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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Jul 03. 2019

메일로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어떻게 내 메일 주소를 안 거지?#나가도될까

# 싱글, 남자 친구와 연애하던 시절 이야기 1


직장생활을 하며 분주히 살던 시절이었다. 몇 번의 연애는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왜 그랬을까, 그때는 연애의 성공적인 결말은 결혼이라 생각해서였는지 내 연애는 계속 실패하는 것 같았다.


짝사랑하던 이의 싸이월드 bgm이던 노라 존슨의 "Don't know why"를 들으며, 왜 내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걸까 생각하던 시간이었다.


비가 쏟아지던 여름 장마기간. 비가 멈추면 슬픔도 멈출 거라 애써 위로하며 장맛비가 3일 남았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그래 연민과 슬픔을 3일 내 끝내기로 했다.


하늘이 내 기도를 들었던 걸까, 그 노라 존슨 남자는 나에게 이야기를 걸어왔고 우린 몇 개월이 지나 연인이 되었다.


그 연애가 얼마나 지났을까.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누구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메일은 정중했고, 공손했다. 당시 내가 자주 가던 광화문 스타벅스에서 나를 몇 번 보았다고 했다. 멀리서 보았지만 이상형이어서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메일 주소는 내 정보를 아는 사람 주었다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개인 정보가 유출된 부분은 기분이 나빴지만 워낙 정중해서 따져 묻지 않았고 다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포기를 모르는 성격이었을까, 아님 부족한 나를 과분하게 봐준 탓이었을까. 다시 메일이 왔다. 왜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구구절절 적혀 있었다. 멀리서 간절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어 더 공감이 되었을까. "남자 친구가 있어서 그럴 수 없어요. 죄송해요"로 답신을 보내기엔 마음을 짓밟는 것 같아 한번 만나 뵙고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자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약속을 잡았다.


퇴근 후 삼청동 퓨전 중국으로 걸어가며 어떤 청년이기에 이렇게 품위가 있을까 생각했다. 간절히 나와 저녁 한 끼를 열망했 그 사람은 막 샤워를 하고 단장을 하고 나온 듯한 인상을 풍기며 식당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서로 소개를 했다. 하는 일, 나이, 신앙 등의 이야기였다. 막 출장을 다녀오며 느낀 소회를 나눠주었고 그리고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이고 가슴 떨린다고도 했다. 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건투를 빈다는 어머님의 문자도 받았다 했다. 나는 아름다운 청년 한 사람을 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이야기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교제 중인 사실을. 그는 이내 실망하는 듯했지만 나는 그가 것으로 좌절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그리고 최대한 호의에 대한 감사와 축복의 말을 전달했다. 저녁을 먹고 자리를 옮기고 차와 디저트를 먹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건투를 빌어주신 어머님에게 애플파이를 선물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고 며칠 후 다시 메일이 왔다.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어 기뻤고 헛스윙을 하게 된 격이지만 이것도 자신의 삶에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했다. 파이를 받은 그의 어머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달라 하셨단다.


인연이 되고 아니고를 떠나,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 이에게 시간을 내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성을 다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 시절, 그 시간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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