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헐리우드로

#11

by 이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정인이를 만난 여운으로 늦게까지 잠 못 이루던 나는 조식을 건너뛰었다. 지난밤에 보니 콘서트를 보기 위해 또 다른 영시(영웅시대)들이 호텔로비에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식당이 영시로 바글바글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토요일이라 조식도 한 시간 미뤄진다니, 호텔 방에서 요거트로 아침을 때우기로 했다.


오늘은 무슨 날? 모두가 기다리던 영웅님 만나는 날. 다른 곳도 아닌 이곳 LA에서.

미국 영시들을 위한 LA공연인데 한국에서도 천여 명이나 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정말 대단한 영시다.


영시의 컬러는 아쿠아블루. 일찌감치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오르니, 오 마이 갓! 오늘을 위해 벼르기라도 한 듯, 모든 어머님들의 옷색깔은 아쿠아 블루다. 거기에 각종 뱃지, 와펜, 머리띠로 소녀팬들을 능가하는 멋 부림이 한창이다. 여기저기 들뜬 분위기에 뚱이와 나도 덩달아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마치 코스프레 현장에라도 와 있는 듯한 이 분위기. 어쩔 건가 이 에너지!






쌀쌀한 아침을 달려 콘서트현장인 헐리우드 돌비극장에 도착했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아카데미 시상식장 이란말이지. 바로 여기부터 저 계단까지 레트카펫이 쭈욱 깔리면, 스르륵 차에서 내린 영화배우들이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는 곳. 임영웅이 이곳에서 콘서트를!


아무도 없는 이른 시간, 극장 내부를 제외한 이곳저곳을 샅샅이 둘러본다. 와~~ 저기 기생충도 있다! 헐리웃 스타 한 명이 없건만,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흔적만 봐도 내 머릿속에선 이미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 중이다.


나 좀 찍어줘요. 나 지금 레드카펫 계단 위에 서있어요.

헐리웃 스타에 잠시 빙의한 채, 우아한 자세로 손을 흔들어본다.


"뚱이야 나 좀 찍어줘." 찰칵찰칵.


밖으로 나와 바닥을 자세히 보니, 이곳이 말로만 듣던 스타의 거리다.

배우와 감독들의 이름이 발에 밟히고 손도장과 사인이 무심히 바닥을 이루는 곳.

아는 배우 이름이라도 보이면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기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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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시작이 7시고 입장은 5시부터니까 저녁은 4시에 먹겠습니다"

헐~점심을 먹자마자 저녁식사 이야기를 해주는 흐흐흐 가이드.


콘서트를 위한 체력안배 코스, 파머스 마켓으로 데려가 배부른 우리를 풀어놓는다.

각종 야채와 과일, 기념품, 쇼핑몰이 모여 있는 분주한 시장 파머스 마켓.


마켓에 도착하니 토요일을 한껏 즐기러 나온 미국인들이 장마당이다. '이곳이 미국인가' 생각될 만큼, 눈부신 초록 잔디와 그곳에 누워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여기저기 까페에선 가볍게 와인을 곁들여 식사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중식을 먹어 배가 부른 우리는 가이드를 원망한다. 미국음식을 먹고 싶다고요!


'와인 한잔 하며 이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언제 쌀쌀했냐는 듯 햇볕이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어느새 엄마와 나 뚱이는 영시 언니 두 명과 한 무리를 이루어 시장 곳곳을 다니기 시작한다. 누구는 아몬드를 사고 누구는 선물을 고른다. 그 틈에서 나의 눈은 와인과 파스타에 꽂힌다.


"우리 여기서 와인 한잔하고 가자. 도저히 그냥은 못 가겠어"


마켓 내, 한쪽 테이블을 자리 잡자 라비올리와 프렌치프라이, 스파클링 와인이 도착한다.


"임영웅 콘서트를 위하여! 짠!"


햇빛 따사로운 시장 한켠, 간만에 부려보는 여유로운 시간. 임영웅을 만날 기대에 한껏 부푼 우리는 와인을 홀짝인다. 스파클링한 따끔거림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니, 뱃속이 찌르르~~


'바로 이 느낌이야!'


노곤함에 찌든 지 5일째, 따뜻한 햇볕 아래서 낮술을 홀짝거리니 세상 고민은 저 멀리 날아가고, 여기가 천국인 듯 웃음만 나온다. 더 마시자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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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좋고 와인도 한잔 했고 배도 부르다.

알딸딸한 기분에 눈꺼풀이 내려오기 시작하는 오후 4시, 우리는 예정된 저녁을 먹으러 간다.

차라리 야식을 줄 것이지 1시에 점심 먹고, 시장에서도 먹었는데 또다시 밥을 먹으러 가다니.

그래도 어쩌겠나. 단체 생활의 룰이니 따라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도착한 곳은!! 그 이름도 유명한 해. 마. 루.

oh my god.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 맞지? 세 번째 방문하는 해마루라니!


그런데 웃겼던 건, 이 날의 메뉴가 다름 아닌 갈비탕이었다는 것.

배는 불러 못 먹겠는데, 뜨끈한 갈비탕 국물이 와인 마신 뱃속을 은근히 풀어준다. 밥이라도 한 그릇 말아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부른 배가 거부한다. 해마루를.


"하필 왜 지금 갈비탕이니? 맛도 괜찮은 걸?" 호로록호로록.


먹었는지 말았는지, 엄청난 양의 갈빗대를 내팽개치고 드디어 콘서트장으로 간다. 이제 남은 건 뭐? 영웅님 만나는 일!

이 날을 위해 엄마는 우리가 입을 영시 옷을 준비해 오셨다. 콘서트 장에서는 반드시 영시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래! 갈아입자! 우리도 이 순간! 영시가 되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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