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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50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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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Jul 04. 2022

詩由


단어가 생각 안 나     


마징가는 돌아누워 철눈을 감아버려

자존심은 떠내려간 종이비행기

밖으로 나갈수록 느린 입술이 뜯겨 나가

눅눅한 손목을 각진 나이로 그어댄다   

   

어른을 갈아입은 군상들은

바다로 몰려가 벼랑 끝 나무를 불태우고

하늘은 촛농을 집어삼켜

토하고 토하고 울다 토하고 또     

 

바람이 생겼어요      


캄캄한 새벽에 벽들이 숨죽이고

떠돌던 반딧불이 자리를 지키네요

타다만 눈동자가 식지 않게 해 주세요

잿빛 물감이 뺨을 타고 이름 없는 생을 지우고

거울 속 여행자는 별과 달을 챙겨요    

  

길에는 지도가 없고

그런대로 버틴 눈엔 성에가 끼어요

M이 물어요 예쁜 단어를 골라보라고

암것도 아니라고      


날을 갈아 더듬거리며 설익은 속살을 꺼내요

터져버린 고독은 떠다니는 꽃잎을 겨우 잡아요

늦은 배에 올라타요 노는 잊어요 손을 담가요     

 

수평선에 그린 플라타너스 위로

길 잃은 매미는 한여름을 사랑하고

맴맴 소리는 현재진행형

노래를 불러요 숨지 말아요

마음을 꾹꾹 담아 저녁밥을 지어요

혼자라면 춤을 춰요 혼자서도 춤을 춰요     

 

고단한 시침은 분침을 재촉하고

아침으로 어제의 노을을 다시 끓여요

그리고 남은 온기로 백지를 데워요

가끔씩 웃기도 가끔만 울기로   

   

See you      


몇 자 적네요 몇 자 지워요

닮은 하루가 글자를 뒤척이네요.



- 미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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