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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r 08. 2023

코로나에 집이 망했다

집에 대하여

집이란 무엇인가.

평생 내 집이라고 할 만 곳이 있는가.

평생직장이 없어진 것처럼 평생 내 집은 더 이상 없다.


이삿짐 사다리를 보며 이 번 달에만 들고 날고 한 집의 수를 세어본다.

나는 언제까지 이 집에서 살 수 있을까.






17살에 아빠가 지은 2층집.

논이었던 자리에 생겼던 우리 집.

고생 고생을 하다가 아파트를 산 것이 아니라 집을 지었다.

아빠 맘대로.

호기롭게 지은 집은 30년을 넘게 사는 내내 구박의 대상이었다.


창문이 너무나 컸던 집.

나무샤시에서 바람이 숭숭.

천장이 7미터나 되던 집.

툭하면 말썽을 부려 돈도 엄청 들어간 집.

애증의 집.


겨울이 되면 너무 추웠다.

조카들이 놀러 오면 벌벌 떨며 후다닥 목욕을 마쳐야 했고

전기세가 80만 원씩 나오던 집.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아 발이 시려 주방에 얼씬도 못하던 오래된 우리 집.


코로나에 집이 망했다.

집을 팔아야 했다.

팔아야 먹을 것이 있었다.

죽어도 못 놓을 것 같은 끈을 매정하게 싹둑 잘라 내팽개쳐진 집.

꿈에서는 아직도 그곳이 우리 집으로 나온다.


지나칠 때마다 매일 보는 집.

이제 들어가지 못하는 집.

아, 현관문이 저렇게 바뀌었구나.

지금이라도 뛰어들어가 눈감고도 익숙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

내 강아지가 잠들어 있는 곳.

내 모든 이야기가 있는 곳.

내 기억의 무덤.

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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