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 분이 집으로 초대를 하셨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집으로 불러 커피 한 잔 하고 싶어서여서 부르셨다 하셨다. 그리고 여러 명이 초대되었다.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그분은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주방에서 커피에 떡을 찌어 내오셨고, 동치미에 쫄면과 밑반찬 류를 내셨다. 초대된 우리는 에어컨이 빵빵한 안방에서 곱게 모셔진 상태였고 안방에 앉아서 그 모든 걸 잘도 받아먹었다.
이야기 도중,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에 언니(나다) 닭볶음탕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위에 고명으로 올라간 다진 생마늘과 파가 신의 한 수였어요." 갑작스러운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정말 별 거 아닌 거였고 저녁을 스킵하려 한다기에 우리가 먹고 남은 (물론 깨끗하게 남은) 것이 있어 그냥 밥 한 공기에 딱 닭볶음탕 한 그릇이 전부였다며 민망함을 표시했다.
그때, 나이가 지긋하신 엄마 또래 지인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어릴 적 받아먹던 엄마 밥이 보약이야. 누가 별 거 아니라도 그렇게 대접해 주는 밥 한 공기가 정말 보약이지."
다 같이 남의 집 안방까지 차지하고 둘러앉아 밥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었다. '이게 보약이야. 내 손 힘들이지 않고 엄마 밥처럼 받아먹는 게 말이야.'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엄마가 된 나는 그 엄마 밥이 그리워 그렇게도 엄마 집에 가서는 손도 하나 까딱 안 하고 그 따뜻한 밥을 잘도 받아먹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