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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r 03. 2023

브런치에디터에게 바랍니다!

브런치를 알게 된 지 3개월이 되었다. 그전에는 몰랐는가? 솔직히 말해서 몰랐다.

브런치 먹는 거냐. 이런 우스개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브런치를 알게 된 이 시점, 나는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브런치 먹는 거냐?


세상에 이렇게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걸 브런치를 접하고 알았다.

1분 동안에도 계속해서 올라오는 새로운 글들을 보며, 브런치 작가들의 열정에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다 읽어볼 수 없는 방대한 양이지만(자고 있는 시간에도 계속 올라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구독을 누른 작가들의 글은 빼놓지 않고 읽으려 노력하는 브런치 초심자가 '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브런치에디터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작가라는 타이틀을 준 브런치, 분명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던 브런치인데, 심사 때까지는 메일도 주고받으며 꽤 소통했던 브런치 같은데, 막상 브런치라는 세상에 들어와 보니 그분들이 어디 계신가 싶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에디터픽이란 코너가 있어 새롭게 올라오는 글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림짐작만으로 그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작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던 브런치는 어디론가 쏙 빠진 느낌이고 그 자리를 다음포털 홈앤쿠킹이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는 다음세대이지만, 사실 다음포털을 거의 보지 않는다. 브런치를 통해 다시 다음에 돌아왔을 뿐이다. 그 이유는 다 알겠다시피 갑자기 글의 조회수가 올라갔을 때, 확인해 볼 수 있는 곳이 브런치 아니면 다음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마저도 그곳이 어디인지 몰라 허둥댔지만, 이제는 정확히 안다. 브런치의 자리를. 그곳은 다름 아닌 홈앤쿠킹 페이지다.


맛깔난 음식 사진에 이끌려 레시피라도 볼까 하고 들어가면 그곳엔 브런치의 글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음식사진을 클릭하면 레시피가 나온다. 그런데 다음에선 음식사진을 클릭하면 곧잘 브런치글이 나온다.


나는 궁금해졌다. 브런치는 왜 홈앤쿠킹에 자리 잡고 있는지. 다음에서 갈 곳이 그렇게 없는 건가. 어느 한 페이지 브런치라고 내어 줄 자리가 없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이건 마치 다음 내에서도 셋방, 그중에서도 어디 한여름의 옥탑방에 올라가야 브런치를 맛볼 수 있는 싸한 느낌을 준다.


브런치 글을 쓰는 분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도, 취미로 글을 쓰는 분들도 참 열심히 글을 쓴다. 글을 쓰고 싶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우리는 툭하면 글을 쓴다.


그리고 개의치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지금까지 둘러본 바로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조회수라는 것에 미묘한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한마디로 칭찬 좀 받는 느낌. 안 나오던 글인데 꾸역꾸역 썼더니 "잘했네" 하는 달콤한 보상을 주어 그날 하루를 날아다니게 하는 느낌.


그런데 그 보상을 주는 곳이 다음 코너 한쪽 홈앤쿠킹이라는 사실은 다소 실망스럽다. 그렇다 보니 많은 글들의 주제가 음식인 것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글이 어떻다는 것이 아니다. 브런치 메인의 노출이 아쉽다는 얘기다. 당신의 얘기를 들려달라 해놓고 자꾸 먹는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 다소 실망스럽다는 얘기다.

(물론 아닌 글들도 무수히 많으나, 노출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했던 나는 작정하고 글을 쓴 적이 있다. 브런치가 먹는 걸 좋아해? 그렇다면 먹는 글을 써보자. 그날 나는 작정한 사람처럼 짬뽕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무조건 시뻘건 짬뽕 한 그릇 사진을 올렸다.


브런치에디터는 사람인지 AI인지, 30분 후 다음 홈앤쿠킹엔 짬뽕이 걸려있었다. 나는 그날 생각했다. 어쩌면 브런치는 홈앤쿠킹의 탈을 쓴 글쓰기 포맷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열심히 쓰는 작가들의 노고를 브런치에디터(?)가 그냥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브런치북만 볼 수 있는 코너도 다음에 있었으면 좋겠다. 두 권의 브런치북을 만들어 보았는데, 브런치북을 만든 순간 그 브런치북을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굳이 누가 나의 방에 들어와 북을 들춰보겠는가. 그렇다 보니 공들여 발행된 수많은 브런치북들이 잠 자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메인에 떠 있는 브런치북만을 볼 수 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말이 길었지만, 브런치에게 요청하고 싶다!

브런치는 홈앤쿠킹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야기가 설 자리를 주세요.

열심히 만든 브런치북이 묻히지 않도록 브런치북만 볼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어 주세요.


과연 브런치에디터가 이 글을 볼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이곳에 글을 쓰는 이유는 아무리 찾아봐도 브런치에디터와 소통할 창구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디터가 AI라면 바로 응답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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