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면 정신줄을 놓아버리던 나는 혹시나 작은 아이를 깔고 뭉갤까 봐 처음엔 다 그렇듯 아이를 침대에서 혼자 재웠다. 그러다 그 작은 침대가 버거워질 때쯤, 굴러다닐 아이를 위해 요를 깔았다. 그리곤 마마님 혼자 재우듯 멀찌감치 바라보며 재웠다. 그 작은 몸이 부서질까 딱 붙어 잘 수 없던 6개월이었다.
그러던 것이 아이가 몸을 어느 정도 가누게 되고, 이제 다리 한 짝 걸쳐도 부서지지 않을 무렵에서야 내 옆에서 같이 자기 시작했으니 그때는 몰랐다. 10년 동안 같이 자고 있을 줄은.
불쑥불쑥 자란 아이는 어느새 자그마한 엄마 크기가 되었다. 몸무게는 엄마와 엇비슷, 아직은 키가 덜 자랐으므로 그나마 품 안의 자식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같이 자는 중이다.
그런데 요사이, 부쩍 이 아이랑 자는 게 불편하다. 덩치 커진 아이가 잠들 때까지 뒤척이는 부스럭거림에 미간을 찡그린 지 오래다.
"왜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 빨리 자."
왜 이렇게 엄마한테 붙어 자려는지, 다리는 벽을 향해도 머리만큼은 지 엄마 머리에 꼭 붙어 정수리 냄새를 풍풍 풍긴다. 사춘기가 오려나 보네. 냄새가 심상치 않아. 이런 생각으로 뒤척일 때쯤 아이는 영락없이 말한다.
"엄마 발이 뜨거워"
또 시작했다. 그놈의 발이 뜨거워 잠을 못 자겠단 이야기.
그러니 창문을 열라고.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아이.
이 엄마는 춥단 말이다. 미니 찜팩을 배에 친친 감아야 잠이 온다고.
"너 이러면 엄마는 다른 방 가서 잔다"
내 눈치를 본 건지 이불을 돌돌 말고 뒤척이던 아이가 어느 순간 곤한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다. 휴우. 드디어 끝났군. 역시 발이 뜨거워야 해.
어렸을 때부터 아이는 잠이 오기 시작하면 유난히도 발이 뜨거웠다.
졸리다고 투정을 부려 발을 만져보면 언제나 발이 뜨끈뜨끈했다.
발이 뜨거운 아이는 덥다며 한겨울에도 창문을 열었고 물을 달라했고 잠이 안 온다 했다가, 잠이 온다고 했다가 생난리를 부려야 잠들기 일쑤였다.
"엄마 발이 뜨거워"
"그래, 이제 잠이 오는 거야"
"잘 자"
"좋은 꿈 꿔"
"사랑해"
"우리 언제부터 이 말했어?"
아이에게 주고 싶은 기억으로 내가 선택한 세 문장, 언제 시작했는지 모를 이 세 문장을 매일 밤 속삭인다.
이 말을 들은 아이는 안심이 되는지 바로 곯아떨어진다.
창문은 열려있고 찬 바람이 온 방안을 휘감았다. 바닥엔 먹다 만 물컵이 나뒹군다. 읽겠다던 책 한 두 권이 이불속에서 돌아다닌다.