤일, 인헤일, 머슬머신의 목소리도 듣기 싫던 내가 그녀의 필라테스 수업을 즐기고 있다니 나도 꿈인지 생신지 헷갈리는구나.


운동이든 무슨 일이든, 내가 그 일을 소소하게나마 즐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속하기가 힘든 숙제가 되어버리고 만다. 다행이도 운동은 나에게 즐길 수 있는 무엇.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싶다. 어제와 다른 나에게 집중하고 그 다름이 작은 것이라 해도, 그 성취감이 오늘도 그 길을 달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 아닐까. 무시무시한 머슬머신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것이 "어떻게 꾸준히 운동했어요?"의 비결이라면 비결. 길이 비록 좁더라도, 험하더라도, 당장 성과가 없는 것 같아도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하고 그것을 즐기면 그것으로 충분한거다. 즐기면 발판은 마련됐다는 생각. 언젠가 무술에도 도전하고 싶다. Martial Arts.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