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다가도 종종 밖으로 나와 짧은 산책을 즐기는 나.
패딩코트가 무색하리만치 바람 한 점 없는 푸근한 기운.
아직은 겨울 속에 혼자 살고 있는 나.
어디선가 냄새가 난다.
꾸리꾸리 된장냄새.
꼬소꼬소 삼겹 냄새.
그런데 못 맡았던 냄새가 얼핏 스친다.
냄새를 따라가 본다.
신문지 냄새 같기도 하고.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일까.
사람을 이상하게 벌렁벌렁하게 하는 냄새.
계속 따라가 본다.
흙에서 나는 냄새인가.
몸을 구부려 땅바닥에 코를 대본다.
이 냄새는 아니야.
다시 따라가 본다.
킁킁킁.
냄새의 정체를 알고 싶다.
킁킁킁.
앗.
혹시.
나무야 너니.
너한테 나는 냄새니.
나무를 타고 올라가 본다.
잔가지에 통통한 꽃봉오리가 맺혀있다.
킁킁킁.
너구나.
꽃봉오리.
찾았다.
냄새의 정체.
그건 바로 너 꽃봉오리.
꽃봉오리 냄새.
봄을 알려주는 냄새.
들어가서 샤워해야지.
나무를 탔더니 온몸이 흙투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